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선수 의존 '몰빵 배구'·여자부 트라이아웃..'양날의 검'

2015. 4. 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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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시즌 59.88%라는 역대 V리그 한 시즌 최고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던 삼성화재 레오(왼쪽)는 2014∼2015시즌에도 56.66%의 높은 공격점유율로 타 구단 외국인선수를 압도했다. 레오가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벌어진 OK저축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 도중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NH농협 2014∼2015 V리그'는 외국인선수 기록에서 기념비적 수치를 보였다. 남녀 모두 다섯 자릿수 공격횟수를 기록했다. 사상 처음이다. 남자는 2013∼2014시즌 8739번의 공격에서 2014∼2015시즌 2508번이 늘었다. 증가율이 무려 28.69%다. 여자는 지난 시즌 이미 다섯 자릿수 공격횟수를 기록했다. 2014∼2015시즌에는 또 8.41%가 늘었다.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은 남자 44.05%, 여자 47.48%였다. 외국인선수 제도가 처음 시행된 2005∼2006시즌에는 남자 14.54%, 여자 22.03%였다. 점점 용병에게 몰입되는 '몰빵 배구'의 현실을 확인할 수 있다<표 참고>.

"용병파워공격 위주…보는 재미 감소""득점 확률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트라이아웃은 용병 점유율 감소대책수준 낮아져 리그 경쟁력 저하 우려도

● 팀 성적과 관련 있기도, 없기도 한 몰빵 배구

몰빵 배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일각에선 "한국배구의 경쟁력을 떨어트리는 원흉"이라고 혹평한다. 국제대회에서 갈수록 부진한 성적을 내고 있는 남자배구만 놓고 본다면 맞는 얘기다.

"지나친 몰빵배구에 보는 흥미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큰 키를 이용한 외국인선수의 파워공격 위주로 흘러가다보니 예전 우리 배구가 보여줬던 아기자기한 플레이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세터들의 실력이 떨어지는 근본 원인"이라는 설도 있다.

반대 의견도 있다. 코트를 사이에 두고 경기하는 배구의 특성상 잘하는 선수에게 공격을 몰아서 득점 확률을 높이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외국인선수가 그 역할을 하지 않으면 국내선수 누구라도 한다. 몰빵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몰빵도 실력이고 기술이다. 하고 싶어도 못하는 팀도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몰빵 배구는 팀 성적은 관계가 있기도, 없기도 하다. 2014∼2015시즌 남자부 외국인선수의 공격점유율은 삼성화재∼대한항공∼LIG손해보험∼OK저축은행∼한국전력∼현대캐피탈∼우리카드의 순이다. 삼성화재 레오는 56.66%로 다른 팀 용병들보다 10% 이상 앞섰다.

여자부는 KGC인삼공사∼현대건설∼도로공사∼흥국생명∼GS칼텍스∼IBK기업은행의 순이다. 최하위 IBK의 외국인선수 공격점유율은 40.19%였는데, 데스니티가 4라운드에 부상을 당해 3경기를 결장하면서 김희진, 박정아 등 토종선수들의 높은 경쟁력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인다.

● 40% 이상의 공격을 값싼 외국인선수가 해낼 수 있을까?

다음 시즌 여자부는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실시한다. 여기저기 준비 부족이 드러나지만, 일단은 시행해보자고 한다. 트라이아웃 찬성자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계속 치솟는 외국인선수의 점유율을 떨어트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2014∼2015시즌 사상 처음으로 모든 여자팀의 외국인선수 공격점유율이 40%를 넘어섰다. 심각한 수준이다.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세상의 어떤 리그도 인위적으로 리그의 수준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트라이아웃은 수준 낮은 외국인선수의 등장으로 리그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라고 주장한다. KGC인삼공사 조이스는 2시즌 동안 54.46%, 53.56%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했다. 2013∼2014시즌에는 팀을 3위로 이끌었지만, 2014∼2015시즌 팀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조이스는 국제무대에서 검증된 선수였고 책임감이 무엇인지도 알았다. 연봉도 우리 선수들보다는 월등히 많았다.

그런데 지금 시행하려는 트라이아웃은 우리 선수들보다 연봉은 적게 주면서 기존의 외국인선수만큼의 역할을 기대하는 제도다. 게다가 대상자들은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어린 선수들이다. 프로무대 경험이 없거나 모자란 이들이 그 부담을 견뎌낼 수 있을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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