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기 여고생의 눈물 "유족이 투사가 되고 있다"

입력 2015. 4. 19. 10:05 수정 2015. 4. 1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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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내치 포기한 대통령에 보내는 시민들의 마지막 경고메시지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경찰버스가 시위대에 의해 박살나고, 학생들이 경찰버스 위에 올라 '세월호' 깃발을 흔들고,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이 공중에서 난무하는 일이 18일 서울 광화문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했습니다.

경찰 병력 1만여 명은 그 자체로 벽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진격의 시위대는 '바리케이드'를 넘어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시위대가 경찰 바리케이드를 넘은 것이 지난 MB정부 광우병 촛불집회 이래로 두 번째라고 합니다.

▲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집회 참여자들이 18일 오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 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오후 2시경 세월호 유가족 연행 소식에 서울광장 세월호 참사 추모행사에 모였던 3만여 명의 시민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광화문 누각을 향해 진격했습니다. 누각까지 가진 못했지만 이들은 경찰을 밀어내고 광장을 점거했습니다. 이날 하루'유민아빠' 김영오씨를 포함한 유가족 및 시민 100여 명이 연행됐습니다. 이들은 서울시내 10개 경찰서로 이송됐다고 합니다.

날이 어둑해지면서 시민들과 경찰의 몸싸움은 격렬해졌습니다. 한 학생은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거냐"며 주변에 앉아있던 집회 참여자들을 독촉했습니다. 경찰은 "물포2호 1시 방향 정조준하세요"라며 물대포를 쏴댔고요. 그들 머리 위로 물대포가 뿌려지면 학생들은 잠시 물러났다가 다시 모여 차벽 무너뜨리기를 시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오후 10시 5000여 명의 시민들은 "유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끝까지 지켰습니다. 시민들은 30여 분 뒤 광화문 광장에 들어선 유가족 30여 명과 집회 참가자 100여 명을 박수로 맞이했습니다. 유가족들은 지난 16일 오후부터 광화문 누각 앞에 고립돼 있었습니다.

어떤 유가족은 부축을 받으며 어렵게 광장에 발을 딛였고, 또 다른 유가족은 환호하는 시민에게 고개를 숙이고 거듭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이 현장을 지켜본 한 여고생은 연신 소매로 눈가를 훔치며 "유가족들이 투사가 되는 현실이 비참하다"고 밝혔습니다.

유가족과 함께 격렬한 집회를 마다하지 않는 고마움 때문이었을까요. 격앙된 모습으로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여기 계신 분들이 물대포와 캡사이신 최루액을 맞고 고생하셨는데 저는 캡사이신만 먹었다"며 "제가 더 많이 당해야 하는데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습니다.

유가족들은 경찰의 진압이 거세질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것 같습니다. 전 위원장은 "저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전까지) 국가를 상대로 싸워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싸워보니 대한민국 국민들이 얼마나 핍박받고 살았는지 알겠다.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다면 국민들과 함께 안전하고, 인간의 존엄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 것"이라며 다짐했습니다.

정작 유가족과 시민들이 찾아가려는 집 주인은 이 나라에 없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남미 4개국 순방 중입니다. 그가 내치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 정부에 대한 불신과 반감, 그리고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성완종 리스트'가 정가에 태풍을 몰고 왔고,정부는세월호 무대책에 비롯된 성난 민심을 달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정 공백 상태의 연속입니다.

오는 24일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개악 저지, 공무원연금 개악 중단과 공적연금 강화, 최저임금 1만원 쟁취, 노동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합니다.

검찰은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무관용 원칙을 관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세월호 침몰사고 1주기와 맞물려 집회의 규모와 세기는 더욱 커질 것이고요. 유혈 충돌이 예상됩니다. 혼돈의 4월, 이 난국의 시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일 겁니다. 더 이상 유가족을 투사로 만들지 않길 바랍니다.

▲ 경찰버스 위에서 한 시민이 시위대를 향한 경찰의 물대포에 항의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 파손된 경찰버스 내부의 모습. ⓒ미디어오늘
▲ 파손된 경찰버스의 외부 모습. ⓒ 미디어오늘
▲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8일 오후 11시, 오는 24일 시작되는 총파업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분노한 노동자와 시민들이 세월호와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오늘
▲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피켓을 들고 있다. ⓒ미디어오늘
▲ 이날 오후 10시 5000여 명의 시민들은 "유가족을 만나고 싶다"는 구호를 외치며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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