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60년 맥도널드 시대 저무나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5. 4. 2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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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서 최대 위기 맞아] 美선 노동자착취 기업 '오명'… 5분기 연속 매출 줄어들어 日 "저급 식자재 쓴다" 외면, 고객수 30% 가까이 급감

전 세계 118개국에서 하루 6900만명이 사 먹는 세계 최대 햄버거 체인 맥도널드가 창업 60주년을 맞아 미국과 일본에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맥도널드에 대한 반감 맨 밑에 공통적으로 깔려 있는 건 '뚱보가 된다는 공포'다. 2004년 미국 독립영화 감독 모건 스퍼록이 맥도널드 음식을 먹고 뚱뚱해지는 과정을 그린 영화 '수퍼 사이즈 미'로 경종을 울렸다. 그 위에 깔린 또 다른 반감은 미국과 일본이 조금 다르다. 미국 소비자들은 '맥도널드가 저임금 노동자를 착취한다'는 이유로, 일본 소비자들은 '못 믿을 식자재를 써서 번번이 사고 치는 회사'라는 이유로 맥도널드를 외면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미국·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15일 미국 200여개 도시에서 '15달러를 위한 투쟁(Fight for $15)' 시위가 열렸다. 맥도널드 창업 60주년 기념일에 맞춰 맥도널드 등 주요 패스트푸드 체인에 근무하는 저임금 노동자 6만명이 북부 보스턴부터 남부 애틀랜타까지, 동부 뉴욕에서 서부 LA까지 곳곳에서 "시급을 인상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15달러를 위한 투쟁'은 2012년 시작됐다. 맥도널드 직영점 종업원은 시간당 9.9달러씩 받고 주당 30시간쯤 일한다. 업무 시간이 불규칙할 뿐 아니라, 6~8월 사이엔 손님이 적어 직원을 줄이는 점포가 많다. 죽어라 일해도 한 해 1만1000달러 안팎을 버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일해도 가난하니까 결국 복지에 기댄다. 워싱턴포스트는 "맥도널드를 필두로 10대 패스트푸드 업체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이 빈곤에 허덕이는 바람에 복지 비용으로 나가는 돈이 연간 38억달러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익은 업체가 챙기고, 대가는 종업원과 납세자가 치르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런 비판이 번지면서 맥도널드 미국 매출은 올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줄었다고 포천은 전했다.

일본은 상황이 더 나쁘다. 지난 16일, 일본맥도널드 홀딩스는 올 연말까지 380억엔 적자를 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2014년 218억엔 적자를 낸 데 이어 '사상 최악의 적자' 기록을 2년 연속 갈아치우게 됐다는 발표였다. 장사 안 되는 점포 131곳을 폐쇄하고, 조기 퇴직 신청을 받고, 사장 월급도 20% 깎기로 했다. 작년 7월 유통기간이 지난 중국산 닭고기를 수입해왔다는 사실이 들통나 고객 수가 30% 가까이 급감한 게 큰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올 1월 햄버거 속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사고가 다시 터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사고 한두 건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위기의 뿌리는 좀 더 깊은 데 있다"고 했다. 저임금 아르바이트생을 써서 값싼 식자재로 고칼로리 햄버거를 잽싸게 만들어 파는 맥도널드 방식에 대해 "세계적으로 역풍이 불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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