넥센 유한준과 박지성, '소리 없는 영웅'의 길

김우종 기자 2015. 4. 22.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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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유한준이 21일 홈런을 때려낸 뒤 동료들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Unsung Hero(언성 히어로)'

소리 나지 않는 영웅.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칭송 받아 마땅한 '진짜 영웅'.

21일 목동구장. '2015 KBO리그' 넥센-두산전.

한 선수의 '인생 경기'가 될 수 있었다. 넥센의 유한준(34). 유한준은 이날 5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그리고 1회 스리런, 2회 만루 홈런을 때려내며 순식간의 팀의 9-0 리드를 이끌었다. 더욱이 상대 선발 투수는 지난 9일 넥센을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던 마야였다.

넥센의 1회말 2사 1,2루 기회. 여기서 유한준은 마야를 상대로 좌월 스리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선제 포문을 열었다. 이어 팀이 5-0으로 앞선 2회말 무사 만루 기회. 이번에 유한준은 마야로부터 만루 홈런을 뽑아내며 9-0을 만들었다. 넥센은 후속 윤석민의 투런포를 묶어 2회를 마친 순간, 11-0으로 앞서고 있었다.

유한준이 2회까지 올린 타점은 7타점. 이제 1타점을 추가할 경우, 한 경기 최다 타점(8타점·강민호,최정,이용규 등) 타이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새로운 역사까지 쓸 수 있었다. 유한준은 남은 9회까지 최소 두 번 이상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모든 기대는 곧바로 이어진 3회초 허사로 돌아갔다.

넥센의 3회 1사 1,2루 실점 위기. 두산 김현수의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다. 유한준은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무릎 슬라이딩을 시도, 캐치에 성공했다. 그런데 이때…. 불운이었다. 유한준이 슬라이딩을 시도한 무릎이 목동구장 인조잔디에 부드럽게 미끄러지지 않은 채 걸리고 만 것이다.

결국 무릎에 체중이 많이 쏠린 상태에서 유한준은 앞으로 넘어졌다. 그때까지도 유한준은 아픔에 굴하지 않고 2루 쪽으로 공을 넘겨줬다. 유한준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평소 엄살 따위는 피우지도 않는 유한준이었다. 그런 그가 아픔을 호소했다. 의무진이 들어왔다. 더 이상 경기에 뛸 수 없다는 신호가 벤치 쪽에 전해졌다. 유한준은 문우람 대신 교체 아웃됐다.

이날 유한준의 성적. 2타수 2안타(2홈런) 7타점 2득점.

2004년 현대에 입단한 유한준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그러다 지난 시즌 처음으로 시즌 3할 타율(0.316)을 기록한 뒤 홈런(20개), 득점(71점), 타점(91점), 출루율(0.384), 장타율(0.541) 부문 등에서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상승세는 올해까지 이어졌다.

올 시즌 그가 출전한 18경기 중 안타를 치지 못한 경기는 단, 2경기에 불과했다. 또 타자로서 대부분의 공격 부문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한준은 타율 전체 5위(0.359), 득점 1위(20득점), 최다안타 5위(23개), 2루타 공동 2위(7개), 홈런 공동 2위(7개), 타점 공동 4위(19타점), 장타율 2위(0.797), OPS(1.243) 2위 등을 달리고 있다.

유한준. /사진=넥센 히어로즈 제공

하지만 이런 상승 기세도 안타깝게 잠시 쉬어가야 할 듯 보인다.

이날 유한준은 부상 직후 곧바로 이대목동병원으로 이동해 MRI 촬영 등 정밀 검사를 받았다. 경기 종료 뒤 넥센 관계자는 "일단, 큰 부상은 아닌 것 같다"면서 "22일 오전 고대 구로병원과 삼성의료원, 두 군데에서 추가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두 곳에서 추가 검사를 받은 뒤 확진이 나오면, 팀에서 부상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다. 우선 유한준은 내일 출전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시즌 초 염경염 감독은 유한준에 대해 "원래 야구에서 3번 타순은 좋은 활약을 펼쳐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과거 롯데에서 3번 타순에 주로 배치됐던 손아섭이 그랬고, 삼성의 박한이가 그랬다. 유한준 역시 마찬가지다. 또 유한준은 주목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다"고 이야기했다. 큰 스포트라이트 없이 묵묵히 자기 몫을 하는 영웅. 박지성이 떠올랐다.

'한국 축구의 영웅' 박지성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언성 히어로'로 불렸다. 화려한 드리블과 뛰어난 득점력이 아닌, 엄청난 활동량으로 팀 승리에 묵묵히 기여했다. 그러면서도 이따금 결정적인 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그는 한 MBC 다큐 프로그램에 출연, "축구는 잘하고 싶은데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아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 지금의 유한준과 여러모로 비슷하다.

박지성. /AFPBBNews=뉴스1

지난 19일 넥센의 베테랑 송신영은 3200일 만의 선발승을 따냈다. 송신영은 21일 취재진과 만나 "선수들이 내가 공을 하나씩 던질 때마다 '악' '악' 소리를 지르더라. 마치 한국시리즈 같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송신영은 "'임시 주장' 유한준은 울컥 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순간, 유한준이 송신영과 취재진의 옆을 지나갔다.

송신영은 유한준을 향해 "'임시 주장', '임시 주장'"이라고 말했다. 유한준은 무던한 성정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그저 빙그레 웃을 뿐이었다. 그런 유한준이 21일 최고의 활약을 펼치다가 부상으로 교체 아웃됐다. 넥센 팬들은 그저 22일 검사 결과에 아무 이상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올 시즌 그가 팀을 위해 할 일은 아직 많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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