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올인' 박용성 회장, 두산重 회장까지 내려놓은 이유

정원석 기자 2015. 4. 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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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 오너가(家) 3세 중 한 명인 박용성(사진) 두산중공업 회장이 21일 학교법인 중앙대 이사장과 대한체육회 명예회장 등 자신이 맡고 있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박 이사장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중앙대와 관련해 빚어진 사태에 이사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이사장의 전격적인 사퇴 선언은 이날 오전에 나온 언론 보도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한 언론은 박 이사장이 지난달 24일 이용구 중앙대 총장 등 보직교수 20명에게 보낸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이 이메일에서 학과제 폐지 등 학사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들을 겨낭, "인사권을 가진 내가 법인을 시켜서 모든 걸 처리한다"며 "그들(비대위 교수들)이 제 목을 쳐 달라고 목을 길게 뺐는데 안 쳐주면 예의가 아니다"라고 적었다.

당시 중앙대에서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교수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전체 교수 92.4%가 학사구조 개편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과 함께 집회를 개최했다.

박 이사장은 기자회견을 주도한 김 모 교수 등 비대위 소속 교수들을 향해, "가장 피가 많이 나고 고통스러운 방법으로 내가 쳐줄 것"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이메일에서는 중앙대 비대위를 '비데위(Bidet委)' 라고 했고, 김 모 교수를 향해서는 '鳥頭(조두)'라고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발언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파문을 일으키자 맡고 있는 모든 자리를 내놓는 방식으로 사태를 진화하려 한 것이라고 재계 안팎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대학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이 과정에서 논란과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학내 구성원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이 같은 뜻을 전했다.

박용성 회장은 두산그룹이 중앙대 운영을 책임졌던 2008년부터 중앙대 이사장을 맡아왔다. 그룹 회장을 그만 둔 후 중앙대 운영을 책임지며 '대학 경쟁력 강화'에 주력했다.

하지만, 인문계열 축소 등 '비즈니스 마인드'를 중심에 둔 박 이사장의 중앙대 운영은 학생, 교수 등 내부 구성원들에게 큰 반발을 샀다. 이번에 불거진 학사구조 개선안으로 인한 갈등도 이 같은 구도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앙대는 당초 학과제 전면 폐지 등을 주요 골자로 한 학사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으나, 인문계열 등 이른바 비인기학과의 폐과 등을 우려한 교수,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추진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직설적인 성격인 박 이사장이 최근 중앙대를 둘러싼 여러가지 잡음에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며 "직접적인 원인은 언론 보도 때문이겠지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이 대학 내 이해 관계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면서 느낀 답답함이 사퇴 결심에 큰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산그룹은 이번 사태에 한 발 물러서 있는 모습이다. 박 이사장이 그동안 그룹 경영일선에 거리를 둬 왔기 때문에 두산중공업 회장직 사퇴로 인한 실질적인 영향이 없다는 게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 박 이사장은 두산중공업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룹 주요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상태다.

두산 관계자는 "박용성 이사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직까지 그만둔 것은 최근의 중앙대 갈등사태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겠다는 제스쳐로 이해하고 있다"면서 "박 이사장이 두산중공업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룹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사퇴가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박용성 이사장 사퇴 이후 두산이 중앙대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설지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있다. 두산은 2008년 이후 중앙대에 약 1700억원 이상을 출연했다.

이에 대해 학교법인 중앙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두산이 학교법인 재단에 참여하는 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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