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공무원시험 최고 경쟁률 734:1..잔인한 4월의 청춘들

김용태 기자 입력 2015. 4. 18. 13:18 수정 2015. 4. 18. 14: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18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국가직 9급 공개채용 필기시험이 치러졌습니다. 3,700명을 뽑는데 19만천명이 지원해 평균 51: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교육행정분야엔 10명 선발에 7,343명이 지원해 734대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들러본 서울 노량진 고시촌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서서 컵에 담긴 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시간을 아껴가며 공부하는 많은 청춘들을 만났습니다. 한 응시생은 지난해에도 봤지만, 올해도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내년 합격을 목표로 한다고 말하더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직은 부족한 것 같다며

덤덤하게 돌아서던 뒷모습이 기억납니다.

공무원 좋죠. 안정된 직장이 주는 매력도 있고 국가를 위해 봉사한다는 보람도 가질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이 많은 청춘들이 공무원이 '꼭' 되고 싶었던 걸까요? 더 역동적이고 도전해 볼만한 직장이, 더 솔직히 갈만한 정규직이 얼마 없기 때문이 아닐까요?

지난 수요일엔 서울의 한 대학교 캠퍼스를 찾아갔습니다. 소위 SKY는 아니자만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이었습니다. 캠퍼스의 봄은 보기 좋았습니다. 봄꽃이 만개했고, 신입생들은 재잘대며 캠퍼스를 활보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그늘은 있더군요. 걱정 많은 취업준비생들입니다. 4학년도 있고, 졸업을 미뤄놓은 학생도 있고, 졸업생도 있었습니다. 무거운 가방을 메고 도서관 계단을 내려오던 한 학생을 만났습니다.

공대생인 자신은 '요즘 인턴 원서를 여러곳에 넣어놓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아직 합격 연락을 받은 곳은 없다면서 말이죠. 정식 직장은 아니지만 인턴도 기회라는 생각에서 다들 많이 준비를 하기 때문에,

인턴자리도 하늘의 별따기 라고 했습니다. 직장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 들어가기 위해 경쟁하는 학생들이 안쓰러웠습니다. 하긴 요즘은 취업스터디에 들어가기 위해, 별도로 공부를 해야 한다죠. 힘든 청춘들입니다.

또 다른 학생은 30살이지만,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동기들은 다 학교를 떠났다면서 씁쓸하게 웃더군요. 졸업 유예. 졸업생보다는 재학생이 취업에 유리한단 생각 때문에 졸업을 1,2년씩 미루는 경우가 꽤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3월 취업자수는 1년 전 보다 33만 8천 명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증가 폭은 22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칩니다. 15세에서 29세까지 청년 실업률은 10.7%에 달했습니다. 3월 청년실업률로는 15년 만에 가장 높았습니다. 이런 통계지표를 받아들고 둘러본 현장은 이 수치들보다 더 심각해 보였습니다. 정부는 이 통계가 나온 날 이렇게 말했습니다."작년 고용흐름의 영향으로 1분기 증가세가 소폭 둔화됐으나 기저효과 완화와 완만한 경기회복으로 고용호조세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쉽게 풀면, 작년에 좋아서 올해 상대적으로 안 좋아 보이는 것이지만 계속 좋아질 것이란 뜻입니다. 이 말이 맞길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런데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습니다. 담뱃값 상승효과를 제외한 물가는 마이너스 상태. 그만큼 경제에 활력이 없는 상탭니다. 내수가 살아나는 속도는 아주 더디고, 여기에 그나마 버텨오던 수출마저 3년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내수 기업이든 수출 기업이든 장사가 잘 돼야 사람을 더 뽑을 수 있을텐 데 말입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이 30대 그룹의 올해 신규 채용계획을 취합해보니 지난해 보다 6.3%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취업문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거죠.

불경기 외에 청년취업을 가로막는 또 하나의 장벽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젭니다. 정규직-비정규직 차별이 대표적이죠 . 눈높이에 맞지 않는 직장을 가느니, 구직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청년들이 아직도 적지 않다는 얘깁니다.이 차별을 줄이고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늘려 주자던 노사정 협상도 좌초됐습니다. 3월말로 약속했던 시한을 넘기더니 지난주 노사정 대타협은 결렬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주려면, 경기를 살리고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선명한 결론이 나오는데, 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문젭니다. 한국은행에 이어 IMF와 LG경제연구원 등 민간연구소에서도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낮추는 상황이라 더욱 걱정이 큽니다. 아프니까 청춘이라고는 하지만, 우리 청춘들에게 4월은 참 잔인한 계절입니다.김용태 기자 tai@sbs.co.kr

Copyright©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