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환풍구 위로.. 안돼요 안돼

입력 2015. 4. 20. 03:07 수정 2015. 4. 20. 13: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4월의 주제는 '안전']<72>사고 유발하는 노출된 환풍구

[동아일보]

남성 6명이 15일 오전 9시경 서울 지하철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 인도 바닥에 있는 환풍구 위에 올라가 이야기하고 있다(위쪽 사진). 반면 서울 중구 N주상복합아파트의 환풍구는 사람이 올라가지 못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서울 중구의 L주상복합아파트 건물 바깥쪽에 설치된 환풍구는 바닥에서 3m가량 떨어져 있다. 환풍구는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2m 정도 되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윗면이 아닌 옆면만 뚫려 있다. 접근이 어려워 누구도 환풍구에 올라가지 않지만, 아파트 측은 '추락 위험' 표지를 붙여 놨다. 환풍구 아래엔 정원이 조성돼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조모 씨(45)는 "2010년 준공 당시부터 쭉 이렇게 설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17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한 지 6개월이 흘렀다. 당시 16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해 '환풍구 안전'에 큰 관심이 쏠렸다. 사고 다음 달 국토교통부는 '환기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국토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많은 사람이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 도로나 공원, 광장에는 되도록이면 환풍구를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 불가피하면 도로 경계로부터 2m 이상 떨어지게 설치해야 하고, 조경수 등으로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 높이는 2m 이상이어야 하고, 외부에 노출되는 환풍구는 속이 보이는 '투시형' 벽으로 설계하고 디자인에도 신경 써야 한다.

서울 도심에서는 주로 고급 아파트나 고층 빌딩과 같은 민간시설에서 '환풍구 모범사례'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구의 N주상복합아파트 환풍구는 기울어진 사각형 모양으로, 커다란 예술 조형물 같았다. 환풍구가 옆면에 설치돼 있고, 본체가 기울어진 모양이라 올라갈 수 없는 구조다. 주변에는 나무와 화초도 심어져 있었다.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 있는 환풍구는 약 1m 높이에 있지만, 유리로 가림막을 쳐 접근을 차단했다.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경고문도 부착해 뒀다. YTN타워 옆에 설치된 환풍구는 높이가 5m라 올라갈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반면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지하철 환풍구는 미관은커녕 안전을 고려한 흔적을 찾기 힘들었다. 지하철 4호선 회현역 4번 출구 앞에는 인도 바닥에 세로 3m, 가로 5m가량 되는 환풍구가 설치돼 있다. 15일 오전 중년 남성 6명은 이 환풍구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올라가 대화를 나눴다. 시청역 1번 출구 앞 환풍구 위는 행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환풍구는 바닥에 붙어 있지만 위험 안내 표지조차 없었다.

전문가들은 환풍구 사고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환풍구 위로 걷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환풍구는 지하의 안 좋은 공기를 빼내는 장치라 세균과 먼지 및 악취가 올라오는 곳"이라며 "추락 위험도 크지만 건강을 위해서라도 환풍구 위로 걸어 다니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