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현의 농구 일지에 케이티의 미래가 담겼다

2015. 4. 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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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부산 케이티의 조동현 신임 감독 인터뷰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너 옛날에 수비 잘했다고 선수들도 수비만 시킬거야?"

프로농구 부산 케이티를 수비 잘하는 팀으로 만들겠다는 조동현(39) 신임 감독의 인터뷰를 본 지인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요즘 농구 팬들은 화끈한 공격 농구를 그리워 한다.

현역 시절 뛰어난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던 조동현 감독의 경력을 잘 알고 있기에 관심이 더 많다. 케이티는 잘 나가던 시절 수비만큼 탄탄한 화력도 갖춘 팀이었다. 조동현 감독의 색깔이 더해진 케이티 농구는 어떨까. 궁금증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조동현 감독은 일단 단단한 방패를 만드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해서 수비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단단한 방패를 거꾸로 들어 상대를 내리치는 것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

케이티의 아기자기한 농구 색깔을 내려놓지는 않겠다는 이야기다.

조동현 신임 감독은 "지인들이 제게 케이티는 그동안 3점슛도 잘 넣고 공격도 잘하는 팀이었다며 내가 수비를 좋아하고 잘했다고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시킬 거냐고 묻더라"며 웃었다.

울산 모비스에서 2년 동안 코치로 활동했던 조동현 감독은 "모비스가 수비를 잘하고 조직력도 좋지만 수비만 하는 팀은 아니었다"며 "모비스가 조직적으로 합을 맞춰가는 것에 감명을 받았다. 나도 케이티에 그런 수비 시스템을 정착시키고 싶다. 일단 정착만 된다면 향후 수년을 버티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비는 기본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득점을 해야 이기는 운동이 농구다. 케이티는 공격이 좋은 팀이다. 그 장점을 버릴 수는 없다. 나도 케이티에서 그렇게 농구를 했다. 여기에 디테일한 수비만 더해진다면 더 강해질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많이 움직이는 농구는 그대로 가져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감독' 조동현

조동현 신임 감독은 요즘 정신이 없었다. 모비스에서 코치로 달성한 우승의 감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새롭게 출발하는 케이티의 리더라는 중책을 맡아야 했다.

"포스트시즌 기간에 케이티에서 연락이 왔다.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으니까 중요한 경기에 집중하고 끝나면 결정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유재학 감독님께는 미리 말씀드렸다.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유재학 감독님께서 생각해봤냐고 물으시면서 그런 기회는 절대 쉽게 오지 않는다고, 자신도 35살 때 감독을 시작했다며 한번 해보라고 말씀하셨다"

조동현 감독 스스로도 감독을 맡기에는 경험도 부족하고 아직 어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용기가 필요했다.

조동현 감독은 "유재학 감독님께 제가 더 배워야 하지 않느냐가 물었더니 어떻게 다 배우냐고, 경험하면서 배우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말씀하셨다"며 "시작하는 용기가 필요했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교훈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결단을 내렸다. 고양 오리온스에서 코치를 맡고 있는 쌍둥이 형 조상현 코치보다 먼저 감독이 됐다.

유재학 감독은 최근 공식석상에서 조동현 신임 감독을 향해 "많이 밟히고 많이 져봐야 한다"는 살벌한(?) 덕담을 건넸다. 조동현 감독도 각오를 하고 있다.

물론, 계속 밟히기만 할 생각은 없다.

◇'준비된 지도자' 조동현

"지도자를 하고 싶은 생각은 많았다. 나의 꿈은 농구 감독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5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자신만의 농구 일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은퇴 후 지도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굳어지자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전창진 전 감독이 어떤 훈련을 시켰고 선수들에게 어떤 주문을 했는지를 빠짐없이 적었다. 그것도 영어로 적었다.

현역 시절 꾸준하고 성실했던 습관은 그대로 남아있다. 5년째 쓰고 있는 농구 일지에는 빠져있는 날짜가 없다. 술 약속이 잡혀 밤이 길어지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일지를 작성한 날도 많았다.

