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도 울고 가는 '놀런 라이언의 저주', 지독하다

입력 2015. 4. 14. 15:23 수정 2015. 4. 15.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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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뉴스 정재호 기자] 아직 시즌 극초반이기는 하나 ‘추추 트레인’ 추신수(32·텍사스 레인저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예기치 못한 부상에 따른 부진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추신수는 14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튼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홈 3연전 1차전에 선발 우익수 겸 2번타자로 출장했으나 ‘4타수무안타 3삼진’ 등으로 물러났다.

소속팀 레인저스는 1회말 3점을 선취하고도 무기력한 경기 속에 3-6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이날까지 겉으로 드러난 시즌 전적은 3승5패로 그렇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나 속을 들여다보면 벌써 곪아 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썩 좋지 않다.

◇ ‘놀런 라이언’의 저주는 ‘실재’한다?

이날로 레인저스는 올 시즌 홈 4경기 연속 무홈런에 고개 숙였다. 이는 지난 1994년 구단이 현 구장으로 옮긴 뒤 가장 긴 기록이다.

시원한 한방이 사라진 공격력은 꼴찌로 곤두박질 친 지난해부터 이어오는 주요 현상 중 하나다. 그 결과는 흥행 참패로 연결된다. 관중은 계속 줄어 이날은 불과 1만8401명이 구장을 찾았다.

더 큰 문제는 지역 팬들 사이에서 서서히 기정사실화돼 가는 이른바 ‘놀런 라이언(67)의 저주’다.

추신수가 힘찬 발걸음으로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AFPBBNews

라이언은 ‘160km 불같은 강속구’의 대명사로 27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다. 1989년부터 1993년까지는 텍사스에서 선수 생활을 했고 지난 2008년 2월 박찬호(41) 영입으로 잘 알려진 톰 힉스 전 구단주 휘하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2010년 8월 레이 데이비스와 밥 심슨이 새 구단주가 된 뒤에도 팀을 이끌며 2010-2011년 2회 연속으로 아메리칸리그(AL)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다음 2년간 염원하던 창단 첫 우승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구단주 그룹과 조금씩 갈등이 생겼고 결국 2013시즌이 끝나고 구단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다. 겉모양새는 사임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구단주 둘의 입김에 의해 라이언이 쫓겨난 형국이었다.

그해 겨울 라이언이 그렇게 텍사스를 떠나고 부상자들이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다. 이상한 악재들이 겹치고 있는 건 바로 이런 놀런 라이언의 저주가 ‘실재(real)’한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냥 미신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증상(?)이 너무도 뚜렷하다. 일례로 14일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2015시즌 초반 부상에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 5개 팀을 선정한 특집기사에서 1위로 레인저스를 꼽았다.

작년 레인저스는 부상선수들의 부상자명단(DL)에 오른 날을 합한 수가 2116일로 전체 압도적인 1위였다. 월드시리즈(WS) 무대로 갈 것이라던 텍사스 호는 정규시즌 동안 무려 21명이 DL을 들락거리며 어떻게 손쓸 도리도 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2015년에는 분명히 운이 따르고 나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으나 채 10경기도 치르지 않은 현재 벌써 전력의 핵심적인 10명이 DL로 갔고 이중 7명은 60일자 DL이다.

◇ 울고 싶은 텍사스, 불가사의한 전염병

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구단은 두 번 울고 싶은 심정이다. 에이스 다르빗슈 유(28·레인저스)가 토미 존 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로 일찌감치 나가 떨어졌다. 부상악령은 곧바로 2선발투수 데릭 홀랜드(28·레인저스)로 번져 첫 경기 1이닝만 던지고 왼쪽어깨 근육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는 사태를 빚었다. 홀랜드는 적어도 2개월은 빠져있어야 한다는 게 구단의 판단이다.

두 좌완선발 마르틴 페레스(23·레인저스)와 맷 해리슨(29·레인저스)은 각각 팔꿈치와 척추수술로 빨라야 시즌 중반 복귀가 가능해 부임 첫해부터 제프 배니스터(49·레인저스)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만 생각하면 골치가 지끈거린다.

포지션 플레이어(야수)라고 예외는 없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제1의 특급유망주였던 주릭슨 프로파(22·레인저스)는 지난 2월 어깨수술을 받고 2년 연속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초반 잘해주던 라이언 루아(24·레인저스)는 발목이 심하게 접질려 DL에 올랐다.

스프링캠프 내내 삼두근 통증을 호소했던 추신수는 시즌 개막 후 등 부상이 발생해 고생하고 있다. 그나마 프린스 필더(30·레인저스)라도 괜찮은 게 천만다행일 만큼 놀런 라이언의 저주는 지독하다.

추신수의 경우 이날 2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으로 돌아왔지만 상대 우완선발 맷 슈마커(28·에인절스)의 90마일 초반대 패스트볼(빠른공)을 공략하지 못했다. 90마일(약 145km)짜리 빠른공을 쫓아가지 못한 추신수는 경기 뒤 “무슨 공인지 뻔히 아는 데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등 부상은 수비력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4회초 잡을 만한 뜬공으로 보였던 맷 조이스(30·에인절스)의 타구를 놓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는 1타점 2루타를 만들어줬다.

조이스의 타구는 글러브를 맞고 튕겨져 나갔는데 추신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공을 놓쳤다. 이에 대해 ‘댈러스 모닝뉴스’는 “추신수가 공을 잡기 위해 팔을 완전히 뻗지 않은 듯 보였다”고 지적했다. 현장의 시선이 맞다면 이 역시 등 부상의 후유증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무차별적으로 번지는 부상 전염병은 이성적으로 도무지 설명될 길이 없다는 점에서 저주 시리즈가 설득력을 얻게 된다. 거의 모든 저주 시리즈는 누군가의 쫓겨남(?)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런 식이 계속된다면 텍사스발 놀런 라이언의 저주가 호사가들에 의해 ‘밤비노의 저주’나 ‘염소의 저주’처럼 커지지 말란 법 없다.

정재호 (kemp@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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