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비 내는데 왜 급식비 미납?" '공개 망신' 충암고의 당당한 해명

2015. 4. 6.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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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교감 잘라야 한다".. 점심시간에 만난 학생들의 '분노'

[오마이뉴스 손지은,권우성 기자]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충암고 교장실에서 박상국 교장(왼쪽)과 김종갑 교감(왼쪽 두번째)면담하며, 학교 식당 입구를 막고 급식비 미납학생들을 호명하며 '내일부터 오지 말라' '밥을 먹지 말라'고 공개망신 준 교감의 공개 사과와 문책을 요구했다.

ⓒ 권우성

"나쁘게 써주세요, 충암 망해야 돼요."

학생들은 화가 나 있었다. 6일 점심시간 서울 충암고등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기자가 다가가자 일러바치듯 불만을 토해냈다. 후식으로 나온 파인애플을 먹으며 친구와 장난을 치면서 걷던 학생도 말을 보태기 위해 기자 곁에 멈춰 섰다. 지난 2일 교감이 밥을 먹으러 식당으로 향하는 학생들 앞을 가로막고 일일이 '급식비를 냈냐'고 추궁한 일 때문이다.

그날 학생들은 '검문'을 거친 뒤에야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이날 김종갑 교감은 식당 앞 복도에 교탁을 놓고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이름과 반을 물었다. 급식비 미납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김 교감이 급식비를 못 낸 학생에게 "밥을 먹지 말라" "너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밥 못 먹는다"라고 말한 게 6일 오전 언론보도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교육관련 시민단체들의 항의방문을 받은 충암고 박상국 교장.

ⓒ 권우성

박상국 교장은 같은 날 오전 언론보도를 보고 항의방문을 온 학부모단체 회원들에게 "급식비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어서 경각심을 주기 위한 차원이었을 뿐 일부 언론보도처럼 '꺼지라'고 말하는 등 비교육적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생각은 그 반대였다.

학생들 "친구 망신 당하는 거 보고 나도 밥맛 떨어졌다"

"싫었어요. 밥 먹기 전에 그 모습 보고 기분이 안 좋아서 밥도 남겼어요. 미납 친구는 아예 밥을 안 먹던데요? 이런 행동은 엄연한 인권침해라고 생각해요."

당일 그 자리에 있었다는 한 3학년 학생에게 다가가 '급식비' 이야기를 꺼내자 금세 표정이 굳어졌다. 옆에 있던 친구의 팔을 거칠게 잡아끌며 본인이 목격한 장면을 흉내내기도 했다. 근처 건물 앞에서 공놀이를 하던 한 3학년 학생도 "전교생이 줄 서 있는데 그 앞에서 밥 먹지 말라고 한 거 자체가 보기 안 좋았다"라면서 "일단 밥은 먹이고 따로 불러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표했다.

직접 교감에게 추궁을 당했다는 학생도 만날 수 있었다. 2학년인 한 학생은 "일단 밥은 먹어야 사니까 식당으로 내려왔는데, 복도 중간에서 '급식비를 왜 안 내느냐'는 얘기를 들었다"라면서 "명세서 끊어서 부모님 갖다주라고 하면 되는데 너무 공개적으로 하니까, 심리적으로 좀 그랬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2학년 학생은 "(밥 먹지 말고) 그냥 가라고 그래서 그냥 '아 몰라요'라고 말하고 들어갔다"라면서 입술을 삐죽이기도 했다. 곁에 있던 친구는 "(급식비는)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거라서 학생들은 안 낸 줄 모른다"라며 "그럼 안 냈다고 말해주면 되는데 먹지 말라고 하면 애가 뭐가 되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충암고등학교 식당에서 학생들이 청소를 하고 있다. 식당이지만 학생들의 수업도 진행되는 교실이기도 하다. 기자에게 학생들은 '식당 좀 만들어주세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 권우성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충암고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식당 입구를 막고 급식비 미납학생들을 호명하며 '내일부터 오지 말라' '밥을 먹지 말라'고 공개망신 준 교감의 공개 사과와 문책을 촉구했다.

ⓒ 권우성

이날 충암고에는 여러 방송사의 카메라가 등장하는 등 취재진이 몰렸다. 일부 학생들은 취재 중인 기자 곁을 지나며 "교감을 잘라야 한다"라고 불만을 노골적으로 표하기도 했다. 또 교실 창에 매달려 "교감이 밥 못 먹게 해요"라고 소리치는 학생도 있었다.

학부모들도 화가 난 모습이었다. 참교육학부모회, 은평학부모네트워크, 전교조서울지부 등 교육단체 회원 30여 명은 이날 오후 2시에 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급식은 엄연한 교육활동의 일환"이라며 "단지 급식비를 제때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망언을 퍼부은 것은 교육자로서의 기본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들은 ▲ 충암고 교감의 공개 사과 ▲ 충암 재단의 교감 엄중 문책 ▲ 반교육적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서울시 교육청이 무상급식 예산을 대폭 확충할 것 등을 요구했다.

'공개 추궁' 교감 "핸드폰비는 내면서 급식비는 왜 안 내나"

하지만 학교 측은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박상국 교장은 기자회견을 마친 교육단체 회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이건) 교육적 차원의 일환"이라며 (형편이 괜찮은데도) 도덕적 해이로 급식비를 내지 않은 학생에게만 경각심을 준 것"이라고 말해 반발을 샀다.

충암고 김종갑 교감.

ⓒ 권우성

직접 학생들을 추궁한 김종갑 교감은 같은 자리에서 "휴대폰은 있는데 급식비를 안 내는 학생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라고 되물어 곳곳에서 헛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 참석자가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말라"며 김 교감의 말을 되받아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교육단체 회원들은 "설령 학생이 급식비를 미납했더라도 조용히 불러 얘기하면 될 일이다" "학부모에게 알려줘야지 왜 학생에게 알려주느냐" "학생 입장에서 생각해 보시라"며 전교생이 보는 앞에서 급식비 미납 사실을 추궁한 것 자체가 비교육적이라고 항의했지만, 학교 측은 인정하지 않았다.

김 교감은 "(미납 학생을 공개적으로 추궁한 것이) 합리적 방안이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 "그게 비교육적이라는 지적이 있다면 수정하겠다"라고 밝혔다. 맞은편에 앉은 이성대 전교조 서울지부장이 "(그 행동 자체가)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 30분 동안 진행된 면담은 평행선을 달린 채 끝이 났다. 교육 단체들은 학교 측의 답을 들어본 뒤 추후 행동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충암고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식당 입구를 막고 급식비 미납학생들을 호명하며 '내일부터 오지 말라' '밥을 먹지 말라'고 공개망신 준 교감의 공개 사과와 문책을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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