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와 스포츠⑦] 인생 가장 큰 시련에 부딪친 박승희가 꿈꾸는 평창, 그 이후

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사진 2015. 4. 1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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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동계올림픽 3000m계주, 1,000m 금메달, 동계올림픽 500m, 1,000m, 1,500m 동메달, 세계선수권 금메달 7회 동계아시안게임 1,000m 금메달….'

올림픽 금메달만 두 개, 세계 두 번째이자 한국 여자선수 최초의 쇼트트랙 4종목(500m, 1,000m, 1,500m, 3,000m계주)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쇼트트랙 선수라면 한번쯤 꿈꿔볼만한 인생을 고작 22세의 나이에 모두 이룬 것.

이쯤 되면 정상을 굳히기 위해 다시금 올림픽에 도전하거나 완전히 은퇴를 한 뒤 남은 인생을 여유롭게 살아도 될 것 같다. 그러나 박승희(23·화성시청)의 선택은 달랐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전향에 도전한 것. 그리고 '쇼트트랙 여제'에서 곧바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로 성공적인 데뷔시즌을 마쳤다.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던 4월 중순, 사상 최초의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동시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대업을 꿈꾸는 박승희를 만났다.

▶쇼트트랙 여제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사연

지난해 10월, 빙상계는 들썩였다. 약 8개월 전만해도 올림픽 2관왕을 해냈던 박승희가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곧바로 치러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00m 2위까지 오르며 곧바로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가 됐다.

"소치 올림픽 이후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예전부터 소치까지만 하고 은퇴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실제로 소치를 마치니 더 하고 싶은 마음이 적어졌어요. 그렇게 서서히 쇼트트랙 은퇴를 생각하면서 2~3개월을 쉬던 중에 재미로 타본 스피드 스케이팅이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처음엔 전혀 전향의지가 있었던 건 아닌데 타면서 즐기다 보니 국가대표까지 됐네요."

그냥 좋아서 시작했지만 곧바로 국가대표가 되자 박승희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쇼트트랙 올림픽 2관왕이 종목 전향이라는 이색적인 선택을 하자 응원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박승희는 "제가 좋아서 한 건데 응원과 기대를 많이 해주셔서 부담감이 크기도 해요. 2015~2016시즌은 더 준비를 잘해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죠"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상화? 제가 비교 안 돼…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관통 중

아무래도 한국의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여제는 이상화다. 박승희의 종목 전향과 함께 이상화와는 항상 같이 언급돼 왔다. 그러나 박승희는 "전 고작 1년밖에 스피드 스케이팅을 하지 않은 선수예요. 이 종목 최고 선수인 상화 언니와의 비교자체가 될 수 없죠"라며 겸손해했다. 박승희의 머릿속에는 올림픽 2관왕의 영광은 지워진 채 오직 스피드스케이팅만 생각 중이었다.

박승희의 머릿속에는 올림픽 2관왕의 영광은 지워진 채 오직 스피드스케이팅만 생각하고 있다.

"사실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바로 지금이에요. 물론 쇼트트랙 선수 시절에 부상도 당하며 힘들었지만 그건 오래하다 보니 해결책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이라는 완전히 다른 분야를 새롭게 하다 보니 수많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어 힘들어요. 솔직히 머릿속에서 쇼트트랙은 완전히 잊었어요. 다른 분들이 그 당시의 저를 기억해주시면 좋긴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에만 집중해서 가끔씩 그때가 생각조차 안 날 때가 있어요. 여전히 배울 게 많다는 사실이 절 기쁘게 하지만 결코 쉽지 않네요."

▶상흔으로 남은 소치 500m의 기억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까지 올랐지만 여전히 팬들이 박승희를 기억하는 장면은 2014 소치 올림픽 500m 결승이다. 좋은 경기를 펼치던 박승희는 영국 선수의 반칙으로 인해 넘어지며 순식간에 최하위로 처지고 말았다.

두 번이나 넘어지며 끝까지 레이스를 펼친 모습은 국민들의 가슴 깊이 남았고, 최하위로 들어왔지만 영국선수의 실격으로 인해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동메달은 한국 쇼트트랙에서 16년 만에 나온 메달이었을 정도로 경사스러운 일이었다.

"이제 쇼트트랙에 미련은 전혀 없지만 그 경기에 대한 기억만큼은 미련이 남고 아쉬워요. 제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전 어릴 때부터 500m만을 바라보고 500m에서 금메달을 따는 꿈을 꾸며 운동을 했어요. 하지만 단 하나의 장면 때문에 금메달에 실패했고 요즘에도 문득 그 장면이 떠올라요. 저에겐 평생의 상흔이기 때문에 그 경기를 다시 보지 않아요."

박승희가 상흔으로 남았다는 '그 장면'(왼쪽)과 시상식에서 끝내 눈물을 흘린 박승희의 모습. ⓒAFPBBNews = News1

그 장면을 만회할 수 있을지를 묻자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메달을 따면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답하는 박승희는 2018 평창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대표로 출전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만약 박승희가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올림픽 메달을 따게 된다면 빙상사에 '쇼트트랙-스피드 스케이팅 두 종목 메달'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전 정말 동메달이라도 땄으면 좋겠어요. 높게 잡아서 동메달이에요. 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절망하지는 않을거예요. 전 즐기기 위해 스피드 스케이팅을 시작했기 때문이죠. 제 행복에 메달보다는 즐기는 것이 더 중요해요."

▶선수는 외모로 판단하지 말라

박승희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은 '미녀 스케이터'다. 실제로 박승희의 참한 미모는 실력과 외모 모두를 갖춘 경우이기에 많이 회자되기도 한다. 박승희는 "'미녀'라는 수식어는 정말 부끄러워요. '내가 이런 말을 언제 들겠나'하는 생각에 좋긴 하지만 민망해요"라며 한없이 쑥스러워했다.

그런 그녀도 여성선수를 외모를 우선시해서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단호한 의견을 피력했다.

"외모로 선수들이 평가 받는 일은 정말 잘못된 일이죠. 그건 아니죠. 운동선수면 운동만 잘하면 되는 게 맞아요. 잘하는 선수들이 이런 이유로 상처받는 경우가 있을 거예요. 전 대중의 반응이나 인터넷 상에서 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아요. 저에게 중요한건 오직 경기력뿐이죠."

[끝내 2014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환히 웃는 박승희 모습. ⓒAFPBBNews = News1]

▶평창, 그 이후의 삶

2018 평창 올림픽을 끝으로 선수 은퇴를 단언한 박승희는 전혀 색다른 분야에서 남은 삶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제가 패션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아요. 옷이 마냥 좋아서 직접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부터라도 운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공부를 해야죠. 운동이 인생에 전부는 아니잖아요. 다른 것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분들은 '하고 싶은 것만 너무 쫓는거 아니냐'고 하시는데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해요."

평창 올림픽까지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로 메달 도전을 하는 박승희는 과연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을까.

"전 후배들에게 '위대한 선수'보다는 긍정적이고 밝게 열심히 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닮고 싶은 선배가 된다면 더 좋겠죠. 그리고 어릴 때부터 너무 운동만하다 보니 평범한 삶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그저 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들과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 저도 직장도 다니고 결혼도 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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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미디어 이재호 기자 jay12@hankooki.com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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