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황제의 교훈..집 살 때인가? 팔 때인가?

박종훈 2015. 4. 20.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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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집값, 살 때인가? 팔 때인가?

[박종훈의 대담한 경제 #23]

지난 달 주택 거래량이 11만 2천 건을 기록하였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6년 3월 이후, 3월 거래량으로는 사상 최대치였다. 거래량이 늘면 집값이 폭등했던 과거의 학습효과 때문에 "집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하는 고민이 늘고 있다. 그런데 2006년 1분기에 아파트 값이 3.8% 급등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0.8% 오르는데 그쳐, 거래량이 오르면 집값이 동반 상승했던 과거의 흐름이 무너졌다.

더구나 월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집을 사야 할 때인지 팔아야 할 때인지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2013년 4월 이전에는 집을 구입하는 것보다 월세로 사는 것이 더 저렴했지만, 금융당국이 기준금리를 거듭 인하한 탓에 월세가 더 비싸지는 역전 현상이 시작되었다. 2013년 10월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단지의 월세 및 자가 주거비용을 비교한 결과, 월세의 주거비용(집값의 2.99%)이 자가(2.59%)를 초과했고 그 격차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추세다.(자료: 크레딧 스위스) 그렇다면 당장 월세를 절약하기 위해 집을 사야 할까? 구입해야 한다면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 것인가?

■ 노래하는 '부동산 황제'가 실패의 상징으로 전락한 사연

▲ 센 마사오

1989년까지 거의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부동산은 절대 값이 떨어지지 않는 매우 안전한 자산으로 생각하였다. 이 같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 속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부동산에 던졌던 대표적인 사람이 일본의 유명한 엔카가수인 센 마사오(千昌夫)였다. 그는 1965년 무작정 도쿄로 올라와 힘든 무명시절을 보냈지만 노래 하나가 성공하면서 인생의 반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일본의 대표적인 쇼 프로그램인 NHK 홍백가합전에 모두 14번이나 출연할 만큼 큰 인기를 끌었다.

열심히 가수의 길을 걸어가던 센 마사오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꾼 것은 센다이시(仙台市)에 우연히 사들였던 부동산이었다. 그가 산 땅 바로 옆에 철도가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가격이 몇 배로 뛰어올라 큰 돈을 벌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요행을 맛본 뒤에는 본업인 가수보다 부동산 투기에 열을 올렸다. 지방도시 임야를 사들이고 그 임야를 담보로 다시 대출을 받아 건물을 사는 식으로 부동산을 불려 나가는 위험한 방식으로 투기를 했지만, 자고 나면 무조건 부동산 가격이 오르던 시대에는 만지는대로 황금으로 변하는 '미다스(Midas)의 손'처럼 여겨졌다.

그 결과 1980년대 후반에는 그의 부동산 자산이 3,000억 엔, 우리 돈으로 2조 8,000억 원으로 불어나, '노래하는 부동산 황제'로 불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센 마사오는 본업인 노래보다 오히려 부동산 투자의 훈수를 두는 고수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각종 연예 프로그램들에서 그의 부동산 투자 성공을 찬양하고 그를 '부동산 영웅'으로 추앙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는 1991년 갑작스러운 부동산 가격 폭락과 함께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3조원에 육박하는 자산 중 80%가 은행 빚이었던 그는 부동산 가격 폭락으로 1,030억 엔, 우리 돈으로 1조 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게 됐다. 결국 그는 부동산 값 폭락 직후 밴드를 고용할 돈조차 없어서 혼자 노래를 부르고 직접 자신의 음반을 팔아야 하는 초라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한 때 '부동산 황제'로 불렸던 센 마사오가 부동산 거품 붕괴의 비극을 상징하는 최악의 실패사례로 전락한 것이다.

■ 당신은 과연 폭락 직전에 사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비록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적어도 센 마사오는 부동산 거품이 만든 막대한 부를 제대로 만끽하고 마음껏 즐겨봤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소시민들은 한창 가격이 오를 때는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거품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늦게서야 올라타서 평생 번 돈을 다 날리기 쉽다.

▲ 얀 반 고엔 (사진출처=www.haagsekunstgrepen.nl)

네덜란드에서는 튤립 한 뿌리의 가격이 집 한 채 가격과 맞먹던 시기가 있었다. 바로 세계 경제사에서 가장 유명한 투기사건 중에 하나인 '튤립 투기'가 일어났던 17세기 초반이었다. 당시 네덜란드의 풍경화가였던 얀 반 고엔(Jan van Goyen)은 튤립 가격이 계속 폭등하던 10여 년 동안 튤립에 큰 관심이 없다가, 1637년 2월 2일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튤립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다음 날부터 튤립 값이 폭락하여 순식간에 100분의 1 토막이 나고 말았다. 결국 전 재산을 날리고 만 고엔은 19년 동안 물감 살 돈조차 없을 정도로 가난에 시달리다가 쓸쓸히 숨을 거두었다.

