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5.6%가 장애인인데도 재활·사회제도는 '미흡'

입력 2015. 4. 19. 12:02 수정 2015. 4. 19.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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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재활원, 장애인 사회 복귀 돕는데 역량 '집중' 장애 환자 대다수는 요양병원서 치료

국립재활원, 장애인 사회 복귀 돕는데 역량 '집중'

장애 환자 대다수는 요양병원서 치료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 온 세상이 어두워졌다. 손에 쥐어진 것은 시각장애인용 흰 지팡이 하나. 이제 믿을 것은 이 지팡이와 바닥의 시각장애인 안내용 점자블록 뿐이다.

정지해있는 버스를 타고 내려 가벼운 내리막길을 거친 후 횡단보도를 건너는 짧은 여정. 쓰레기통에 부딪쳤다가 우체통을 껴안고 넘어질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차량진입 방지턱이 무릎을 강타한다.

더듬거리며 버스를 탔다가 내리고 나서 남은 것은 횡단보도 건너기. '띠~' 하는 벨소리가 들릴 때 건너면 되지만 어디가 앞인지 알 수 없어 망설이다가 결국 건너지 못했다. 몇 차례 용기를 내서 감행한 횡단. 길을 건너는데 성공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안대를 벗었지만 그사이 이동한 거리는 기껏해야 20m 정도였다.

기자가 지난 15일 서울 강북구 국립재활원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공무원들과 장애인 프로그램에서 몸소 겪은 경험이다.

장애인 체험 프로그램은 예상보다 몇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저 '체험'인 까닭에 장애인의 고통을 느껴봤다고 말할 수는 없다. 기껏 5분 남짓한 체험과 진짜 장애 사이에는 '5분'과 '평생'의 차이 만큼 아득한 거리감이 있다.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국립재활원은 막 장애요인이 발생해 재활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병원이다.

4만5천810㎡의 넓은 부지에 300병상을 갖췄으며 최고 수준의 의사 22명이 환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다. 여기에 로봇 재활 기기 등 최첨단 재활 의료 기기도 갖췄으니 막 장애를 입은 환자들이 대부분 찾는 요양병원과는 말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다.

◇ "퇴원 즉시 원만한 사회복귀 도와주는게 목표"

국립재활원은 질 높은 재활 의료 서비스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장애인들이 원만하게 사회에 복귀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돕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병원 안의 재활 의료를 넘어서 재활 치료의 범위를 장애 환자가 퇴원한 후의 병원 밖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2014년 기준 장애인 인구는 전 국민의 5.6%에 해당하는 273만명이다. 국민 100명 중 5~6명 꼴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것은 장애인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이 일상 생활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장애 상태에 맞는 보조기의 제작을 도와주고 덜 불편하게 집 밖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차량을 개조해준다.

퇴원 후 생활 공간이 될 집을 장애인에게 맞도록 고쳐주는 것도 국립재활원의 역할이다. 물론 재활 의료를 통해 환자의 운동 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노력도 병행된다.

이성재 국립재활원장은 "모든 입원 환자들에게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가동해 퇴원 즉시 사회복귀가 가능하도록 장애인들의 사회적응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이 사회에 나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장애인의 사회 복귀를 돕는 일은 진정한 장애인 복지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 사회 복귀 비용은 장애인의 몫…요양보험 급여만으론 한계

최근 퇴원한 30대 후반 남성 A씨의 사례를 보면 국립재활원의 사회복귀 지원 활동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뇌졸중으로 전신마비 가까운 장애가 발생한 A씨에게 이 곳 의료진은 자세 유지와 근력 강화에 초점을 두고 3개월여간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를 실시했다. 그 덕분에 A씨는 휠체어를 타고 간단한 동작을 직접 수행할 수 있게 됐다.

A씨가 타게되는 휠체어는 전동 휠체어로 A씨의 몸 상태에 맞게 개조된 것이다. 국립재활원은 A씨가 퇴원 후 탈 승용차를 A씨에 맞도록 구조 변경하는 것을 도왔고 A씨가 살게될 집을 방문해 생활에 최대한 불편이 없도록 수리하도록 조언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목 움직임 정도만 가능했던 A씨는 국립재활원의 도움을 받으며 과거와 달라진 세상에 발을 내딛는 용기를 냈다.

국립재활원 사회복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전동 휠체어 구입과 개조, 차량과 주택 개조에 드는 비용은 대부분 A씨 개인이 부담했다. 다른 환자들에 비해 그나마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장애인들이 의자, 보조기, 휠체어, 자세보조용구 등을 일부 혹은 전부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장애인들이 필요한 도움을 충족시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휠체어나 차량 등을 장애인의 몸에 맞도로 개조하는 데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 민간병원은 돈안되는 재활·사회복귀 지원 '외면'

국립재활원이 한국에서 재활을 전담하는 유일한 국립 의료 기관이라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사설 의료기관과 국립재활원의 의료 수준 차이가 크다는 인식 때문에 국립재활원에서 치료받기를 희망하는 환자(장애인)들이 많아 입소를 희망하는 사람은 적지 않은 시간을 대기해야 한다.

막 장애를 입은 환자들의 대부분은 요양과 재활 치료의 개념이 섞여 있는 요양병원으로 향한다. 종합병원에도 재활의학과가 있는 곳이 많기는 하지만 주로 급성기 치료 위주라서 상태가 어느 정도 호전이 되면 퇴원을 해야 한다.

문제는 상당수의 요양병원이 재활보다는 요양에 초점을 맞춰 운영되고 있다는 데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현재 전체 요양병원 1천339곳 중 재활 진료를 하는 곳은 절반 수준인 708곳에 불과하다. 전체 요양병원에 근무 중인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420명으로, 재활 진료를 하는 요양병원의 수보다 적다. 재활 진료를 한다면서도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요양병원에서 재활 후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지원받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형편이다.

한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재활 치료는 병원 입장에서는 그다지 '돈'이 되지 않아서 재활을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이 많지 않다"며 "반면 요양병원은 환자를 오래 데리고(입원시키고) 있어야 수익이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성재 원장도 "민간병원은 보상을 받을 길이 없는 까닭에 사회 복귀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만들어 병원들이 사회 복귀 프로그램에 적극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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