조동현 감독은 "나는 초보 감독이다.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할지 잘 모른다. 일지를 보면 언제는 뭘 했구나, 금방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은 케이티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후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아졌다.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케이티 선수들의 기록을 뽑아보고 각 선수에게 어떠한 발전이 필요할까를 두고 고민한다. 아예 메모를 시작했다. 시작한지 오래다.

감독이 됐지만 권위에는 관심이 없다. 어떻게든 팀을 새롭게 만들어나가는 것이 목표다. 현역 시절 절친한 동료였던 송영진을 설득해 코치로 부임하게 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서로 믿고 의지하며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날개를 얻었다.

조동현 감독은 "나는 여기에 코치로 왔다고 생각한다. 챙겨야 할 것이 많고 잔소리도 많이 할 것이다. 팀을 잘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아, 나와 싸워 이겨라"

케이티가 사령탑 경험이 없는 조동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이유는 하나다. 변화 더 나아가 리빌딩을 위해서다. 조동현 감독도 "변화와 리빌딩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구단과 교감을 나눴다"고 밝혔다.

조동현 감독은 오래 전부터 지도자의 길을 준비해왔고 구단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구단의 미래가 온통 장밋빛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케이티에는 조성민이라는 국가대표 슈터가 있다. 자동차로 치면 페라리로 비유해도 손색이 없는 남자농구의 보물이다. 포인트가드 이재도는 2014-2015시즌 기량발전상 수상자다.

그러나 케이티의 전반적인 선수층은 얕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해 FA로 영입한 이광재는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고 최근 선발한 신인 선수들 역시 기대만큼 성장한 선수가 많지 않다. 지난 시즌 성장한 김승원은 17일 상무 합격 통보를 받았다.

가장 편하게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방법은 지갑을 여는 것이다. 그러나 케이티는 올해 FA 시장의 큰 손이 될 생각이 없다. 조동현 감독은 "케이티의 미래는 지금 선수들을 끌고 가는 것이다. 더 이상 리빌딩을 늦출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은 모비스 코치 시절 지켜본 양동근을 예로 들었다. "양동근이 센스있는 농구를 하는 선수는 아니라고 하는데 요즘 패스하는 거 보면 정말 잘한다"며 "프로에서라도 가르칠 수 있으면 가르쳐야 한다. 아마추어에서 기본기를 배우고 오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 결국 선수가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은 도전을 강조했다. "나도 케이티에서 전창진 감독님을 만나 슛에 자신감이 붙었고 2대2 공격도 할 줄 알게 됐다"며 "못 하니까 안 시킨다? 선수가 이겨내야 한다. 감독이 못하게 하면 선수가 악에 받쳐서 밤새도록 연습하는 한이 있더라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케이티에 그런 팀 분위기를 정착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험난한 리빌딩의 길, 케이티의 미래는?

조동현 감독은 케이티 만의 공격적인 색깔에 단단한 수비 조직력을 더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말은 쉽다. 대다수의 프로 지도자들이 이처럼 말한다. 코치 경력 2년, 사령탑 경력은 전무한 신임 감독에게는 더더욱 어려운 과제다.

그래도 목표는 확고하다. 조동현 감독은 "케이티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과 달라졌다, 변화하려는 모습이 보이는구나를 보여주는 것이 급선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동현 감독의 성격은 깐깐한 편이다. 구수해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강단이 있고 카리스마도 넘친다.

"주장 시절에 김현민에게 조언을 한 적이 있다. 현민이가 오른쪽 슛이나 돌파는 할 줄 아는데 왼쪽으로는 아예 할 줄을 몰랐다. 그래서 상무에 가면 하루에 1시간씩 왼손으로 하는 농구를 연습하고 나와라, 그럼 달라질 것이라고 얘기했는데 나중에 보니 달라진 게 없었다(웃음). 이제 안되면 시켜서라도 하게 만들 것이다. 선수 때는 조언만 했다. 이제는 만들어나가야 한다"

먼저 선수를 키우고 그에 맞춰 감독도 커나가는 것, 조동현 감독이 그리는 케이티의 미래다.

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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