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아시아 투수들, 이대로 괜찮을까

스포츠팀 입력 2015. 4. 18. 10:02 수정 2015. 4. 18.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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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TV NEWS=박민규 기자]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아시아 출신 선발 투수는 7명(한국 1명, 일본 5명, 대만 1명)이다. 2007년(7명) 이후 가장 많은 수의 아시아 출신 선발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투구를 펼쳤다.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10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들은 총 182명으로 그 중 아시아 선발 투수들의 비중은 3.84%였다(2007년 3.86%). 2007년 이후 아시아 투수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가 2012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 2007년 이후 10GS 이상 기록한 MLB 투수 중 아시아 투수 비중

2008년(한국:1명, 일본:2명, 대만:1명/전체 170명, 2.35%)

2009년(한국:0명, 일본:4명, 대만:0명/전체 183명, 2.19%)

2010년(한국:0명, 일본:4명, 대만:0명/전체 177명, 2.26%)

2011년(한국:0명, 일본:1명, 대만:1명/전체 179명, 1.11%)

2012년(한국:0명, 일본:4명, 대만:1명/전체 184명, 2.71%)

2013년(한국:1명, 일본:3명, 대만:1명/전체 185명, 2.70%)

2014년(한국:1명, 일본:5명, 대만:1명/전체 182명, 3.84%)

객관적인 기록만 놓고 본다면 아시아 선발 투수들 사이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시즌은 지난 해였다. 류현진, 다르빗슈, 다나카가 부상으로 30경기 이상 등판하지 못했지만 이 세 투수가 기록한 f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 팬그래프닷컴 기준)은 무려 10.6이었다. 39세로 가장 연장자였던 구로다(fWAR 3.4)는 무려 199이닝을 소화했으며 이와쿠마(fWAR 3.1) 역시 179이닝 동안 볼넷 21개만을 내주는 짠물 피칭의 진수를 보여줬다. 13경기에 선발 등판한 와다(fWAR 0.9) 역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대만 출신인 첸웨인(fWAR 2.4)은 16승을 거두며 볼티모어 선발진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렇게 아시아 선발 투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친 지난 시즌이었지만 올 시즌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구로다가 다시 일본 프로야구로 복귀한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선발 등판을 한 아시아 투수는 다나카, 이와쿠마, 첸웨인 뿐이다. 다르빗슈는 토미 존 수술 판정을 받고 지난 달 18일(이하 한국 시간) 토미 존 수술을 받았으며 와다는 왼쪽 사타구니 염좌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있는 상태다. 류현진 역시 지난 시즌부터 이어져 온 어깨 부상으로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더구나 정확한 복귀 날짜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다르빗슈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부터 자국 리그에서 많은 공을 던졌다. 2005년부터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이전까지 총 1286⅓이닝을 던졌다. 20세부터 200이닝을 던지기 시작한 다르빗슈는 20세 시즌부터 24세 시즌까지 128경기에 등판하며 1024⅓이닝을 소화했다. 그 기간 동안 연평균 26경기에 등판하며 204이닝을 소화한 것이다. 류현진은 데뷔 시즌인 2006년부터 200이닝을 돌파했다. 당시 류현진의 나이는 19세였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이전까지 류현진은 연 평균 27경기에 등판, 181이닝을 기록했다.

두 투수의 투구 수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전 이미 다르빗슈는 일본 시절 통산 19138구, 연평균 2734구를 던졌으며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아마추어 스타로써 많은 공을 던진 바 있다. 류현진 역시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 많은 공을 던졌다. 2004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경력이 있는 류현진은 2006년, 19세의 나이로 무려 3020개의 공을 던졌다.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에서 던진 전체 투구 수는 19801개로 연평균 2829개의 투구를 던졌다.

● 류현진이 던진 투구 수(한국 프로야구)

