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스케치]토종 흑돼지 왜 사라지고 있나

입력 2015. 4. 18. 03:03 수정 2015. 4. 1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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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총독부, 토종 개량 대신 버크셔-요크셔 수입

[동아일보]

우리가 '토종 흑돼지' 또는 '재래돼지'라고 쓴 간판을 내건 식당에서 맛본 고기는 진짜 토종 돼지였을까.

사실 우리가 먹는 돼지 중 순수한 토종은 거의 없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흑돼지 고기는 토종과 서양 품종의 교배종이다. 간혹 서양 흑돼지를 토종이라고 파는 경우도 있다. 홍준기 연구사는 "기념물로 등록된 제주흑돼지나 혈통 등록된 재래돼지는 고기로 유통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와 근대화를 거치며 순수 혈통의 흑돼지는 점차 사라졌다. 1927년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권업모범장 성적요람'에는 "조선의 재래돈은 성숙이 늦고 비만성이 결핍해 경제가치돈 중 최열등하여 이를 개량하는 것이 필요"라고 쓰여 있다. 조선총독부는 토종 돼지를 개량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신품종을 수입하는 길을 택했다. 그 덕분에 양돈업의 수익성은 높아졌지만 토종 종자의 보존 필요성이나 토종의 문화적 중요성은 깡그리 무시됐다.

총독부는 1920년대 초반부터 일본 도쿄(東京)에서 버크셔 잡종을 들여오기 시작했다. 몸 빛깔이 하얀 돼지 품종인 요크셔도 도입돼 교배가 이뤄졌다. 이후 1970년대 양돈업이 규모를 갖추기 시작하면서 외래 품종들이 크게 확산됐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먹는 돼지 품종은 요크셔 또는 교잡종 'LYD'다. LYD는 흰 돼지인 랜드레이스와 요크셔를 교배시켜 낳은 암퇘지를 두록 품종 수퇘지와 다시 교배시켜 나온 돼지를 의미한다. 이를 '3원 교접'이라고 한다. 3원 교접 등의 방법으로 교잡을 하면 잡종강세 때문에 돼지가 질병에 강해져 사육하기 쉽다.

양돈 전문가들은 "외래종 돼지를 토종이라고 속여 파는 것은 문제이지만 무작정 토종이 좋다거나 교잡종은 맛이 떨어진다고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교잡은 경제성뿐 아니라 고기 맛도 고려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자국의 품종에 해외 품종을 교잡시켜 우수한 품질의 돼지를 육종해 왔다. 다만 순수한 우리 돼지고기 맛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아쉬울 따름이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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