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입원 치료비 많자 돌변한 보험사

공아영 2015. 4. 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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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가장에서 폐암 말기 환자로…

지난달 4일 가입자에게 소송을 남발하는 보험사들의 횡포를 고발(KBS 뉴스9 '걸핏하면 소송, 가입자 피해는 어떻게?)한 이후, 이메일로 한 통의 제보가 날아들었습니다. 읽어내려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지고 머릿속이 희미해졌습니다. 사연의 주인공은 두 아이의 아빠인 42살 이동혁 씨. 5년 전 어느날, 숨이 많이 차서 동네 병원에 갔는데 천식 판정을 받았습니다. 몇 달 동안 약을 먹어도 낫지 않아 엑스레이를 찍어 봤더니 폐에 물이 꽉차 있었습니다. 응급실에 가서 조직검사를 했더니 '폐암 말기' 라고 했습니다.

"남은 시간이 솔직히 얼마나 될지 그것도 가늠도 못하는 상황에서 1분 1초가 솔직히 저한테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시간인데..." 이동혁(말기암 환자/42세)

항암 치료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약도 여러 차례 바꿔봤지만 병세는 점점 악화됐습니다. 암이 퍼지면서 뇌수술까지 해야했습니다. 담당 의사는 입원치료가 필요하다고 했고, 결국 요양병원에 입원했습니다. 항암치료를 받고 있던 본병원에 입원하고 싶었지만 병실이 부족했습니다. 요양병원에는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본병원으로 통원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혼자 지내야하는 외로움에 병원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지만 다행히 미리 가입해둔 보험이 있어 대부분 치료비는 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 돌변한 보험사 "입원이 아니라 통원입니다"

처음 보험금을 청구한 건 4년 전이었습니다. 보험사에서 담당 손해사정사가 나와 본병원과 요양병원 등을 꼼꼼하게 현장조사까지했습니다. 보험사는 '입원치료'라고 판정하고 '입원보험금'을 지급했습니다. 이렇게 3년 넘게 입원보험금을 잘 주던 보험사. 그런데 지난해말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두 달치 약값을 청구했더니 '입원'이 아니라 '통원'치료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공교롭게도 한달에 천만 원 정도 들어가는 고가의 항암제로 치료약을 바꾼 직후였습니다. 그동안 보험사로부터 문제없이 보험금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미 자시의 신용카드로 2천만 원을 지불한 이 씨는 눈앞이 캄캄해졌습니다.

■ 입원은 2천만 원, 통원은 30만 원

3년 넘게 '입원'이 맞다며 '입원보험금'을 지급해온 보험사가 왜 갑자기 '통원치료'라고 말을 바꾼 걸까요? 입원치료로 인정하면 보험사는 이 씨가 청구한 약값 2천만원을 다 줘야합니다. 하지만, 통원치료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하루 최대 30만 원까지 보장하도록 돼 있어 120만 원만 지급하면 됩니다.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윱니다.

"지금까지 다 지급을 했는데 갑자기 왜 안된다고 그려냐 이렇게 하니까 당시 손해사정사정인은 '솔직히 아시잖아요. 약값이 너무 비싸요." 이동혁(말기암환자/42세)

더 황당한 일은 이후에 벌어졌습니다. 이 씨가 항의하자 보험사는 처음엔 청구액의 50%를 지급하겠다고 협상해왔습니다. 이 씨가 합의를 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은근히 협박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비슷한 사례 가운데 가입자가 소송에서 진 판례들이 있다고 주장했고, 심지어 전화통화를 하던 직원이 대법원 판례라며 '요양병원 입원 중 상속병원 통원에 대해서는 통원치료로 보는 것이 맞다'라는 글귀까지 읽어줬다고 합니다.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보험사가 내세운 판례들도 알고보니 이 씨와는 무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즉, 이 씨의 경우는 '입원 중 통원치료비에 대한 질병의료비 보장' 내용인데, 보험사가 제시한 판례는 '암치료를 마친 뒤 퇴원하면서 처방받은 약값을 입원의료비로 인정해달라'는 등의 전혀 다른 내용이었습니다. 보험사는 결국 말기암환자인 이 씨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 분쟁조정 접수 조차 못 해, 전문가에 자문했더니…

이동혁 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소송이 진행중인 사건은 민원접수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취재진은 이 씨의 사례를 여러 보험 전문가들에게 자문했습니다. 대부분 보험금을 덜 지급하려는 보험사의 꼼수라고 비판했습니다.

"지급할 보험금이 늘어나다 보니까 종전의 말을 바꿔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보험사의 책임을 강하게 묻기 위해서 징벌적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박기억(서울중앙지법 '보험금 지급' 상근조정위원/변호사)

"약관에 근거해서 보험사는 지급해야 될 사유에 해당되는데 만일 이걸 지급하지 않는다고 하면 보험가입자에 대한 횡포이고…" 김은경(외국어대학교 로스쿨 교수)

분쟁조정을 맡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 근거로 보험사가 제시했던 판례들을 보내왔습니다.

KBS가 취재에 들어가자, 해당 보험사인 메리츠화재는 잘못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며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희들이 한 번 더 확인을 해서 재검토를 하고 다시 피드백(회신)을 해서 처리를 할 수 있도록…" 심재일(메리츠화재 팀장)

지난해 손해보험사들이 분쟁조정 중에 소송을 제기한 건수만 보더라도 한 해 전보다 76%나 급증했습니다. 동부화재가 제일 많았고,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순이었습니다. 특히 메리츠의 경우 한 해 전보다 소송건수가 9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소송을 당하면 보험 가입자는 생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지만 보험사는 소송이 일상화 돼 있고, 지더라도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특히, 말기암환자들은 소송에 참석하는것조차 버거워 중도에 포기하거나 보험사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말기암환자까지 소송으로 내모는 보험사들의 횡포,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제도 개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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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아영기자 (g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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