2006년 3020개 - 19세

2007년 3346개 - 20세

2008년 2685개 - 21세

2009년 3064개 - 22세

2010년 2834개 - 23세

2011년 2006개 - 24세

2012년 2843개 - 25세

전체 19801개 연평균 2829개

류현진과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진출 전부터 자국 프로 리그에서 7년 이상을 던진 (나이에 비해)베테랑이다. 등판 후 4일 휴식을 하는 메이저리그와는 달리 한국과 일본은 선발 투수에게 5~6일 간격을 둔다. 그런 과정을 7년 이상을 밟아온 투수가 갑자기 4일 휴식 시스템을 따른다면 몸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 일본에서 미리 4일 휴식 시스템을 체험했다. 그럼에도 4일 휴식은 투수의 몸에 무리가 가며 6일 휴식이 가장 좋은 투구 간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슬라이더가 꼽힌다. '팬그래프닷컴'의 Pitch f/x에 따르면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인 2012년, 슬라이더를 592구(18.7%) 던지며 탈삼진 104개를 기록했다. 이듬 해인 2013년에는 전년에 비해 슬라이더를 두 배 가까이 더 던졌다. 그가 던진 슬라이더의 투구 수는 무려 1290개(37.4%)였다. 슬라이더의 비중을 단 1년 만에 갑작스럽게 올린 것은 충분히 투수의 몸에 무리가 갈 수 있다. 류현진 역시 지난 시즌 슬라이더의 비중을 2013년(14.0%)에 비해 1.3%p 가량 올렸다. 단순한 통계적 수치로는 적은 비율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슬라이더를 던질 때는 어깨 각도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단기간에 바뀐 투구폼이 어깨에 무리를 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부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이미 경기에 등판한 투수들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올 시즌 선발 등판 경기를 가진 아시아 선발 투수는 다나카, 이와쿠마, 첸웨인 뿐이다. 이 중 다나카의 성적이 매우 좋지 않다. 다나카는 두 번의 선발 등판에서 9이닝 9피안타 5볼넷, 평균자책점 7.00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이와쿠마 역시 두 차례 선발 등판에서 11이닝 15피안타(3홈런)를 허용하며 평균자책점 6.55로 좋지 않다. 그나마 첸웨인이 평균자책점 4.35(10⅓이닝)로 가장 나은 성적을 나타냈다.

다나카의 지난 시즌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91.1마일(약 146km). 그러나 올 시즌에는 90.5마일로 0.6마일 가량이 줄어들었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에도 포심 패스트볼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다나카에게 구속 하락은 절대 달가운 일이 아니다. 다나카는 시즌 개막 전부터 싱커를 더욱 활용하겠다고 다짐했으나 이 공이 타자들에게 쉽게 공략당했다. 싱커 피안타율이 무려 0.714에 달한다. 지난 시즌 피홈런 단 2개만을 허용했던 슬라이더는 구속 하락과(83마일→82마일) 함께 이미 홈런 한 개를 허용했다.

지난 2년간 첫 6경기에서 각각 평균자책점 1.67(2013), 3.09(2014)를 기록했던 이와쿠마는 슬라이더의 무브먼트 수치가 줄어들면서(4.9→3.5) 타자들에게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또한 스플리터는 플라이볼 비율이 증가하면서(12.0%→27.3%) 장타 허용이 늘고 있다. 올 시즌 이와쿠마의 스플리터와 슬라이더의 피안타율은 각각 0.357와 0.667로 매우 좋지 않다. 특히 슬라이더는 벌써 홈런을 2개 허용하면서 피장타율이 1.833에 달한다. 이와쿠마 역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아시아 투수외에도 많은 투수들이 부상을 당하면서 6인 로테이션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그와 더불어 다르빗슈의 "4일 투구 간격은 체력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주장 역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과연 4일 투구 간격이 너무 짧은 것일까. 아시아 투수들이 투구 간격에 따른 성적을 살펴보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지 몇 년이 되지 않은 투수들은 4일을 휴식했을 때보다 5일, 6일 휴식한 후 등판 성적이 더 좋다. 이는 그들이 자국 프로 리그의 투구 간격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프로야구에 데뷔한 박찬호는 4일 휴식 후 성적이 더 좋은 것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와 아시아야구(일본 소프트뱅크, 한국 SK-두산 등)를 경험하고 현재 '폭스스포츠'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C.J 니코스키는 6인 로테이션에 관해 "오히려 6인 로테이션을 사용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투수 부상자들이 많으며 이는 아마추어 시기와 오프 시즌, 그리고 불펜 투구를 하면서 너무 많은 공을 던지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불필요한 시기에 던지는 투구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국 프로 리그에서의 많은 공을 던지고, 6일 투구 간격에 맞춰져 있던 선수가 험난한 메이저리그에 아무 문제 없이 적응한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아투수 3년차 징크스'라는 주장이 등장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투수들의 부상 빈도가 점점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메이저리그 관계자들도 아시아 투수들의 내구성에 의심을 갖고 있다. 단, 서양인 운동 선수가 동양인 운동 선수보다 선천적으로 근육이 강하며 선수 생활도 오래 하는 것은 이미 밝혀졌지만 지금까지 동-서양인의 근육 노화 속도 차이에 대해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운동생리학을 연구하는 정일규 교수(한남대학교)는 "평균적으로 동양인의 선수 생활이 짧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생리적 요인때문인지 사회문화적 요인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 근육의 노화가 더 빠르게 일어나는지도 확인된 바는 없다" 라며 "무엇보다 프로 선수의 체계적인 체력 관리 시스템, 부상에 대한 재활과 복귀 등과 관련해서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 관리 시스템이 부족한 탓이 클 것이다. 그리고 선수 자신의 컨디션과 부상 관리에 대한 인식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과연 아시아 투수들은 이 난관을 어떻게 풀어나갈까. 앞으로 그들이 던질 투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 류현진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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