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자위권 논란 차단나선 일본..불씨는 여전
한미일 3자 안보토의서 "日 요청·韓 동의 필요" 인정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일본이 최근 열린 한미일 3자 안보토의(DTT)에서 집단자위권 행사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우려는 일단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는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한 데 그친 만큼 향후 논란이 일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한미일 3국은 지난 16∼1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DTT 종료 직후 발표한 공동 언론보도문에서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이 "제3국의 주권 존중을 포함한 국제법을 준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한미일은 관례에 따라 '제3국'이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썼지만 이는 한국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회담 과정에서 일본측은 한국의 영역에서 군사활동을 하거나 한국의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군사활동을 할 경우 "일본의 요청과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안보정책협의회에서 일본측이 방위·안보 활동에서 한국의 주권을 존중하겠다고 밝힌 것보다 진일보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이 집단자위권 행사를 둘러싼 한국 내부의 우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일본측의 이 같은 진일보한 입장이 공동 언론보도문에 담기지 않고 회담 과정에서 구두로 언급되는 데 그친 만큼 집단자위원 행사 확대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언제든지 다시 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특히 미일 양국이 이달 말 개정할 방위협력지침에 어떤 표현이 담기느냐에 따라서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관한 우려가 다시 증폭될 수도 있다.
이번 DTT에서 언급된 '한국의 영역'과 같은 말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 가능성도 남아 있다.
정부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던 작년 7월 유사시 한미연합사령관이 설정하는 한미 연합작전구역(KTO) 안에서 우리의 요청 없이는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정부는 공해상이라 하더라도 우리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 인근에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향후 한일 양국의 대화에서 지속적으로 의제로 거론될 수 있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중에도 한일간 안보를 매개로 한 대화는 탄력을 받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에서 연례적인 DTT가 열리기 직전인 이달 14일 한국과 일본은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5년여 만에 한일 2+2(외교·국방) 안보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다음달 열리는 아시아안전보장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측은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열고 싶다는 의사를 거듭 밝힌 상태이지만 정부는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위한 논의도, 계획도 없다는 신중한 입중을 고수하고 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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