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 "많은 경기, 많은 이닝".. 소원 만큼 던져라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2015. 4. 2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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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지난 18일 한화와 NC의 맞대결이 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한화가 8-6으로 앞선 가운데 9회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권혁(32)이 마운드에 올라오자 1만3,000명으로 가득 들어찬 경기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함성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그는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이날 경기를 깔끔하게 매듭지었다. 바로 전날 45개의 공을 던지고도 다시 마무리로 등판해 기어이 2경기 연속 세이브를 품에 안았다.

올시즌 권혁을 평균자책점(5.17)으로만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한화의 반등은 그의 투혼에서부터 시작됐다. 20일 현재 11경기에 등판해 1패 3홀드 2세이브. 15.2이닝을 소화하며 17피안타(3피홈런) 2볼넷 17탈삼진 9실점의 성적을 남겼다.

눈여겨 볼 것은 권혁의 출전 경기 수, 소화 이닝, 그리고 투구수(250개)다. 이닝과 투구 수는 리그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고, 출전 경기 역시 임정호(12회)에 이어 리그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

지난 2년 동안 권혁은 삼성 유니폼을 입고 90경기에서 71이닝을 책임졌다. 한때 리그 최고의 좌완 셋업맨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점점 원포인트 릴리프로 활용되는 빈도가 높아졌다. 2009년에는 최근 2년보다 많은 80.2이닝을 소화할 만큼 쓰임새가 높았지만 점점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권혁은 12년 간 깊은 인연을 맺은 삼성을 떠나 한화로 새 둥지를 옮겼다. 그는 한화 입단식 당시 "최대한 많은 경기,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다. 현재 어깨 상태는 싱싱하다"며 아직 녹슬지 않은 기량을 증명하고 싶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혔다. 그는 벌써 지난해 투구 수(554개)의 절반에 가까운 공을 던지며 가슴에 품어왔던 한을 원 없이 풀고 있다.

일부 팬들은 '혹사'에 대해 염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권혁의 의지다. 김성근 감독은 권혁이 지난 17일 45개의 공을 던진 상황에서 다음날 연투를 하게 된 부분에 대해 "선수 본인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혀왔다"며 자발적인 요청이 있었음을 밝혔다.

그동안 김성근 감독이 아쉬움을 느꼈던 대목 중 하나는 선수들이 자기 보호를 위해 지나치게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인 점. 실제 한 투수는 4월 초반 패배 때문이 아닌 경기에 임하는 정신력에서 나약함을 보여 김 감독으로부터 호된 꾸지람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권혁이 이처럼 솔선수범한 모습을 보이면서 한화 선수들 사이에서도 동기 부여와 승부 근성이 점차 꽃피기 시작하고 있다. 김 감독은 앞서 꾸중을 내렸던 선수가 최근에는 경기조에 포함되는 것을 자청했다고 언급하며 이 선수와 권혁이 최근 팀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홀드왕(2009년)과 통산 100홀드 돌파를 비롯해 4년 연속 통합 우승 등 이미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많은 영광을 경험했다. 그러나 권혁은 '한 물 갔다'는 평가를 뒤집고 다시 한 번 불펜의 중심이 되어 선수들을 끌고 갈 수 있는 팀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스스로가 선택한 도전이고, 이제는 본인의 안위보다 명예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선수다. 한화 팬들 역시 이제는 잦은 등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보다 그의 매 1구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스포츠한국미디어 박대웅 기자 yuksamo@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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