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연출했던 포르투, 이번에는 악마를 보았다

김태석 2015. 4. 22.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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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포르투로서는 상대가 상대인 만큼, 게다가 장소가 장소인 만큼 질 수 있는 경기라고 여겼을 것이다. 더해 준결승행도 외부에서 바라보는대로 쉽게 이뤄지기 힘든 목표라는 것도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단 45분 만에 모든 꿈이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화가 난 바이에른 뮌헨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치 무서운 팀이었다.

22일 새벽 3시 45분(한국시각)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4-2015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이 포르투에 6-1로 대승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29분, 전반 40분 두 골을 몰아친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맹활약을 비롯해 전반 14분 티아고 알칸타라, 전반 22분 제롬 보아텡, 전반 36분 토마스 뮐러, 후반 43분 사비 알론소의 연속골을 앞세워 후반 27분 학손 마르티네스의 1골에 그친 포르투를 제압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8강 1차전서 당한 1-3 패배를 이날 대승으로 만회하며 종합 7-4라는 큰 점수 차로 준결승행에 성공했다.

포르투는 8강 1차전서 전 유럽이 놀랄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바이에른 뮌헨 수비진의 허술한 틈을 파고들어 3-1로 대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안방에서 상대에 원정골을 내줬다는 점이 못내 거슬리긴 해도 2골 차라는 격차는 적지로 떠나는 포르투에 사상 세 번째 준결승 진출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더군다나 바이에른 뮌헨이 주축들의 연쇄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던 터라 포르투가 가졌을 희망은 그만큼 더 부풀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포르투가 예상하는 것 이상 강하고 잔인했다. 예상대로 초반부터 강공을 펼친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9분 레반도프스키가 페널티박스 안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왼쪽 골문 기둥을 때린 이후 전반에만 5골이라는 소나기골을 퍼부으며 의기양양하게 알리안츠 아레나에 등장한 포르투 선수들을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었다.

훌렌 로페테기 포르투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에서 수비에 치중하지 않고 정상적 경기를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4-3-3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1차전과 흡사한 경기 운영 전략을 보였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와 적지라는 불리한 환경에 지나치게 의식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내린 판단이었을 것이다.

이 판단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홈팬들의 응원 속에서 경기를 치렀던 지난 1차전과 분위기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걸 지나치게 간과했다. 포르투는 뻔히 예상되던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를 막을 만한 어떠한 안전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듯한 경기를 펼쳤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해 수비 실수를 유도하고, 우월한 체격 조건을 앞세운 포스트 플레이와 기술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의 이선 침투로 찬스를 만들려고 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패턴은 포르투가 사전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명약관화했으나 이에 대한 어떠한 대비책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닐루가 빠진 중원은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를 막아야 하는 방파제 구실을 전혀 하지 못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어떠한 방해를 받지 않고 상대 골문 인근까지 플레이를 전개할 수 있었던 공격의 파괴력을 극대화해 포르투를 두들겼다. 전반 14분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후안 베르나트의 크로스를 받은 알칸타라가 헤딩 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은 후 작심한 듯 포르투를 KO 상태로 몰아갔다. 전반 14분과 접반 21분에 터진 알칸타라와 보아텡의 골은 골문 앞 높이의 우위와 양 측면을 크게 흔드는 크로스로 포르투 수비진을 분쇄시켰고, 전반 27분과 39분에 터진 레반도프스키의 두 골은 위협적 포스트플레이와 빼어난 골 결정력이 빛나는 장면이었다. 전반 35분 뮐러의 골은 가뜩이나 괴로운 상황에 처한 포르투에 운도 지독히 따르지 않는다는 걸 보인 상징적 장면이다. 골문을 겨냥한 뮐러의 중거리 슈팅이 브루노 마르틴스 인디의 발에 맞고 거짓말처럼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기 때문이다.

바이에른 뮌헨 처지에서는 마음먹은 대로 경기가 풀렸고, 포르투로서는 모든 흐름이 최악의 방향으로 흘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후반 27분 히카르두 페레이라의 우측면 크로스를 받은 마르티네스의 헤딩 득점으로 영패를 모면했지만 이미 크게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고 멀어진 준결승행 티켓을 되찾아오는 건 불가능했고, 후반 42분 이반 마르카누의 퇴장으로 추격을 위한 동력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후반 42분에는 사비 알론소가 전매특허인 정교한 프리킥으로 여섯 번째 득점을 만들어내며 마르티네스의 만회 골로 잠깐 희망에 부풀었던 포르투에 사망선고를 내려버렸다. 무지막지할 정도로 파상적이었고, 일격마다 실린 힘이 매우 매서웠던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마치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라고 해도 무방할 승부였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사진=ⓒgettyImages멀티비츠(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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