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터뷰] 수현이 말하는 할리우드, 어벤져스, 그리고 도전ing

2015. 4. 1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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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 | LA(미국)=서보현기자] "클라우디아!!!"

14일(한국시간), LA 돌비극장 앞. 그녀가 첫 발을 내딪었다. 할리우드 입성, 아니 마블의 세계에 처음으로 존재를 드러냈다.

수많은 시선들이 그녀를 쫓았다. 그리고 "클라우디아"라는 이름을 외치며 손을 내밀었다. 클라우디아 킴, 그녀는 한국배우 수현이었다.

배우 수현이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월드프리미어에 참석했다. '어벤져스2' 배우 자격으로 당당히 레드카펫을 밟았다.

"1년을 기다렸던 순간이에요. 정말로 환상적입니다."

할.리.우.드. 수현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더 넓은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이날의 레드카펫은, 배우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그 날, '디스패치'가 수현을 만났다.

◆ "이 오디션이 '어벤져스' 였다니!"

LA 프리미어 3시간 전, 수현은 담담해 보였다. 긴장도, 부담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벤져스'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조금씩 상기되기 시작했다.

기억은 자연스레 오디션 때로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2013년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그 때는 "영화 대본을 받은 것 자체에 감사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할리우드 영화라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었어요. 어떤 영화인지, 감독이 누군지, 모든 게 비밀이었죠. 배우에 대한 제 신념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이 오디션에는 수현 외에도 수십 명의 여배우가 참석했다. 물론 이름만 대면 알만한 톱스타도 있었다. 그는 인지도 차이를 극복하고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

마지막 단계에서 조스 웨던 감독의 작품인 것을 알게 됐다. '뱀파이어 해결사'(조스 웨던 감독)의 왕팬이었던 그. 존경하는 감독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다.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욕심은 내려 놓았어요. 그보다 웨던 감독을 만났고, 그의 작품을 오디션 봤다는 것에 의의를 뒀습니다. 정말 황홀했고 감사했거든요."

◆ "마블의 신데렐라가 되다"

이듬 해 1월, 수현은 마블의 연락을 받았다. '마블의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인사였다.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마블의 신데렐라 탄생이었다.

"제 생일 즈음에 캐스팅 소식을 들었어요. 최고의 생일 선물이었죠. 기분이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이제 내가 진짜 잘해야한다'는 것 정도?"

그로부터 2개월 뒤, 마블은 수현의 합류를 공식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신인에 가까운 그였기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모두 마블의 식구가 된 비결을 궁금해했다.

수현은 "전형적인 아시아인의 외형은 아니라는 점을 좋게 본 것 같다"면서 "아무래도 큰 키가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며 자신을 낮췄다.

수많은 배우가 꿈꿨던 자리였다. 할리우드 중의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수현은 자만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할리우드에 진출한 선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금까지 수많은 한국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했잖아요. 전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그 분들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해줬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할리우드, 절대 욕심내지 않기"

수현은 곧장 할리우드로 날아갔다. 그곳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마크 러팔로, 스칼렛 요한슨 등 내로라 하는 할리우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데뷔 10년차 배우(지난 2006년 '게임의 여왕'으로 데뷔. 이후 '도망자 플랜B', '스텐바이', '브레인' 등에 조연으로 출연했다)지만, 진짜 데뷔하는 기분이었단다.

하지만 감당하기에 버거웠던 순간들도 있었다. 나홀로 할리우드의 환경과 문화에 적응해야 했다. "롤러코스터 같았다"고 말할 정도로 '업&다운'을 겪었다.

"정말 큰 행운이었죠. 그러나 제가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었습니다. 주위의 많은 기대가 부담이 되기도 했어요. '영화에 잘 나와야 할텐데'라는 생각?"

순간 순간 지칠 때 마다 수현은 웨던 감독과의 최종 오디션을 떠올렸다. 욕심도, 계산도 없이, 작품 하나만 바라봤던 순간이었다.

"순수했던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전 거대한 작품의 한 일원이니까요. 제 것을 바라지 않고 제게 주어진 몫을 충실히 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 "어벤져스2, 어벤져스를 넘을 것"

약 1년의 촬영과 기다림 끝에 '어벤져스2'가 완성됐다. 개봉까지 불과 일주일도 안 남은 상황. 하지만 수현의 캐릭터는 지금까지도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그가 맡은 역할은 헬렌 조. 유전공학 박사로 어벤져스의 조력자다. 마블 코믹스에는 나오지 않는 캐릭터로 천재 해커 아마데우스 조의 엄마 역할로 알려진다.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수현은 조심스러워 했다. 아직은 그 어떤 것도 확답할 수 없다는 것. 관객들이 직접 눈으로 지켜봐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마블 영화들은 코믹북에 기반을 두죠. 하지만 많은 부분들이 감독에 의해 재창조됩니다. 저 역시도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어요. 영화로 확인할 수 밖에요."

대신 영화 '어벤져스2'에 대한 확신은 대단했다. 전편은 물론, 관객의 기대를 뛰어 넘을거라고 자신했다. 이어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팁(Tip)도 남겼다.

"예상을 뛰어넘는 창조적인 내용이 가득합니다. 기대, 그 이상일거에요. 그리고 유머 코드를 충분히 즐겨주세요. 그게 마블 영화의 매력이니까요."

◆ "수현이 꿈꾸는 미래의 수현은?"

수현은 본격적인 할리우드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미드 '마르코 폴로', 영화 '이퀄스'에 잇따라 캐스팅됐다. '어벤져스2' 발탁이 행운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마르크 폴로'에서는 활동적인 모습을, '이퀄스'에서는 잔잔한 분위기를 연기합니다. 응원해주세요."

그는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한 길을 걸을 생각이다. 당장의 스포트라이트가 아닌, 스스로에게 양분이 되는 작품을 쌓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시아 배우가 할리우드 작품에 계속 출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이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신중히, 그리고 열심히 도전하겠습니다."

꼭 할리우드에 국한된 건 아니다. 국내에서도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한계를 두지 않고 도전하는 것, 그게 수현이 꿈꾸는 자신이다.

혹자는, '영화'를 보지 않고 '초'를 잴지 모른다. 그의 연기보다 그의 분량에 초점을 맞출지도 모른다. '수현 몇 분 나왔다'는 폄하 기사도 쏟아질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수현은 도전 ing라는 사실이다. 완성형 배우가 아니라 진행형 배우라는 것이다. 다음은 그녀의 마지막 말이다.

"배우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건 큰 행운이죠. 제가 할 역할이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도전할 겁니다. 그 도전은 충무로에서도 할리우드에서도 계속될 겁니다."

▶ 다음은 LA 월드 프리미어 포토월 현장입니다.

<사진 | LA(미국)=송효진·박인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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