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비 없으면 나가' 충암학원, 8년 전엔 무슨 일이?

2015. 4. 6.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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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때 남학생 화장실 1곳뿐.. 교육청 감사 처분도 무시

[오마이뉴스 선대식 기자]

"급식비 안 냈으면 밥 먹지마."

지난 2일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이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공개 망신을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6일 <경향신문> 보도 내용에 따르면, 충암고 김아무개 교감은 학생들에게 "내일부터는 오지 말라", "꺼져라, 너 같은 애들 때문에 전체 애들이 피해 본다" 등의 발언을 했다.

홍준표 경상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중단 결정과 맞물려, 김 교감의 비교육적인 발언에 온라인 공간에는 학부모들의 분노가 터져 나왔다. 일부 학부모는 직접 학교를 찾아 항의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암학원 소속 A 교사는 "김 교감은 근무한 지 5년이 넘었는데, 학사 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교사한테도 심한 말을 한다"면서 "학교가 민주적이었다면, 김 교감은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는 이번 일과 관련해 여전히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인데, 충암학원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충암초·중·고를 운영하는 충암학원은 여러 차례 비리 등으로 언론에 오르내렸다. 특히, 지난 2011년 서울시교육청 특별감사 때 비리가 적발됐지만, 지금껏 교육청의 감사 처분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지난 1월 학교 개보수에 필요한 시설사업비 집행을 유보하는 등 특단의 조치까지 취했다.

설립자 아들 이홍식 전 이사장, 횡령·뇌물 등으로 불명예 퇴진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충암고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식당 입구를 막고 급식비 미납학생들을 호명하며 '내일부터 오지 말라' '밥을 먹지 말라'고 공개망신 준 교감의 공개 사과와 문책을 촉구했다.

ⓒ 권우성

충암학원 설립자 이인관씨는 1966년부터 잇달아 충암초·중·고를 세웠다. 이인관씨는 1970년 눈을 감았고, 그의 아들인 이홍식씨가 1974년 이사장직에 올랐다. 충암고는 바둑기사 이창호, 야구선수 박명환을 배출하는 등 바둑·야구 명문고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충암학원은 비리 사학 명단에도 빠지지 않았다.

1996년 이홍식씨는 학교 땅에 스포츠센터를 짓고, 교사들을 앞세워 학부모들에게 회원권을 강매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교육청은 이씨 등에 경고 처분을 내리라고 충암학원에 지시했다.

이씨는 1999년과 2000년 각각 난방시설 수리비 명목의 정부지원금 3억5500만 원을 횡령하고 조카를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 병무청 공무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구속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이씨는 이사장직을 잃었다.

2007~2008년 충암학원은 시설 노후화로 다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충암중학교에 당시 남학생용 화장실이 1곳 뿐이었기 때문이다. 2008년 4월 당시 충암학원 교사와 지역주민 등은 "똥 쌀 권리를 보장하라"라며 요강을 들고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당시 충암학원은 학생 수만 4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대형 사학이었다. 그러나 설립 이후 제

대로 된 보수공사를 하지 않았던 탓에 건물마다 크게 금이 갔고 곳곳에 합판 등으로 덧대 페인트칠을 한 상태였다. 특히 700여 명의 남자 중학생이 쓰는 4층짜리 건물에는 화장실이 1층에 있는 1곳뿐이었다. 그나마도 학생들이 화장실에 가려면 반드시 2층에서 건물 밖으로 나와 1미터 너비의 철계단으로 내려와 이용해야 했다. 이후 충암중학교 건물은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되기도 했다.

남자 중학교 건물과 연결된 5층짜리 고등학교 2, 3학년 건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1400여 명이나 사용하는데 대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1층에 1곳뿐(대변기 12개). 소변만 볼 수 있는 간이화장실이 층 중간에 2개 있지만 학생들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학생은 "쉬는 시간엔 전쟁이다, 5층에서 가려면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처분 무시... 학생들만 피해

충암학원은 2011년 다시 한 번 '비리 사학'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해 6월 교육청은 공사비 횡령·학교 회계 부정·계약직 직원 부당 채용·신규교사 공개채용 관련 서류 무단 폐기 등 32건의 충암학원 비리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교육청은 비리 관련 교직원을 고발했다. 또한 충암학원에 4억7300만 원 회수·보전, 교직원 29명에 대한 중·경징계 등을 요구했다. 당시 성적 우수생 특별반을 편성한 것도 적발됐다.

하지만 충암학원은 교육청의 요구를 무시했다. 형사처분을 받은 교직원에게 경고·주의 등 가벼운 처분만 내렸다. 부당하게 채용한 계약직 직원의 임금 2억5100만 원을 보전하라는 교육청의 요구를 거부했다. 교육청은 이씨를 이사장직에서 몰아냈다. 이씨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보다 못한 교육청은 지난 1월 충암중·고의 본·별관 방수공사, 충암고 본관 냉난방기 개선 사업 예산 6억7928만 원의 집행을 유보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일부 사학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청의 요구에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한편, 교육청의 감사처분 거부 이유 등을 묻기 위해 충암학원 쪽에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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