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辭意 이후] 대통령 안깨우려 國民을 깨운 '사의 표명'

김봉기 기자 2015. 4.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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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이완구의 '긴 하루'] 오전 黨 지도부 기류 듣고 오후 사퇴 결심 굳혀 중남미 순방중인 朴대통령 기상시간에 맞춰 기다린 듯

이완구 국무총리 사의 표명 공식 발표는 21일 새벽 0시를 지나서 '군사작전' 하듯 이뤄졌다. 이 총리는 20일 오후쯤 이미 사의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남미를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자고 있을 시간이어서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보고하느라 국민 대부분이 잠들어 있던 심야에 사의 표명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이 총리가 '박 대통령 귀국(27일) 전 자진 사퇴'를 고려하기 시작한 건 이미 지난 주말부터였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총리도 총리직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이 총리 가족도 주말 동안 "마치 (총리직에) 미련 갖는 것처럼 보이지 말자"고 했다는 후문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마저 20일 오전 '선(先) 자진 사퇴, 후(後) 대응'으로 기류가 변한 것이 '즉각 사퇴' 결심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당 지도부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박 대통령이 재·보선 이틀 전에야 귀국하는데, 그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무리"라는 데 의견 일치를 본 뒤 이날 정오쯤 이 총리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5시쯤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이 총리가 공관으로 퇴근하고 사의 표명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기까지 대략 7시간 동안의 상황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어쨌든 사퇴 최종 결심은 퇴근한 뒤 한 것 같다"며 "심야에야 대외적으로 알린 것은 페루를 방문 중인 박 대통령과의 시차 문제 때문에 기다린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와 페루는 14시간 시차가 있다. 우리나라 자정은 페루에서 오전 10시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은 오후 11시(페루 시각 오전 9시)를 전후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30분쯤 지난 뒤 여권에 이 총리 사의 표명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총리가 직접 박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는지, 이 총리가 이병기 실장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는지에 대해선 여권 내 설명이 엇갈린다. 청와대가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전달 사실을 공식 확인해준 것은 21일 0시 20분이었다.

이 총리는 21일 정부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어제(20일) 공관에 들어간 뒤로 계속 공관에 있는 상태"라고 했다. 이날 이 총리가 공관 마당 등에 선 채로 깊이 생각하는 모습이 밖에서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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