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선발 태극마크' 손연재, 어떻게 봐야할까

조영준 기자 2015. 4. 1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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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태릉, 조영준 기자] 손연재(21, 연세대)가 고질적인 발목 부상을 이유로 국가대표 2차전선발전 기권을 선언했다.

손연재는 19일 오전 대표선발전이 열리는 서울 공릉동 리듬체조장을 찾았다. 그러나 발목 부상이 악화돼 경기에 뛸 수 없음을 협회 쪽에 전달했다. 전날 열린 대표 1차 선발전에 출전한 손연재는 72.100점으로 1위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과의 점수 차는 압도적이었다.

이번 선발전은 오는 6월 충북 제천시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선수권대회와 7월 광주시에서 개최되는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뽑는다. 아시아선수권 3명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2명의 인원이 이번 선발전에서 결정됐다. 대회 첫 날과 둘째 날의 점수를 각각 50%씩 반영한다. 이틀에 걸쳐 받은 총점으로 최종 순위가 결정되고 아시아선수권은 1위부터 3위, 유니버시아드는 가장 성적이 좋은 대학선수 2명이 선발된다.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 1위는 천송이(18, 세종고)가 차지했다. 천송이는 1차 선발전(63.800)과 2차 선발전(61.450) 점수를 합친 최종합계 125.250점으로 1위에 올랐다. 122.150점을 받은 이다애(21, 세종대)가 그 뒤를 이었고 이나경(17, 세종고, 118.650)이 3위에 올랐다.

2차 선발전을 기권한 손연재는 첫 날 점수인 72.100점만 반영된다. 손연재는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하나 둘 씩 바꾸고 있다. 그동안 성적만 보면 국내에서 배출한 '역대 최고' 선수로 볼 수 있다. 2012 런던올림픽 5위에 올랐고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는 역대 최고 성적인 개인종합 4위에 올랐다.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 월드컵 대회에서는 12연속 메달 획득 행진을 이어갔다.

누가봐도 국내에서 손연재의 적수는 없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하며 다시 한번 한국 리듬체조 역사를 새롭게 작성했다.

이런 성적 때문에 협회는 손연재를 국가대표로 추천 선발했다. 왼쪽 발목 부상 중인 손연재는 전치 3주의 진단을 받았다. 김수희 리듬체조경기력향상 위원장은 "손연재가 금일 아침 진단서를 제출했다. 위원회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출전하지 않도록 결정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실제로 손연재는 담당 의사로부터 이번 선발전에 출전하면 안 된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하지만 선수는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1차 선발전에서 뛰었다. 월드컵대회와 똑같이 난도를 조절하지 않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손연재는 18일 열린 1차 선발전에서 안정된 연기를 펼쳤다. 그러나 발목 부상이 있는 상태라 손연재의 연기를 보는 이들의 시선은 조마조마했다. 1차 선발전을 마친 손연재는 "부상은 심하지 않다.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발전이 끝난 뒤 손연재의 발목에 다시 무리가 갔고 왼쪽뿐만이 아닌 오른쪽 발목도 심하게 부었다.

결국 손연재는 2차 선발전 출전을 포기했다. 문제는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에 있다. 손연재는 국내 리듬체조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아시아 최강은 물론 리듬체조 강국인 러시아와 동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각종 국제대회에서 상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함께 출전한 후배들이다. 부상이 많은 종목인 리듬체조는 시간이 지날수록 발목과 무릎 그리고 허리 등에 이상이 온다. 시니어 6년 차인 손연재도 경기력과 동시에 부상을 크게 신경써야할 시기가 왔다.

이러한 '선수 보호' 방침 차원에서 2차 선발전 기권을 할 이유는 있다. 하지만 당초 예정된 1,2차 선발전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현재는 은퇴한 신수지(24)와 김윤희(23) 등도 몸이 심하게 아픈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이번 선발전에 함께 출전한 후배들 중 안 아픈 선수는 드물다.

일정이 빡빡한 손연재에게 국내 선발전은 큰 의미가 없다. 대회 첫 날 손연재와 2위 천송이의 점수 차는 무려 8.300점이었다. 그러나 기왕 출전한 선발전을 하루만 소화하고 둘째 날 경기를 포기한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다. 손연재 만큼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낸 국내 선수는 없다. 그동안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과 기량을 생각하면 손연재의 태극마크 유지는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대표 선발전은 출전 선수가 동등하게 대표로 뽑혀야 되는 자리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의 추천 선발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이런 사례가 반복된다면 선발전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의 형평성은 떨어진다.

손연재는 지난 3~4년 동안 국제대회에 꾸준히 참여했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기복 없는 경기력을 펼쳤다. 한국 리듬체조를 대표해온 손연재는 후배들의 '롤모델'이 됐다. 경기에 뛸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한 선수에게 경기를 강요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을 지켜보는 후배들을 생각할 때 한 종목만 경기를 펼쳤다면 어땠을까. 리듬체조 매트는 잘하는 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다.

[사진] 손연재 ⓒ SPOTV NEWS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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