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서의 스윙맨] '파울볼'의 다음 이야기-설재훈을 아시나요

이상서 입력 2015. 4. 11. 08:02 수정 2015. 4. 12. 00:4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간스포츠 이상서]

"제가 벌써 그런 거 해도 되나요?" 처음 SK 와이번스 홍보팀을 통해 설재훈의 인터뷰를 부탁 했을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설재훈은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퓨처스리그 1년차의 선수다. 그러나 고양 원더스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파울볼>을 본 관객이라면 누구라도 설재훈(27)의 다음이 궁금할 것이다.

"버틸 때까지 버텨보려고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라고 말했던 이. 원더스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 유이한 이. 작년 말 SK 육성선수로 입단해 스프링캠프 MVP를 수상한 이. 제2의 서건창, 조동화가 될 선수. 설재훈을 7일 SK행복드림구장에서 만나 원더스와 얽힌 추억과 SK에 입단한 소감 등을 들었다.

"1군 경기장은 처음 와봤어요. 진짜 좋던데요?" SK행복드림구장의 외야석 쪽에 위치한 '스포츠바'에서 만난 설재훈은 감탄한 표정이었다. 화성에서 원정경기를 막 마치고 올라와서 더 대조 됐을 터. 지난 달 31일 열린 퓨처스리그 개막전에서 지명타자 겸 5번으로 출장한 그는 3안타를 때려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그러나 최근 2경기에서 무안타에 그치는 등 다소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그게 1류 선수와 차이인 것 같아요. 잘 칠 때 그 느낌을 갖고 다음 날에도 가야 하는데, 전 왔다 갔다 해요. 원더스에서도 그걸로 김성근 감독님께 혼 났는데…."

그는 작년 롯데에 입단한 안형권과 함께, 원더스의 창단부터 해체까지 3년 간을 함께 보낸 유이한 선수다. 물론 중간에 뛰쳐 나간 적도 있다. 군대 전역 후에 일본 독립리그에서도 1년간 뛰었다. 그리고 2012년 10월, 야구가 하고 싶어 찾은 곳이 바로 고양 원더스였다. 마지막이다 마음 먹고 뛰어 들었는데 생각보다 야구가 어려웠다. 1년을 보내고 '난 안 되겠구나' 생각이 들어서 김성근 감독을 찾아갔다.

"놀라시더라고요. 야구 안 한다고 하니까 안타깝다고…. 너 정도면 괜찮은데, 배팅만 다듬으면 되겠는데 이렇게 나가냐고. 그렇게 그만 두고 나니까 야구가 하고 싶어지더라요. 그래서 다시 찾아갔죠. 야구 시켜 달라고. 만약에 그때 감독님이 다시 안 받아줬으면,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몰라요. 은인이죠. 저한테는. 지금 SK도 못 들어왔을거고요. 돌아와서는 엄청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다시 원더스에서 꽉 채워서 2년을 보냈다. 팀이 해체 되고, 무적이 된 그에게 손을 내민 건 SK 와이번스였다. 작년 말 SK의 육성선수로 입단한 설재훈은 2월 12일부터 3월 10일까지 대만서 진행한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 된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 같이 훈련하고 열심히 하는데 SK에서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있어서 지금 좀 부진한 거 같아요. 오늘(7일)도 4번이었는데 믿음에 보답을 못해서…. 원더스가 훈련양은 훨씬 많긴 한데 여기는 프로니까, 제가 알아서 더 열심히 해야죠. 감독님 타입이 다른 편인데 세이케 (SK 퓨처스) 감독님이 세밀한 면에선 오히려 더 나으신 것 같아요."

SK 퓨처스팀이 대만 타이중 전지훈련을 마치고 타이중체육대학에서 기념촬영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SK 와이번스

대화 중에 5회말 SK 이재원의 안타가 터졌다. 2타점 적시타. 구장이 환호로 뒤덮이고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경기에서 클라이맥스의 순간이었다. "여기서 운동하면 얼마나 신날까요? 한 번 올라가면 그 맛을 못 잊어서 다시 내려가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는 그 날이 오지 않을까요?" 이재원의 이름을 연호하는 함성 소리가 폭발하며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부러워요. 타석에 서면 응원하잖아요. 내 이름 불러주고…. 얼얼하겠죠?"

고양 원더스 시절 설재훈(오른쪽)과 안형권

"원더스 출신끼리 만든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요, 정규식(LG), 안형권(롯데) 등 10명 정도 있어요. 거기서도 그런 얘기 많이 해요. 우리 나중에 1군 무대서 만나면 어떨까 하는…" 올해 설재훈의 목표는 1군 진입이다. 퓨처스 선수라면 누구나 그렇듯, 그의 목표도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현재 SK 외야진은 탄탄하다. 작년부터 주전을 꿰찬 이명기가 좌익수로 맹활약 하고 있고, 올해 주장을 맡은 조동화도 중견수 자리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박재상도, 박정권도, 지명타자와 우익수를 번갈아 보는 앤드류 브라운도 있다.

쉽진 않다. 그래도 유일한 방법은 있다. 연습과 훈련이다. "이런 건 있더라고요. 연습을 많이 하면 빗맞은 안타라도 나와요. 물론 그저 남들 하는 식이 아니라 '죽기 살기로 할 정도'여야 되는 것 같아요. 해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원더스에서 뛰쳐 나갔다 돌아와서는 생각이 바뀌었어요. 김성근 감독님한테 그걸 배웠어요. '노력으로 재능을 따라잡을 수 있다'. 음… 솔직히 말해서 야구를 잘한 적이 별로 없었어요. 남들이 보면 답답해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잘 하려면 두 배 세 배 연습 밖에 없는 거 같아요. 어라? 감독님이랑 똑 같은 말 하고 있네, 내가? 세뇌됐나 봐요. 하하."

SK행복드림구장은 화려하다. 올해초 40여억 원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며 한층 더 진화했다. 메이저리그의 구장도 안 부러울 정도다. 7회말 최정이 타석이 들어섰고, 전광판과 바에 설치된 10여 개의 텔레비전에 그의 얼굴이 동시에 비춰졌다. 세상의 모든 시선이 그에게만 집중된 듯한 느낌. "멋있지 않아요? 제 롤모델, 저도 TV 나오고 싶어요. 어렵겠지만, 저만 잘 한다면 (1군에) 올라오지 않을까요? 원더스 해체될 때 '내년에도 내가 야구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전 지금 행복해요. 야구 할 데 없는 친구들에 비하면 행복한 거죠. 네, 그렇죠. 조동화 선수도 육성선수에서 주장 맡으신 거잖아요."

최종 목표가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라던 그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봤다. "오늘 인터뷰를 안 했으면 뭐 하고 있었을 것 같냐"고. 잠시 궁리하던 설재훈은 이렇게 답했다. "스윙 연습이요."

온라인팀=이상서 기자 coda@joongang.co.kr

▶스윙맨 지난호 보기

[스윙맨] '파울볼'의 다음 이야기-설재훈을 아시나요

창단 11연패 kt, '옥춘, 팀에 봄을 돌려줘요'

프로야구 감독들, '적극적 트레이드'를 허하라

치어리더, 흰팬티에 묻은 검은 얼룩 '설마?'

손날두 대 구박콤비 제대로 한판 치른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