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하려 직장도 그만..들썩이는 중국 '개미군단'

2015. 4. 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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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대일로·AIIB 기대감이 기름

상하이 종합지수 4200선 돌파

반년새 증권계좌 1373만개 늘어

2007년 6000 돌파 1년뒤 1800선 ↓

'묻지마' 주식투자 우려 목소리도

중 당국 규제에 열기 식을지 주목

#1. 베이징에 사는 한 20대 회사원은 14일 1만위안(176만원)을 투자해 중국 건축회사 주식 1200주를 샀다. 이 가운데 5000위안은 지인에게 빌린 돈이다. 그는 "이전엔 주식시장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상하이 주가가 4000을 넘기면서 어떤 종목이든 투자만 하면 돈을 잃지는 않을 것 같다"며 "주식에 관심이 없던 친구 한명도 최근에 500위안을 투자해 3000위안을 벌었다"고 말했다. 그가 관심을 가진 종목은 철도, 건설, 항구 관련 주식이다. 그는 "이 종목들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이어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을 아우르는 중국 중심의 경제벨트) 계획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혜택을 볼 것 같다"며 "돈을 벌면 노트북이나 새 휴대폰 등 최신 유행하는 전자제품을 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매일 사무실에서 인터넷을 켜놓고 중국 증시의 등락을 살핀다.

#2. 광둥성 중산시의 한 50대 전직 공무원은 최근 활황인 주식시장에 투자해 톡톡히 이득을 챙겼다. 그는 지난해 주식시장에 300만위안을 투자해 2000만위안을 벌었다. 그의 성공 사례가 알려지자 주변에서는 "쥐꼬리만한 공무원 월급을 받고 생활하느니 지금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투자를 하는 게 낫다"는 말이 퍼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식에 전념하려 공무원직을 사직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중국 주식시장이 불타오르고 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개미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뛰어든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7일까지 4200선을 훌쩍 넘어섰다. 4000선 돌파는 2008년 3월 이후 7년1개월 만이다. 지난해 3234.68로 장을 마감한 것과 견주면 불과 석달여 사이에 800 이상 급상승한 수치다. 정부 당국이 일부 규제책을 내놓은 것도 증시가 과열됐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의 예탁결제원 구실을 하는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는 13일 최근 반년 사이 개설된 신규 증권계좌가 1373만개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광장무(광장이나 공터에서 추는 집단춤)를 즐기던 아줌마 부대들이 대거 증권투자에 몰리기 시작했다거나, 2007~2008년 증시 폭락사태 이후 주식시장에 흥미를 잃었던 투자자들이 다시 투자를 시작했다는 보도도 심심찮게 나온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현재 중국에서 주식을 사는 사람들 가운데 67%는 고졸 이하의 사람들"이라며 "주식투자는 위험한 것이며 금융 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증시의 활황은 중국 정부가 견인했다. 정부의 주요 시책 발표 때마다 가파르게 주가가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를 허용한 후강퉁 제도 시행 뒤 한달 만에 40%가량 올랐다. 이어 중국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내렸다. 부동산 경기 부진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은 증시로 몰렸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의 대대적인 아시아·태평양 지역 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개발을 목표로 한 일대일로 계획이 청사진을 드러냈다. 이를 뒷받침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도 창립회원국만 57개국에 이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투자자들 다수는 철도, 공항, 항공, 에너지 종목의 전망이 장밋빛이라고 본다. 리커창 총리가 경제 구조조정의 주요 분야로 강조해온 창업, 기술 분야도 정부의 지원 아래 유망 투자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중국증권등기결산공사는 13일엔 주식투자자들에게 적용됐던 '1인 1계좌' 제한을 폐지하고 한명이 증권계좌를 20개까지 개설할 수 있도록 하는 조처를 발표했다. 증시 투자를 더욱 쉽게 하고 증권사들 간의 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하도록 하는 증시 부양책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17일 "집 팔아가면서 주식투자를 하지는 말라"고 신중한 투자를 촉구했다. 열기를 조금 식혀야 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이지만, "결코 주식시장을 냉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벤처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중국 정부가 증시를 기업들의 신규 자금 조달처로 중시한다고 분석한다. 상하이의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정부의 정책이나 현재 불황인 부동산시장을 고려하면 증시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묻지마' 주식투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허우안양 첸하이애셋매니지먼트의 투자담당자는 "주식시장에 무지하고 위험관리를 어떻게 하는 줄도 모르는 개인 투자자들이 밀물처럼 몰려들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요동치면 가장 먼저 손해를 볼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고무된 상하이지수는 2007년 10월 6000선을 훌쩍 돌파했다. 전년도에 견줘 3배 이상 폭등한 수치였다. 그러나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1년 사이 1800선까지 폭락한 바 있다. 증시 활황을 견인해온 중국 정부가 일부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열기를 식히려 하고 있지만, 증시로 향하는 개미 군단의 행진을 멈출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베이징/성연철 특파원 sych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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