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돋보기] 약가 인하 3년..국내 제약사만 '직격탄'

김선경 기자 2015. 4. 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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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경의 민생경제 시시각각

<앵커>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약가 인하 정책을 펴왔습니다.2012년엔 모든 건강보험 의약품의 가격을 평균 14% 내렸는데요,당시, 제약사들이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초로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었습니다.약가 인하 3년 동안, 국내 제약업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이데일리 제약 담당, 천승현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천 기자님, 안녕하세요?3년 전입니다.모든 건강보험 의약품의 약가를 14%나 내렸다는데, 구체적인 내용 좀 간략히 짚어주시죠?<기자>네. 지난 2012년 4월,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의약품 가격을 일괄적으로 평균 14% 인하했는데요.당시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 1만3814개 중 절반 정도인 6500여개 품목의 가격이 깎였습니다.건강보험 재정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치솟자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꺼낸 가장 강력한 정책이었습니다.<앵커>이 정책이 시행된지 정확히 3년이 지났는데요.제약업계 실적에 분명히 변화가 생겼을 것 같아요. 어땠습니까?<기자>네, 제약사들의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제약사별로 약가 인하가 시행되기 직전인 2011년과 3년 뒤인 지난해 처방실적을 비교해봤는데요.국내 업체와 다국적제약사의 성적표가 뚜렷하게 엇갈렸습니다.2011년 국내업체 상위 20곳의 처방실적은 3년만에 4조9266억원에서 4조3916억원으로 10.9% 줄었는데요.반대로 다국적제약사 상위 20곳의 처방실적은 3조6557억원에서 3조8222억원으로 4.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앵커>국내 제약사가 원외 처방 실적이 줄어든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올랐습니다.궁금한게 많아지는데, 우선 약가 인하 정책이 처음 목표했던대로 약품비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기자>요양급여비용에서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요 2011년 29.15%에서 지난해 26.49%로 2.66%포인트 감소했습니다.일괄 약가 인하 이후 약품비 상승을 억제하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죠.전체 약품비 규모를 보면, 2011년 13조4290억원에서 2014년 13조4491억원으로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즉 국내 업체들의 손실분을 다국적 제약사가 상당부분 가져갔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사실상 약품비 절감 효과를 국내업체들이 감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앵커>그렇군요.수천개의 약가를 깎았기 때문에 국내외 제약사 모두 실적이 부진해야 할텐데요, 유독 국내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은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기자>다양한 원인이 제기되는데요.약가 인하 개편에 따른 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지난 2012년 약가제도 개편의 세부내용을 보면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의 가격을 똑같이 책정하도록 했습니다.보험약가가 100원인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허가 만료되면 53.55원으로 떨어지는데요.제네릭도 오리지널과 가격이 똑같다 보니 처방을 하는 의사 입장에선 제네릭을 처방할 이유가 적어지는 겁니다.여기에 리베이트 규제 강화로 영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제약사들이 제대로 된 영업을 못하다 보니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국내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앵커>오리지날 제약품과 제네릭의 가격이 똑같이 적용됐기 때문에, 제네릭의 처방을 기피하면서 국내 재약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얘기해주셨어요.이거 말고도 또 부진한 이유가 있다고요? 뭡니까?<기자>물론 국내업체들이 다국적제약사들에 비해 경쟁력 있는 약을 많이 출시하지 못해 벌어지는 현상인데요.최근, 국내업체들이 유독 다국적 제약사들과 제휴를 맺고, 이들의 신약을 팔아주는 움직임이 많습니다한마디로, 제품 경쟁력이 약한 국내사들이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이지만, 오히려 실적 부진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상황입니다.<앵커>그런데 최근에는 제약사들의 실적이 많이 호전됐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단체로 처방실적이 부진했다는 내용과는 상반되지 않습니까?<기자>네. 지난해 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4년 상반기 국내제약기업 경영실적' 자료를 보면 72개 상장 제약사의 작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늘었습니다.종합해보면, 처방실적은 맥을 못추고 있지만 실적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인데요.이 말은 다시 말하면 제약사들이 다른 곳에서 매출을 채웠다는 추정이 가능합니다.<앵커>다른 곳에서 매출을 채웠다?구체적인 매출 내역을 따져봐야 할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기자>몇개 업체 상황을 살펴보면요.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유한양행은 처방실적이 2011년 2999억원에서 2014년 2599억원으로 13.3%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 규모는 6677억에서 1조 82억으로 51.0% 늘었습니다.같은 기간 상품매출은 3476억원에서 72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껑충 뛰었는데요.대부분 '남의 제품'으로 채웠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또 대웅제약을 보면 처방실적이 2011년보다 지난해 12.0% 줄었습니다.하지만 매출은 2.9% 상승했는데요.이 기간에 상품매출은 1594억원에서 2197억원으로 무려 37.8% 늘었습니다.이밖에 동화약품, 일동제약, 제일약품, JW중외제약 등의 지표를 살펴봐도 처방실적은 감소했지만 전체 매출은 늘었는데요.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상품매출 비율이 수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앵커>그러니까 약가 인하로 경쟁력이 떨어진 국내 업체들이 남의 제품을 팔아서 전체 매출을 늘렸다는 얘기입니다.앞으로는 이 시장,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기자>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최근 국내 제약업체들의 실적 회복세는 다국적 제약사 제품으로 거둔 거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이에 대해 제약사들은 당장 연구개발로 대박을 내기엔 시간이 걸리고, 제네릭만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어쩔수 없다는 입장입니다.이런 가운데 최근 일부 업체들이 개발한 신약들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는데요.업계에서는 몇 년 안에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매진한 업체가 자생력을 갖추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판도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는 시선이 많습니다.<앵커>알겠습니다.약가 인하 3년, 국내 제약사들은 직격탄을 맞았다고 진단 내려 주셨고요.그러면 이제는 신약개발로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이 등장했기 때문에, 과연 이 시장 판도 어떻게 바뀔지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천승현 기자,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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