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수원: 박주영에 빠진 서울, 승리에 빠진 수원

홍재민 입력 2015. 4. 19. 10:09 수정 2015. 4. 1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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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투=수원] 2015시즌 K리그 클래식 7경기가 지나갔다. FC서울은 박주영이란 화제를 만들었다. 라이벌 수원은? 승리를 만들었다.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시즌 첫 슈퍼매치가 열렸다. K리그 클래식 7라운드였다. 2015시즌은 개막전부터 성공적 관중 동원, 공짜표 없애기 등 긍정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베스트셀링 상품인 첫 슈퍼매치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레 커진다.

팬들의 기대감은 경기를 치러야 할 당사자들에겐 부담감으로 바꿔 가해진다. 두 팀 모두 다음주중 AFC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른다. 수원은 지난 시즌 슈퍼매치 열세(1승3패)를 뒤집어야 한다. 서울은 올 시즌 초반 부진(2승1무3패)을 털고 싶다. 슈퍼매치 승리만큼 명약이 없다. 진다면 맹독으로 변질된다.

경기 전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묵념이 있었다. 킥오프 후부터 304초간 무(無)응원이 바닷속 영혼들을 달랬다. 2만6천여명이 들어찬 거대한 경기장에서 선수들의 콜 소리만 들렸다. 축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나서야 경기는 우리가 알던 슈퍼매치로 돌아왔다.

조용한 22분이 지나 수원의 선제골이 나왔다. 몸살 감기 환자 이상호가 득점자라서 수원 팬들은 기뻤다. 이타적으로 변신한 정대세의 도움이라서 수원 팬들은 더 짜릿했다. 크로스의 주인공이 염기훈이라는 사실은 보너스였다.

슈퍼매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반 종료 직전 김현성이 수원 측 아크에서 프리킥을 얻어냈다. 수비벽에 선 김현성은 몰리나의 킥 순간 허리를 앞으로 깊게 숙였다. 기막히게 슈팅은 김현성의 상반신이 있었던 공간을 관통했다. 서울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라이벌의 자격을 입증했다.

하프타임 타사 기자와 수다를 떨었다. 화제는 김현성이었다. 아쉬운 슈팅이 있긴 했지만 서울에서 김현성이 가장 돋보였다는 점에 동감했다. 김현성은 실전 경험이 필요했다. 그러나 후반전 김현성은 대형 스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 현실은 1989년생 스트라이커에게 냉혹했다.

4월8일 수원은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4차전에서 브리즈번을 3-1로 제압했다. 후반 7분부터 21분 사이에 3골을 몰아쳤다. 수원의 집중력은 슈퍼매치에서 재현되었다. 후반 3분과 7분 염기훈(발목이 아프다며?)과 이상호가 연달아 골을 넣었다. 몇 분까지 팽팽했던 승부는 순식간에 수원의 독무대로 바뀌었다.

서울의 유일한 희망은 하프타임 교체투입된 박주영이었다. 당연한 기대였다. FC서울과 최용수 감독 그리고 팬들에게 박주영은 특별하기 때문이다. 슈퍼매치에서 해트트릭을 터트린 적이 있는 골잡이, 유럽에서 돌아온 슈퍼스타이다. 존재감만으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FC서울에게 박주영은 그런 이름이었다.

그러나 헛된 기대였다. 박주영은 우리가 알던 그 박주영이 아니었다. 혼자 힘으로 기회를 만들고 골을 넣었던 '옛날' 박주영은 없었다. 동료들도 그가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다. 최용수 감독은 "멀리 보고 있다"라고 하지만 최소한 이날 슈퍼매치는 그 '멀리'가 아니었다.

'가까이'에서는 정대세가 찬란하게 빛났다. 후반 21분 정대세는 절묘한 타이밍 포착으로 눈앞의 김진규와 그 뒤에 있는 김용대를 한꺼번에 무력하게 만들었다. 쉽게 보기 힘든 압도적 골 장면이었다. 후반 44분 정대세는 염기훈의 패스를 논스톱으로 때려 "내 축구 인생 베스트매치"(경기 후 본인 코멘트)의 대미를 장식했다.

축구에서 5-1 스코어라인은 드물다. 슈퍼매치에선 더 그렇다. 어떤 힘이 작용한 걸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2015시즌을 시작하면서 서울이 한 것은 딱 한 가지였다. 박주영 영입이다. 옛날 스타를 이용해 옛날 활약과 옛날 마케팅 효과를 기대했다. 팀보다 박주영의 컨디션을 어떻게 되살린 것인지가 더 큰 과제였다.

서울의 모든 에너지가 박주영에게 집중되는 동안 수원은 팀으로 싸웠다. 별다른 영입 없이 강해졌다. 스타 파워를 앞세웠던 과거의 수원은 지금 팀이 되었다. 정대세는 옆으로 돌아가는 염기훈을 보고, 염기훈은 공간으로 쇄도하는 정대세를 본다. 후반 윤일록의 완벽한 슈팅을 김은선이 몸을 던져 막아낸다. 고요한의 슈팅을 백업 골키퍼 노동건이 막아낸다. 서울의 저항은 염기훈의 허벅지에 발도장을 찍는 일뿐이었다.

심하게 기울어진 슈퍼매치는 이례적이다. 그러나 슈퍼매치도 결국 축구 경기다. 최소한 축구의 상식이 통하는 90분이다. 그래서 5-1은 필연적이었다. 스타 한 명에 집착하는 팀과 11명 모두가 동료를 생각하는 팀이 싸웠기 때문이다. 서울을 폄하하진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2015시즌 서울은 수원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글=홍재민, 사진=FA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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