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단독 인터뷰]"돈 어떻게 처리했을까요" 묻자 "뭘 처리해요, 꿀꺽했지"

이기수 기자 2015. 4.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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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전 회장이 밝힌 자금 전달 정황"지난 대선 때 홍문종과 같은 사무실에 어울려 다니며 2억홍준표엔 당시 캠프 가 있던 언론인 출신 인사 통해 1억 줘"

"뭘 처리해요. 꿀꺽했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9일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니까 받은 돈을 어떻게 처리했을까요'라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돈을 줬다"고, "신뢰를 버렸다"고 사람을 지목할 때마다 "나와 가까웠던 사람"이라고 꼭 두 사람 사이의 인연과 배경을 덧붙였다. 주로 현금이나 달러로 줬고, 믿고 받을 수 있는 돈이었기 때문에 공식 회계처리를 하지 않았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홍문종 의원에 대해서는 '현금 2억원을 어디서 줬느냐'는 질문에 "뭐 같이 (조직본부) 사무실 쓰고 어울려 다니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사무부총장을 지냈던 그는 대선 때 조직본부 일을 함께하면서 돈을 전달한 장소를 '사무실'과 '어울려 다닌 곳'으로 돌려 말했다. 용처로는 "이 사람도 대통령 선거에 썼지, (돈도 많은데) 개인적으로 먹을 사람은 아니잖습니까"라고 답했다. 성 전 의원은 "홍문종 아버지를 잘 알았다"며 "홍 본부장 이 양반은 (내가) 국회의원 되고 (봤지만) 잘 알거든요. (2014년) 지방선거 때도 자기가 사무총장하고 같이 선거 치르고"라고 말했다. 말미에는 "다 신뢰를 갖고 해야 하는 건데 신뢰가 안되니까 참 말을 다할 수 없다"고 맺었다.

성 전 회장은 2011년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나섰던 홍준표 경남지사에게는 1억원을 줬다면서 "(당시) 한나라당을 사랑하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제가 홍준표를 잘 알아요"라는 말도 덧붙였다. 홍 지사가 원희룡 의원 등 친이계 경선 주자들과 맞서 친박계와는 불가근불가원 하며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거를 치르던 시절이었다. 성 전 회장은 "(전달 시점은) 6월쯤일 것"이라고 했다. 7·4 전당대회를 한 달 앞둔 시점이었다. 그는 "(돈은) 홍준표 캠프에 가 있던 (언론인 출신) ○○○를 통해서 전달해줬다"며 구체적으로 돈이 전달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공천받으려 한 것도 아니고 아무 조건 없이 그렇게 했는데 그런 식으로들 하니까 배신감 들고"라며 "내가 합당할 때도 백의종군한 사람 아닙니까. 어디 장관을 달라 했나요, 누굴 취직시켜달라 했나요"라고 말했다. 대가 없이 돈을 줬다는 것이고, 유력한 대표 주자에게 준 '정치자금' 성격이 가미됐음 직하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당시 캠프 직능총괄본부장)에게 현금 7억원을 줄 때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2006년 박근혜 대통령의 독일·벨기에 방문을 수행하기 전에 전달했다는 10만달러는 "직접 만나서 줬다"고 말했다. 돈 심부름을 하거나 같이 간 수행비서나 직원들이 있다고 밝히고, 장소도 호텔과 호텔 헬스클럽으로 특정했다. "내가 얘기하면 물러날 텐데, 죽는다"고 말한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두 명의 전직 실장 이름을 함께 열거하면서 "다 가까이 지낸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 신뢰관계에서 했던 일"이라고 설명하고, "지금은 그러면 안되지요. 신뢰를 중시해야지요"라고 말을 맺었다. 성 전 의원은 "저 같은 사람 수사한다면 대통령 재가 없이 수사할 수 있습니까. 까놓고 얘기해서 조그만 기업인도 아니고 정치인인데, 내가 정권 창출에 참여한 것도 많이 알지 않습니까"라며 박근혜 정권의 '살아 있는 권력들'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기수 기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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