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 - '기억']"힘들게 살아나온 아이들, 아직도 웃다 울다 해요"
안산 단원고 생존학생 오연주양(가명·18)과 김승연·박민혁군(가명·18)은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던 중 자신의 고통을 직접 털어놓지 않았다. 아이들의 아픔과 슬픔은 부모의 입으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아직도 자기만 살아돌아왔다는 미안함으로 괴로워합니다."
연주양 아버지 오지연씨(45)의 말이다. 경향신문은 지난달 30일 안산고 인근에서 생존 학생 부모들을 먼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씨는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고 했다.
오씨는 참사 직후 아이들을 챙기려고 직장에 휴직계를 냈다. 3개월씩 휴직을 연장한 게 어느새 1년이 지났다. 오씨는 4월 중 퇴직계를 내기로 마음을 굳혔다.
승연군 어머니 이혜선씨(50)는 "1주기가 오며 아이들 트라우마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도울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혼자 살아나왔다는 생각에 힘들어 해요. '친구들한테 미안해. 공부는 뭐하러 하나 싶어'라고 하더군요."
그는 "유가족이 정부·보수언론에 당하는 것을 보면서 겁이 났지만 1주기를 앞두고 아이들이 아파하는 것을 보고는 직접 나서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달 23일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가 시민에게 보내는 편지도 부쳤다. 그는 "지금도 밤에 무섭다고 혼자 못 자는 아이도 있고, 울다 지쳐 탈진하는 아이도 있고, 정신과 상담, 그리고 약을 먹지 못하면 잠을 못 자는 아이도 있다"며 격려를 부탁했다.
부모들은 심리치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본다. 오씨는 "병원·연수원·학교에서 했던 설문지가 계속 반복됐다. 500여개 문항, 2시간씩 진행되는 설문지인데 의사가 바뀔 때마다, 단체가 새로 올 때마다 반복된 설문이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다"고 했다. 부모들은 정부에 불만이 많지만 입 밖에 내지 못한다. 미안함 때문이다. 이씨는 "생존학생 가족은 유가족에게, 유가족은 실종자 가족에게 미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사이 생존자 피해구제 및 지원은 후퇴했다.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은 심리적 증상의 검사·치료 지원을 '전부 또는 일부 지원'으로 제한하고 기간을 5년으로 한정했다. 손해배상금·의료지원금을 받으면 심리치료 지원은 중단된다.
이들도 유가족과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이씨는 "살아남은 75명의 상처를 낫게 하려면 선체를 인양해 억울하게 죽어간 경위를 상세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유가족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어 광화문광장과 국회, 청와대를 오가며 유가족과 함께한다.
아파하는 아이들 곁을 지켜온 부모들은 죄책감과 우울감에 시달린다. 자식 걱정이 더 크다. 오씨는 "정부의 방치 속에서 '잘 지내겠지' '다 나았겠지'란 무관심이 아이들을 병들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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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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