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MLB산책] 피츠버그의 '강정호 딜레마'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5. 4. 17. 07: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벤치의 강정호./AFPBBNews=뉴스1

한국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첫 번째 타자 겸 야수 강정호가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정규시즌 첫 9경기에서 9타수 1안타(타율 0.111)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주말 두 경기에 선발로 나서 합계 7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그 외에 대타로 2회, 대수비로 1회 경기에 나섰으며 나머지 4게임에선 벤치를 벗어나지 못했다.

애당초 주전이 아니라 백업 내야수 겸 대타요원인 유틸리티맨으로 출발했기에 출장기회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던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정규시즌의 막을 열고 보니 경기에 나가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5경기에 나섰다고 하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의미'가 있는 기회가 있었던 것은 그중 선발로 나선 두 경기 정도뿐이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강정호가 경기에 나설 기회는 앞으로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그의 빠른 메이저리그 적응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피츠버그는 강정호와 계약한 직후 그를 마이너로 보내는 대신 메이저리그에서 가능한 많은 출장기회를 줘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해왔다. 시범경기 기간 중에 강정호가 극심한 부진을 보였음에도 불구, 그에게 꾸준한 출장기회를 준 것도 바로 그런 차원의 배려였다. 하지만 스프링 시범경기와 달리 정규시즌에선 승리가 최우선 과제이기에 이런 배려의 여지가 크게 좁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감독과 단장이 그를 내보내길 원해도 팀내 사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올 시즌 피츠버그는 지금까지 9게임에서 3승6패로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신시내티 레즈와의 개막 3연전에서 모두 경기종반까지 팽팽한 접전을 펼치다 전패하면서 출발이 삐끗했고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3게임 시리즈서 2승을 따냈지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홈 개막시리즈에선 첫 경기 승리 후 다음 두 경기서 모두 영패를 당하고 말았다. 시즌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만만한 팀이 하나도 없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서 조금만 방심했다가 언제 어느 순간에 따라잡기 힘든 처지까지 떨어질지 모르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아직 완전히 빅리그 피칭에 적응하지 못한 상태인 강정호를 선뜻 경기에 투입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피츠버그는 첫 9경기에서 대타를 내보낸 경우가 11회였는데 내셔널리그 팀 가운데 피츠버그보다 대타 기용 수가 적은 팀은 뉴욕 메츠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상 10회), 그리고 워싱턴 내셔널스(7회)까지 3팀뿐이었다. 그만큼 피츠버그는 대타 필요가 적은 팀이다. 내야와 외야수들이 전원 떠오르는 젊은 유망주 선수들로 채워져 있어 경기 막판 승부의 고비에서 이들을 대신해 대타로 내보내기가 쉽지 않다.

결국 강정호가 대타로 나설 기회는 경기 막판 투수 타순이 돌아왔을 때로 제한된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가 대타로 나선 두 타석은 모두 야수가 아닌 투수타순이었다. 경기가 난타전이거나 마라톤 연장경기가 아니라면 그런 기회는 한 경기에 한두 번 올까말까 한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올해 밀워키와의 3연전을 제외한 나머지 6경기에서 모두 경기 막판까지 피 말리는 1~2점차 접전을 치러야 했기에 그런 기회는 더욱 드물었다. 더구나 피츠버그의 대타 순위를 보면 앤드루 램보와 코리 하트가 1, 2번이며 강정호는 숀 로드리게스와 함께 3번 또는 4번 순위여서 그에게까지 대타 차례가 돌아가기도 힘들다. 지난 주말처럼 감독의 결정으로 선발로 출장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금으로선 이삼일에 한 번 타석에 나설 기회도 얻기가 쉽지 않다. 팀이 여유가 있다면 일부러라도 그에게 타석 기회를 만들어 주겠지만 지금 상황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강정호가 벤치만 지키고 빅리그 피칭에 적응할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어쩌다 기회가 와서 타석에 나가도 제 기량을 보여주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경기에 나설 기회는 더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정호 본인은 물론 피츠버그 수뇌부도 이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 빠져 나올 뾰족한 묘책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기에 더욱 답답할 것이다.

이미 피츠버그 현지에선 강정호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겨 벤치에 앉혀두기 보다는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 경기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일단 강정호의 파워 잠재력과 그를 메이저리그에 올려 빅리그의 분위기를 익히게 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 분위기지만 그런 기간은 4월 한 달 정도면 충분하고 이후엔 마이너에서 실전감각과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피츠버그의 팬 사이트에선 5월중에 4~6주 정도 마이너에 다녀오게 하자는 제안이 나온 상태다.

당초에 강정호가 경험을 쌓는 무대는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던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과 클린트 허들 감독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강정호를 마이너로 보내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강정호를 백업 멤버나 대타요원으로 쓰기 위해 4년간 개런티 1,100만달러의 거액을 주고 영입한 것이 아니기에 그에게 실전 출전경험이 주는 것이 필수적인데 현재 메이저리그 구단 차원에선 그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주전선수들 가운데 부상선수가 나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제 유일한 방법은 지난 주말처럼 강정호에게 선발 출장기회를 주고 그가 다시 내보낼 수 있는 이유(좋은 성적)를 제공해주길 바라거나, 그를 마이너로 보내는 것뿐이다. 과연 피츠버그가 언제, 어떤 결단을 내릴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mtstarnews.com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