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엄마'로 선처 호소한 조현아, 그의 눈물은 진실이었을까…

김아사 기자 입력 2015. 4. 21. 14:56 수정 2015. 4. 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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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항공기 회항’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첫 공판이 시작되기 며칠 전의 얘기다. “아니 근데 김 기자, 사건의 발단이란 측면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거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입니다. 서비스 응대 방법에 잘못이 있었던 것이고, 그에 대한 지적을 하는 것에서 일이 시작된 겁니다.”

조 전 부사장 측 인사는 통화 내내 ‘사건의 발단’이란 말을 강조했다. 재판이 어떻게 굴러갈지 얼핏 예상할 수 있었다. 1심 재판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지난 2월 2일 1심 결심(結審) 공판 때 이런 얘기가 오갔다.

▲검사: 사건 원인이나 발단은 승무원에게 있다고 생각합니까?

▲조현아: 사건 발단이 (김모 승무원의) 서비스가 매뉴얼과 다르다고 생각해서 확인하기 위해 가져오라고 했고, 찾지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뒤에 있었던 제 행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사: 여전히 승무원이 잘못한 것이 있긴 있네요.

▲조현아: 네. 분명히 매뉴얼에 따라 가져오지 않은 것은 확실합니다.

자신이 승무원에게 한 폭언과 폭행은 잘못이나, 이 난동의 시작은 승무원이 매뉴얼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일어난 것이라는 얘기였다. 정제된 이야기가 조 전 부사장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폭언과 폭행, 비행기 회항은 잘못이지만, 이는 승무원의 잘못된 응대가 없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상황이었다”는 게 그의 진심처럼 들렸다.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눈빛은 꽤 또렷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발언권을 주자 표정이 달라졌다. 매뉴얼 등 항공에 대한 전문적 이야기가 나올 때는 특히 그랬다. 재판을 같이 본 외신 기자가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뭐가 더 어색한가요. 대기업 오너의 자제가 4295가 적힌 녹색 수의(囚衣)를 입은 건가요, 아니면 눈물의 사과를 한 뒤 매뉴얼 위반이라고 덤덤히 이야기를 하는 건가요.”

조 전 부사장은 원래 직설적 성격이라고 알려져 있다. 때론 똑 부러진단 소리를 듣지만, 주변을 돌아보며 자신의 발언을 조절하는 유형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을 앞두고, 한진그룹 관계자와 다시 얘기를 나눴다. ‘항공기 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승무원 김도희씨가 미국에서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였다. 또다른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도 대한항공과 제대로 연락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는 “갑갑하다”고 했다. “사과를 제대로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고 했다. “그럼 1심 때 박 사무장과 승무원을 증인으로 불러놓고 왜 몰아 붙이듯 질문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오해가 있었다”고 했다. “당시 정황을 객관적으로 복귀하려다 보니 그런 것이고,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항소심에서 뭔가 기류가 바뀔 것 같다는 느낌이 그때 들었다.

지난 1일 시작된 항소심에서 조 전 부사장은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일단 외형이 꽤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뿔테 안경을 끼고 머리를 묶고 나온 그는 몸무게가 꽤 준 것처럼 보였다. 변호인은 수감기간이 석 달을 넘으며 불면증 등에 시달린 탓이라고 했다. 조 전 부사장 측 지인은 “몸무게가 7㎏ 정도 빠졌다”고 했다.

지난 20일 항소심 최후진술에서 조 전 부사장은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작년 겨울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경황 없이 집을 나선 이후 돌아가지 못한 채 4개월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집에 두고 온 아이들 생각으로 밤을 지새우고 눈물도 많이 흘리고 깊은 후회 속에서 반성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아이들을 이야기하면서 눈물을 보였다. 변호인들도 “엄마를 찾는 애들에 대한 걱정이 심리적·육체적 증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이)4개월 구속 기간에 어린 두 아들을 돌보지 못함으로써 마음이 무너질 것 같은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20일 최후진술은 그가 법정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얘기였다. 1심 때까진 그에게서 전직 부사장의 모습을 간간이 느낄 수 있었지만, 적어도 이날은 아이와 헤어진 연약하고 간절한 엄마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재판 전략일 수 있다. 변호인들이 “최대한 약한 모습,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그에게 코치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아이들을 얘기하면서 흘린 눈물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항소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22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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