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평창올림픽 개·폐회식 900억이면 될까?

권종오 기자 2015. 4. 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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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을 연출할 총감독이 D-1000일인 오는 5월 16일 공식 발표됩니다. 후보자는 7명으로 압축된 상태입니다. 평창조직위가 지명한 6명에 국민들의 일반 공모로 뽑힌 1명이 추가됐습니다. 예술 감독으로 유명한 박칼린 씨만 조직위가 지명한 6명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나머지 후보들의 신상에 대해서는 조직위가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들 7명의 후보는 국내 심사위원은 물론 외국 유명 자문위원으로부터 이미 면접 심사를 마쳤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스포츠취재를 하면서 동-하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전국체전 등 각종 국내외 종합대회의 개·폐회식을 현장에서 지켜봤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입니다. 베이징 올림픽은 중국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 그리고 14억 대국의 힘을 엄청난 물량을 통해 유감없이 지구촌 사람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소치 올림픽은 러시아가 자랑하는 예술 정신이 현대 과학기술과 접목돼 진한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들어간 비용은 최소 1억 달러, 즉 우리 돈으로 1천100억 원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꽃놀이에만 100억 원이 투입됐다는 설이 있을 만큼 역대 올림픽 개회식 사상 대 가장 많은 돈을 썼습니다. 소치 올림픽 개회식도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대규모 인력과 장비를 동원한 점을 고려하면 8~900억 원 정도의 막대한 금액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베이징과 소치에 비해서 스케일 면에서는 다소 떨어졌지만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2012 런던 하계올림픽 개회식은 빼어난 연출력과 신선한 볼거리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호주의 데이비드 애킨스가 총감독을 맡은 밴쿠버 올림픽 개회식에는 약 3천500만 달러(383억 원), 명감독인 대니 보일이 총 연출한 런던 올림픽 개회식에는 4천300만 달러(470억 원)가 들어갔습니다.

그럼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을 위해 쓰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요? 현재 평창조직위 예산안을 보면 세리모니 비용으로 900억 원이 책정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올림픽 개-폐회식과 패럴림픽 개·폐회식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올림픽 개회식이 폐회식보다 2배 정도의 돈이 들어갑니다. 이런 점과 패럴림픽 개-폐회식 비용을 모두 감안하면 평창올림픽 개회식에는 총 예산 900억 원의 절반인 약 450억 원이 투입될 전망입니다. 밴쿠버 올림픽보다는 약간 많고 런던 올림픽과는 거의 비슷한 수준입니다.

국내외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회식 비용은 230억 원이었습니다. 연출을 맡은 임권택-장진 두 감독은 "다른 대회와 비교도 안될 만큼 돈이 부족해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습니다. 평창은 인천에 비해 2배 정도 많습니다. 그럼 이 금액이면 충분할까요? 역대 동-하계올림픽을 연출한 유명한 감독들이 지난주 방한해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후보들을 상대로 심사를 펼쳤습니다. 이 가운데 한 명인 데이비드 애킨스(밴쿠버 동계올림픽 총감독)는 지난 10일 기자회견에서 "예산 규모가 개·폐회식의 성공에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럭비 월드컵에서는 700만 달러만 쓰고도 멋진 개회식을 만들어냈다"고 말했습니다.

애킨스와 함께 방한한 콘스탄틴 언스트(소치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돈 미셔(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등 세계적 명장들은 "어떤 사람은 음악에 강하고 어떤 사람은 영상에 강하지만 이는 도구에 불과하다. 총감독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열정과 감성을 갖고 창의적이고 효율적으로 전 세계 수십억 시청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쉽게 말해 총감독이 남녀노소와 동서양 모두를 감동시키는 '스토리텔링'에 빼어난 실력을 발휘할 경우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개-폐회식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2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폐회식 말미에 차기 대회 개최지인 평창은 8분 동안 우리 문화와 평창 동계올림픽을 소개하는 공연을 펼쳤습니다. 물론 여러 제약이 있었지만 평창의 공연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습니다. 너무 한국적인 요소만 내세워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지 못했던 것입니다. 즉 돈과 스케일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의 문제였습니다. 현재 조직위가 책정한 개-폐회식 비용 900억 원은 결코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아닙니다. 결국 관건은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달 16일 총감독이 공식 발표되면 평창조직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서 구체적인 프로그램 준비와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과 강원도를 세계에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인 개회식과 폐회식은 완벽에 또 완벽을 기해도 지나침이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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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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