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자동차 냄새 없애려다 '대형사고'

성용희 2015. 4. 1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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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쩡한 차에서 불…원인은 차량용 탈취제?

지난 1일 저녁.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실내 청소를 하던 김 모 씨는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엔진 부위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곧바로 소화기로 불을 끄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불은 이미 차량 전체로 번져 있었습니다. 김 씨는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고, 주민 수십 명이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 지난 1일,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차량

김 씨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은 건 차량 송풍구에 탈취제를 뿌린 직후. 경찰과 소방당국의 조사 결과, 차량용 탈취제가 차량 엔진 부분에서 발생한 스파크와 접촉하면서 불이 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지난 2013년 12월 제주시 애월읍에서도 자동차 송풍구에 탈취제를 뿌리자 폭발음과 함께 불이 나 차량 일부를 태우고 꺼지는 등 이처럼 '뿌리는 차량 탈취제'로 인한 화재가 잇따르고 있었습니다.

■ 실제 차량 화재 실험

흔히 사용하는 차량용 탈취제가 어떻게 화재를 일으키는 걸까요? 실제 차량으로 실험해 차량용 탈취제와 화재와의 연관성을 알아봤습니다.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같은 전기장치에서 발생하는 스파크를 만들기 위해 점화장치를 제작했습니다. 이 점화장치를 실험차량 안에 두고 시중에서 판매하는 뿌리는 차량용 탈취제를 분사했습니다.

▲ 점화장치 설치 후 차량용 탈취제 분사

탈취제가 차량 안에 퍼지다가 스파크에 닿자,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분사를 멈춰도 연기는 계속 피어올랐고 탈취제가 묻은 곳 위주로 불이 빠르게 번졌습니다. 실험 시작 8분 만에 불은 차량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대기하던 소방관이 불을 껐지만 차량 내부는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녹아내린 뒤였습니다.

▲ 실험차량 전체로 번지는 불길

■ 탈취제 성분은 LP가스와 에탄올

탈취제가 작은 불꽃에도 쉽게 불이 붙는 이유는 탈취제에 가연성 물질인 LP가스와 에탄올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LP가스는 액체에서 기체로, 기체에서 액체로 바꾸기 쉽고 액화할 때 부피가 줄어들어 수송과 저장이 쉽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탈취 성분이 공기 중에 잘 퍼지게 하는 용도로 탈취제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LP가스는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아 고이기 쉽고 공기 중에 2%만 포함돼도 폭발할 수 있는 가연성 물질입니다.

▲ 차량 바닥에 가라앉은 LP가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에탄올도 불이 아주 잘 붙는 물질입니다. 무색 투명한 액체로 여러 화학제품에 사용되는 에탄올은 휘발성이기 때문에 증발하면서 생기는 증기에 불이 붙으면 쉽게 폭발을 일으킵니다.

작은 불꽃에도 쉽게 폭발하는 LP가스와 불에 잘 타는 에탄올이 서로 도화선과 화약 역할을 하면서 순식간에 차량 전체로 불이 번지게 했던 겁니다.

■ 차량용 탈취제, 안전하게 사용하려면?

최근 차량에는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 같은 전기장비가 많기 때문에 스파크가 쉽게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량 내부 공기를 충분히 환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탈취제를 뿌리고 최소 10분에서 15분 동안 차 문을 열어 자연 바람으로 환기한 뒤 외부 공기 유입 버튼을 눌러 다시 한 번 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최근에는 화재 위험성 때문에 LP가스 대신 질소가 들어간 제품들이 나오고 있어 이런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화재를 예방하는 방법입니다.

또 인화물질인 에탄올이 지나치게 분사되지 않도록 적당량을 사용해야 하고, 차량 내부에서 담뱃불을 붙이는 행위는 절대 삼가야 합니다.

주의사항만 잘 지킨다면 가연성 물질이 들어 있는 차량용 탈취제라 해도 위험하지 않습니다. 사고는 항상 안전 불감증에서 일어나곤 합니다. 차량 내부의 세균과 냄새를 간편히 제거할 수 있는 차량용 탈취제. 안전하게 사용하는 습관을 들여야겠습니다.

[연관기사] ☞ [뉴스9] '무심코 탈취제 뿌렸다가…' 차량 화재 주의

성용희기자 (heestor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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