이처럼 한 종류의 실물자산에 전 재산을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아무리 오랫동안 폭등을 지속해왔던 자산이라 할지라도 언제 가격이 폭락할 지 예측하기는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구 순자산의 80~90%가 부동산일 정도로 모든 국민들이 한 종류의 실물자산에 거의 전 재산을 걸고 있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현상일 뿐만 아니라, 특히 지금처럼 집값 상승 전망과 하락 전망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는 과도한 빚까지 져 가면서 부동산 비중을 높이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 그렇다면 앞으로 집값은 어떻게 될까?

튤립 투기가 일어났던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자본주의를 꽃 피운 나라로도 유명하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각종 통계가 발달했는데, 특히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헤렌흐라흐트 주택지수'는 무려 400년에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그런데 이 주택지수를 보면, 1629년부터 1972년까지 명목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 보면 주택도 하나의 재화이기 때문에, 매우 오랜 시간에 걸쳐 관찰해 보면 집값이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오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월드컵을 개최했던 2002년까지는 집값이 물가 상승률과 비슷한 속도로 올라왔다. 하지만 2002년 이후부터 집값이 물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올라 엄청난 '집값 폭등'을 경험하게 되었다. 이처럼 집값이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더 빠르게 치솟아 오른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 출생자 수가 가장 많았던 세대는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 출생자)였다. 그런데 2002년 이후 30대로 진입하게 된 이 베이비부머들이 앞 다투어 집을 사기 시작하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었다. 때마침 40대로 접어든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가 더 넓은 평수로 갈아타기 시작한 시기와 겹치면서 집값은 대폭등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인구구조의 극적인 반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집값 상승을 이끌었던 2차 베이비부머는 한 해 출생자 수가 100만 명이 넘었지만, 지금 30대에 진입한 1984년생 이후부터는 출생자 수가 고작 60만 명 대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처럼 집을 살 수 있는 청년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다 청년들의 소득마저 정체되고 있다. 지난해 20∼3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고작 0.7%에 불과해, 5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 증가율인 7.2%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청년들이 이전 세대와 달리 제대로 된 직장(Decent Job)을 갖지 못하고 시간제 계약직 일자리를 전전(轉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은 인구로도 소득으로도 가뜩이나 오른 집값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부양책을 내놓으면 그 때만 반짝 주택경기가 살아나고, 그 부양책의 일시적인 효과가 끝나면 다시 주택시장이 얼어붙는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만일 정부가 부양책을 쓰지 않고 부동산을 시장에만 맡겼다면, 2002년부터 2008년까지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어 치솟아 올랐던 집값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수십 차례에 걸쳐 쏟아낸 끝없는 부양책으로 잠깐 동안 집값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단기 정책으로 영원히 시장의 힘을 막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인구구조 악화와 만성적 소득정체 현상'으로 인해 부동산 값을 끌어내리는 시장의 힘과 '초저금리와 각종 세제 지원'으로 무장한 당국의 힘겨루기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집값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이렇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집에 대한 투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부동산을 살 때 반드시 검토해야 할 3가지 체크 포인트

정부의 융단폭격과도 같은 집값 부양책 속에서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언젠가는 물가상승률에 다가가려는 시장의 힘이 반드시 승리하겠지만, 집값 하락 압력이 커질수록 정부의 부양책도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력해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집값의 향방을 내다보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예측 불가능한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오히려 정책 리스크를 키워 집값을 요동치게 하고 있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세난에서 벗어나거나 월세 부담을 줄이려는 실수요자들이 내 집 마련을 고려하고 있다면, 전 재산을 부동산에 걸었다가 노후를 송두리째 잃어버리는 실패를 하지 않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3가지 체크포인트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첫째, 돈을 빌려 집을 살 경우에는 대출을 받은 이후의 현금 흐름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한다. 내가 산 주택가격보다 상승할 거라는 기대로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을 했다가는, 과도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과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

둘째, 집을 살 때 빌린 돈을 다 갚고도 노후 준비에 문제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집값이 오른다는 보장이 사라진 현 상황에서 은퇴 이후에 집을 판 돈으로 노후를 대비하겠다는 생각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셋째, 장부가를 의지해서도 믿어서도 안 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내가 얼마에 집을 샀는지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부동산은 실물자산이다. 일단 부동산을 산 이후의 가격은 시가에 따라 계속 변하게 된다. 이 때문에 장부가를 믿고 안심하거나 장부가에 집착해 적절한 처분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집을 사기만 하면 무조건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엄청난 시세차익(Capital Gains)을 누리던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 앞으로는 사용가치를 누리기 위해서나 임대 소득을 얻기 위해 집을 사는 시대가 될 것이다. 지금 정부가 할 일은 그런 시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미세조정(Smoothing Operation)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정부는 이미 지나간 '부동산 불패의 시대'를 되돌리려는 허황된 꿈을 좇아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이미 물이 새기 시작한 불안정한 댐에 물을 다시 퍼 담으려는 것만큼 무모하고 위험한 시도일지 모른다. 가뜩이나 금이 간 댐에 물을 퍼 넣었다가 자칫 댐이 무너져 내리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우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큰 홍수를 불러올 수도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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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기자 ( jonghoo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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