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은 나쁘다? 무조건 안 먹으면 영양 불균형

김현길 기자 2015. 4. 2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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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30년새 4배 늘었지만..

농림수산식품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육류 섭취량은 30여년 사이 4배 정도 증가했다. 1980년 11.3㎏이었던 육류 섭취량은 2013년 42.7㎏까지 늘었다. 이 같은 수치를 두고 서구화된 식습관을 조정해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특히 '육식은 나쁜 것'이고 '채식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질 경우 영양 불균형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료 작성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내 연간 육류 섭취량은 42∼52.4㎏ 정도 된다. 내부적으로 비교할 경우 과거에 비해 크게 증가했지만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면 많은 편은 아니다. 연간 국내 육류 섭취량을 가장 많은 52.4㎏으로 가정할 경우 일본(48.9㎏) 파키스탄(15.3㎏) 필리핀(34.3㎏)보다 많지만 대만(77.2㎏) 스위스(74.8㎏) 스웨덴(81.8㎏)보다는 낮다.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미국(117.5㎏) 캐나다(92.3㎏) 아르헨티나(101.8㎏) 뉴질랜드(127.0㎏)와 비교하면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육류 섭취에 대한 과도한 경계심이 형성된 것은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지나치게 신뢰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20일 "30년 사이 국내의 육류 소비량이 4배 늘었다고 하지만 육가공식품을 비롯한 전체적인 육류 섭취는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육류 섭취가 많은 미국이나 유럽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우리에게 단순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또 육류 섭취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30·40대의 경우 회식 등으로 육류를 섭취할 기회가 많은 반면 노인이나 청소년의 경우 육류 섭취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육류 섭취 방식이 삼겹살 구이, 치킨 등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육류 섭취에 대한 거부감을 높이는 이유가 된다. 전문가들은 돼지고기 안심, 소고기 우둔살, 닭 가슴살 등 지방이 적게 함유된 부위를 찜, 수육 등의 방법으로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을 추천한다.

주 교수는 "서구식 생활습관이 일반화됐다고 할 때는 육류 섭취 증가뿐 아니라 각종 간편 식품이나 탄수화물 등의 섭취 증가도 있다"며 "육류에 모든 책임을 돌리고 채식만이 정답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부족한 육류 섭취가 영양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대한영양사협회가 최근 단국대 문현경 교수팀과 함께 실시한 '빈혈 유병에 따른 육류 소비현황 및 빈혈 예방 관리를 위한 육류 소비 모형 연구와 결과 활용'에 따르면 빈혈군의 하루 평균 육류 섭취가 정상군보다 낮았다. 빈혈군에서는 하루 평균 육류 섭취가 61.1g으로 정상군(92.4g)에 비해 적었다. 전체적으로 빈혈군에서 정상군에 비해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높은 반면 단백질과 지방의 비율은 낮았다.

빈혈은 생리불순 등으로 임신을 어렵게 하고 임신 후 태아의 성장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준다. 노인의 경우 기억력 감퇴 등 노인 건강에도 좋지 않다. 문 교수는 "질병 등에 따라 육류 섭취를 줄일 필요가 있지만 전체적인 섭취량이 낮은 상황에서 모두에게 육류 섭취가 나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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