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진실찾기' 지난 10개월의 재판 기록

구용희 입력 2015. 4. 9. 09:05 수정 2015. 4. 9. 09: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묶여 진 끈(선내 대기 방송)을 풀어주지도 않은 채 침몰하는 선박에 승객들을 내버려 둔 이들에게 국민 법감정에 부합하는 형량을 선고해 주십시오"

전 국민적 관심 속에 세월호 침몰사고의 첫 재판이 참사 56일째인 지난해 6월10일 수소(受訴)법원인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사초(史草)로도 남을 만한 이번 재판은 1심 판결을 거쳐 어느덧 사실심(事實審)의 마지막 절차인 항소심 결심공판(선장·승무원)까지 마무리됐다.

그 동안의 재판 과정에서는 1989년 건조된 세월호의 국내 도입부터 4월16일 오전 진도군 병풍도 북방 1.8해리 해상에서 108.1도(10시17분6초께)까지 전복, 결국 침몰에 이르기까지의 경위가 낱낱이 드러났다.

특히 무리한 증·개축으로 인한 복원력 약화, 복원성자료에 기재된 적재 가능 화물 최대치 1077t을 1065t 초과한 화물 과적, 부실고박, 조타 과실 등 침몰의 배경과 직접적 원인도 지목됐다.

하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 등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처벌 또한 미약한 수준이라며 여전히 법정을 찾아 피맺힌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세월호 관련 재판은 크게 일곱 부류로 나눠져 있으며, 지난 2월 모든 재판의 1심 절차가 마무리됐다.

살인죄 적용 여부가 핵심 쟁점인 선장·승무원(15명)사건을 비롯, 선사인 청해진해운 임직원과 하역·고박업체·한국해운조합 운항관리자 등 11명, 진도VTS(해상교통관제센터) 소속 해경 13명, 당시 목포해경 소속 123정장, 한국선급 검사원, 구명뗏목 정비업체 관계자 4명, 세월호 증선 인가 등의 과정에 금품을 주고 받은 전·현직 공무원과 청해진해운 임직원 11명 등이다.9일 현재 항소심 절차가 진행중인 사건은 선장·승무원(선고 공판 28일)과 청해진해운 건이다. 나머지 부류의 사건들도 조만간 항소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심 재판부는 선장 이준석(70)씨에게 징역 36년을, 기관장 박모(53)씨 등 14명의 승무원들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5년∼30년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번 사건의 최대 쟁점인 살인죄(희생 승객)에 대해 '해당 공소사실에 있어 증명력이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즉 법관이 합리적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의 증명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1심 재판부의 선고는 세월호 참사 7개월, 210일만이었으며 같은 기간 공판준비기일 3회, 집중심리로 진행된 30번의 공판기일 등 총 33번의 공판 끝에 이뤄졌다.

4개월여 동안 33번의 공판이 열린 것은 우리나라 사법 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이례적이다.

이 기간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만 동영상을 제외하고 3200여개, 증거 기록 2만여 장, 공판 기록이 1만여 장에 달했다.

제3회 공판준비기일과 제1회 공판기일이 같은 날 오전·오후 나눠서 진행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판이 열린 일수만 31일, 이 과정에서 출석한 증인 수는 75명에 이른다.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청해진해운 대표 김한식(73)씨에게는 '세월호의 과적 및 부실고박을 지속케 하는 구조적 문제점을 발생시켰다'며 징역 10년과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다.

변칙근무로 물의를 일으켰던 진도VTS 소속 해경들에게는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이, 사고해역에 최초 출동했다 승객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전 123정장 김모(57)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세월호에 부착된 팽창식 구명뗏목을 부실하게 점검한 혐의로 기소된 업체 관계자들의 경우 징역형과 집행유예·벌금형이, 세월호 증·개축 과정에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고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한국선급 검사원에게는 무죄가 내려졌다.

광주지법은 피해자의 수,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주법정인 201호 법정 이외에도 204호 법정을 보조법정으로 운영하며 화면을 통해 재판을 방청할 수 있게 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매 공판마다 1~2차례 씩 직접 또는 재판부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법정에서 진술했다.

지난해 8월19일에는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고 있는 단원고 피해 학생들의 가족들을 위해 광주지법에서 진행 중인 선원들의 재판이 처음으로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생중계됐다.

대법원(법률심)이 아닌 사실심인 하급심 재판에서 원격중계가 이뤄진 것은 우리 사법 역사상 이번이 첫 사례였다.

일반 재판에서 보기드문 보조법정 운영, 피해자 가족 법정 진술, 원격 생중계 사례는 항소심 법원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1심을 거쳐 올해 1월20일 항소심 재판이 시작된 선장·승무원 사건은 지난 7일 결심공판까지 마쳤다. 검찰은 선장 이씨에게 1심과 같은 사형을 구형했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 재판은 한 번의 공판준비기일과 다섯 차례의 공판으로 정리됐다.

공판 중에는 선장과 주요 승무원들의 승객에 대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 선장 퇴선명령 유무, 1심에서 유일하게 살인죄가 인정된 기관장 박씨의 미필적 고의 인정 여부, 사고 때 당직 항해사였던 박모(26·여)씨와 조타수 조모(56)씨의 조타 관련 과실 유무 등이 집중 거론됐다.항소심 판결 선고는 오는 28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이윤 지상주의, 돈과 탐욕에 눈 먼 어른들이 만들어 낸 세월호 참사. 남아 있는 재판이 저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persevere9@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