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집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2015. 4. 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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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House

화가인 아들을 둔 부모님이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집. 5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해 공사 기간만 1년이 넘게 걸린, 붉은색의 고풍스러운 벽돌집이다.

광교신도시 북단, 붉은색 고벽돌과진회색 알루미늄 패널이 조화를 이룬 주택이 견고하게 자리 잡았다. 5년간 집 지을 터를 찾아 다녔던 건축주 부부는 광교산 아래 위치한 이 땅을 만나고, 너른 마당과 아들의 미술작업실을 둘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다. 다른 택지지구들처럼 집들이 너무 가깝게 붙어있지 않은 것도 좋았다.

대지는 동쪽에 도로를 면하고 남쪽으로 완만하게 경사진 모습이었다. 가장 높은 북서쪽 코너에 대지 높이를 맞추고, 집을 남향으로 앉힌 후 앞에는 너른 마당을 두었다. 경사를 활용해 도로에서 바로 진입 가능한 지하주차장을 만들고 내부 계단을 통해 동선이 1층으로 바로 연결되도록 했다. 각도에 따라 다양한 입면을 보여주는 외관 디자인은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완성됐다. 부부가 처음에 원했던 것은 박스 형태에서 약간의 변형을 준 모던한 스타일이었지만, 지구단위계획 지침으로 경사지붕이 추가되어야만 했다.

[House Plan]

대지위치: 경기도 수원시대지면적: 564.60㎡(170.79평)건물규모: 지하 1층, 지상 2층 + 다락건축면적: 169.70㎡(51.33평)연면적: 421.43㎡(127.48평)건폐율: 30.06%용적률: 40.92%주차대수: 4대최고높이: 10.3m공법: 기초 - 철근콘크리트 매트 기초,       지상 - 철근콘크리트구조재: 철근콘크리트지붕마감재: 알루미늄 패널 (금동스마트륨)단열재: 외부 - 200㎜ 네오폴,         내부 - 20㎜ 압축스티로폼외벽마감재: 적고벽돌, 알루미늄 패널창호재: LG하우시스 알루미늄        시스템창호(3중 유리)설계 및 시공: 마고퍼스건축그룹                031-8017-0332               www.magopus.co.kr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을 오픈한 거실과, 집 한가운데에 배치된 계단을 만날 수 있다. 이는 남편이 어릴 적부터 꿈꿔온 집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1층은 현관을 중심으로 동쪽에 주방과 식당 등 기능적 공간을 두고, 서쪽에 거실과 안방 등 사적 공간을 두었다. 동쪽에 나 있는 도로로부터 사적 공간을 최대한 멀리 배치해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려는 의도다. 2층에는 아들의 방과 돌출된 삼면으로 창을 크게 내어 채광이 좋은 서재가 있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친구네 집에 다녀오시더니 '그 집 벽에는 아들 그림이 쭉 걸려 있더라'면서 늘 부러워하셨죠."

건축주 부부의 아들은 경기도 양주의 한 아뜰리에에 입주하여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다. 집 안 곳곳에서 그의 그림을 만날 수 있는데, 화이트 컬러와 밝은 티크 목재로 꾸민 인테리어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마치 갤러리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택을 구상할 때부터 이를 염두에 두었던 어머니의 세심한 배려와 감각 덕분이다. 지하에 있는 작업실 역시 열악한 환경에서 먹고 자며 그림을 그릴 아들이 마음에 걸려 마련한 곳이다. 아직 그는 이 집보다 활동하고 있는 작업실에서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지만, 나중까지 생각해 미리 준비한 부모님의 마음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남편이집짓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단열'이다. 콘크리트 벽체 외부에는 200㎜ 네오폴을, 내부에는 20㎜의 압축스티로폼을 시공하여 이중으로 단열했다. 한껏 두꺼워진 벽체 덕분에 집 안에서는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 실내에 중계기를 새로 달아야만 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창호 프레임에는 기밀테이프를 시공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거실 벽난로의 연도는 3층 높이의 다락까지 연결되어 겨울에도 집 안 전체를 훈훈하게 데워준다.

"일하시는 분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좀 골치 아픈 건축주이긴 했죠 (웃음)."

마음에 드는 건축회사를 찾는 데 2년, 설계 4개월, 공사 기간만 다시 1년 4개월이었다. 땅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부터 판교, 일산, 수원 등 집 짓는 현장이라면 어디든 달려갔고, 웬만한 건축박람회는 모두 섭렵했다. 구조나 시공법, 자재 등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제대로 알고 나니 집도 대충 지을 수가 없었다. 원하는 자재가 있으면 직접 공장에 가서 구해왔고, 집을 지을 동안 하루 세 번씩 매일 시공현장에 들러 남편이 직접 진행 상황을 검토했다. '우리가 결정하지 못하면 남이 결정한다. 결정을 위임한 후엔 누구 탓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가 늘 강조한 신념이었다. "그 바람에 뭐든 끝장을 보느라 평생 싸울 걸 다 싸운 것 같다"고 말하는 아내는 "그럴 때마다 아들이 중재하느라 고생했다"며 미소와 함께 지난날을 회상한다.

[Interior Source]

내벽 마감재: 테라코 친환경 수성실내페인트, LG 지아벽지바닥재: 신명 오크원목마루욕실 및 주방 타일: 바스디포수전 등 욕실기기: 아메리칸스탠다드주방 가구: 한샘 키친바흐조명: 중앙조명계단재: 오크원목계단판현관문: 리치 제작도어방문: 무늬목 제작도어아트월: 비앙코, 대리석붙박이장: 도장제작가구데크재: LG하우시스 합성목재,        마천석벽난로: 삼진벽난로

오랜 시간 고군분투해 완성한 집은 건축주 가족에게 평생 기억할 소중한 추억거리로 남았다. 부부는 먼 훗날 자신들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이 집에 남은 아들이 함께 집을 짓고 서로 부대끼며 살던 기억들을 따뜻하게 되새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이제 아내는 등 뒤로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거실에 아들의 그림을 바꿔 걸고, 남편은 마당과 집 곳곳을 매만진다.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들이, 집을 짓는 데 들인 시간과 정성만큼 차곡차곡 쌓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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