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급식비 검문하는 학교 '우주의 중심은 어디?'

손석희 2015. 4. 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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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2부의 문을 엽니다.

"우주의 중심은 어디?"

오늘(6일) 앵커브리핑이 고른 말입니다.

저녁밥 잘 드셨습니까? 한국인에게 유독 중요한 것. 밥입니다. 밥은 사람의 마음을 대신하기도 하지요. "밥 먹었느냐" 인사의 의미로 쓰이고요. "밥 한번 먹자" 자주 건네는 이 말은 친교의 의미로 쓰입니다. 누군가를 걱정할 때는 이렇게 말하지요. "밥은 먹고 다니느냐"

단순히 한 끼니로만 풀이하기 어려운 것. 바로 밥입니다.

세종대왕은 재위 초기인 1419년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요. 밥을 하늘로 삼는다." 정조 역시 1783년 경기도에 흉년이 들자 "나의 한결같은 걱정은 오직 백성의 먹을 것에 있다"고 말하지요. 식위민천. 즉 밥을 근본으로 삼은 나라의 지극히 자연스런 풍경일 겁니다.

2015년 대한민국의 오늘에도 밥과 관련된 몇 가지 풍경들이 있습니다.

전남대가 지난 1일부터 아침밥 굶는 학생들을 위한 건강밥상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침식당 밥을 천원에 내놓은 겁니다. 학생들은 엄마밥의 따스함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가난한 이들의 든든한 한끼를 위한 천원밥상을 차렸던 광주 '해뜨는 식당'의 경우는 지난달 주인 할머님이 돌아가셨지만, 주변 상인들이 식당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답니다. 천원밥집을 이어가달라는 할머님의 유언 때문이었습니다.

식위민천. 든든한 밥 한공기로 이어지는 푸근한 마음들입니다.

한 고등학교에서 이른바 '급식비 검문'이 있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친구들이 모두 지켜보는 앞에서 벌어진 교감선생님의 이른바 '눈칫밥'이었습니다. 뭔가 다른 사정이 있어서 그러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선별급식이 돼도 학생들 마음은 다치지 않게 하겠다던 일부의 주장이 무색해진 순간이었습니다.

보편적 급식이 중단된 경남도에선 학부모에게 보낸 도의원의 답변문자가 논란이 됐습니다. "항의 문자 보낼 돈으로 급식비 내라. 어릴 때부터 공짜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지요.

이 분은 상대편 학부모가 순수한 학부모로 보이지 않아서 그렇게 대꾸했다고 했습니다. 순수한 학부모. 기억하시는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도 그렇게 갈라서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우주의 중심은 어디? 식탁 한가운데 오른 밥 고가도로를 과속으로 달려와, 밥 앞에 무릎을 꿇네 뜨겁게 서려오는 하얀 김 밥이 무거운 법이네"

밥이 법이다. 라는 제목의 시중 한 구절입니다.

시구처럼 뜨거운 밥이 우주의 중심일진데. 적어도 아이들의 마음속 우주는 지금…어찌 보면 어른들로 인해 흔들리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도 예로부터 식위민천. '밥은 하늘'이라 강조해온 이 땅에서 말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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