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4000억 시장' EPL은 어떻게 추락했나

스포츠 2015. 4. 18.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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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별들의 축제' UEFA 챔피언스리그가 8강전에 돌입했지만 세계 최대의 축구 시장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는 이를 외면한 채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의 최대 이변은 역시나 EPL 팀들의 조기 탈락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어김없이 4장을 진출 티켓을 거머쥔 EPL은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비롯해 리버풀, 첼시, 아스날 등 신구 강호들을 앞세워 대권에 도전했다.

하지만 리버풀이 본선 조별리그 3위에 머물며 일찌감치 탈락한데 이어 맨시티와 첼시, 아스날 모두 16강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이는 2012-13시즌 이후 2시즌 만에 다시 찾아온 굴욕이었다. 당시 EPL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아스날만이 조별리그를 통과했지만 각각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에 덜미를 잡힌 바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EPL은 세계 최고의 무대로 통했다. 매 시즌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팬들의 눈과 귀를 깜짝 놀라게 했고, 유럽무대에서의 성적도 아주 훌륭했다. 심지어 '빅4'의 기세가 절정이던 2007-08시즌에는 무려 3개 팀(맨유, 첼시,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물론 EPL은 여전히 지구촌 최고의 리그로 불린다. 지난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과 함께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거친 EPL은 쾌적한 관람 환경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중계 기술,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재미로 축구팬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이적시장의 지출 규모는 매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EPL은 10년 전이었던 2004-05시즌, 이적 시장 총 지출액이 5억 유로(약 5785억원) 정도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역대 최대인 12억 1000억 유로(약 1조 4000억원)가 선수 영입에 사용됐다.

같은 기간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2억 3172만 유로(약 2676억원)에서 5억 4943만 유로(약 6357억원)로 오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폭이다. 또한 올 시즌 EPL의 이적시장 지출액은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를 합친 것과 맞먹는 액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의 성적은 정반대로 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EPL은 유럽 내 리그 랭킹을 매기는 UEFA 계수에서 2011-12시즌을 끝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클럽의 순위와 시드를 배정하기 위해 마련된 UEFA 계수는 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 유로파리그에 참가한 각 클럽들의 성적을 합산해 순위가 정해진다.

EPL은 첼시가 2011-12시즌과 2012-13시즌, 각각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리그 내 다른 팀들의 부진으로 점수 누적에 큰 애를 먹고 있다. 따라서 1위 스페인 라리가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한 격차는 어느새 15점 차에 이르게 돼 향후 1위 재탈환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위 자리마저 위태롭다는 점이다. 올 시즌 발표된 UEFA 계수에 따르면, EPL은 80.391점으로 나타났고, 매년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독일 분데스리가가 78.558점으로 턱밑까지 쫓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1.833점 차이다.

순위 뒤바뀜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EPL은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서 전멸했지만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챔스)과 볼프스부르크(유로파) 등 2개 팀이 생존 중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뮌헨과 볼프스부르크가 모두 4강에 오르거나 1팀만 결승에 올라도 독일은 2위에 오를 수 있다.

EPL의 추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오일머니 등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구단들은 스타급 선수 영입에 열을 올렸고, 결국 자국 출신 선수 육성에 게을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타 리그에 비해 휴식기 없는 빡빡한 일정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세계 축구 전술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세계 축구는 티키타카로 대표되는 점유율 축구에서 이를 깨부순 압박 축구가 대세로 떠오른 상황이다. 심지어 수비 라인의 상식을 파괴한 스리백 시스템의 회귀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반면, 잉글랜드는 여전히 그들만의 전술과 작전을 고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맨유 지휘봉을 잡은 루이스 판 할 감독은 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큰 재미를 봤던 스리백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포백에 익숙한 선수들을 끝내 변화시키는데 실패한 사례가 있다.

국가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세 차례 월드컵을 나눠가진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은 자국 리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가대표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하지만 잉글랜드는 여전히 8강에 오르는 것조차 힘겨운 모습이다. 웨인 루니 이후 월드클래스 선수가 없다는 점이 잉글랜드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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