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커리어' 양동근, 이제는 KBL 역대 1인자

2015. 4. 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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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 3년 연속 우승 금자탑 뒤엔, 꾸준함의 대명사 양동근이 있다

[오마이뉴스 이준목 기자]

한국농구 역대 최고의 선수를 단 한 명만 꼽으라면? 신동파, 이충희, 허재, 서장훈 등 다양한 이름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KBL 역대 최고의 선수를 단 한 명만 꼽으라면 더 이상 이론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바로 양동근(울산 모비스)이라는 부정할 수 없는 1인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양동근이 이끄는 울산 모비스는 지난 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동부와의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81-73으로 승리를 거둬 4전 전승으로 3년 연속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양동근은 이번 챔피언 결정전에서 평균 20점 4.8리바운드 4.8어시스트를 기록하는 맹활약을 펼치며 플레이오프 MVP를 차지했다.

모비스 왕조의 시작과 끝에 모두 '우승 청부사' 양동근이 있다. 모비스는 전신인 부산 기아 시절을 포함하여 총 6회로 KBL 최다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중 5번이 모비스로 팀명을 바꾼후 양동근과 유재학 감독이 입단한 2004년 이후의 업적이다.

모비스는 양동근과 함께 지난 11년간 정규리그 우승과 플레이오프 우승 각 5회, 통합 우승 3회, 역대 최초의 챔프전 3연패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한국프로농구의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양동근의 개인 챔프전 5회 우승 기록은 은퇴한 추승균(전주 KCC) 감독대행과 최다 타이기록이며 정규시즌 5회 우승은 독보적인 단독 1위다.

단순히 모비스라는 좋은 팀과 동료들을 만난 행운만이 아니라, 순수하게 양동근 본인의 기여도와 스타성만 거론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모비스가 '양동근이 없었다면 이렇게 많이 우승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양동근은 상무 입대 시절을 제외하면 10년에 이르는 오랜 세월 동안 모비스의 든든한 기둥이었다.

우승 횟수, 개인 수상 경력 등... 모두 우세한 양동근

양동근은 모비스 유니폼을 입고 9시즌간 정규리그 454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34분 3초를 소화하며 통산 12.6점, 5.1어시스트, 3.0리바운드, 1.6가로채기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는 61경기에서 14.5점, 5.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양동근은 2004~2005시즌 신인왕을 시작으로 지난 2005~2006시즌(서장훈 공동 수상)과 2006~2007시즌 2년 연속 정규리그 MVP에 등극했다. 올시즌도 정규리그 MVP 후보에 올라있는 양동근이 팀동료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제치고 수상할 경우 사상 최초의 3회 수상자가 된다. 플레이오프 MVP(2006~07시즌, 2012~13시즌, 2014~15시즌)는 이미 올해까지 최초 3회 수상자가 됐다.

신인왕과 MVP를 모두 수상한 것은 양동근을 비롯하여 김주성(동부), 김승현(전 오리온스), 주희정(SK), 신기성(전 나래) 등 5명에 불과하다. 정규리그 MVP를 2회 이상 수상한 것도 양동근과 서장훈과 김주성, 이상민 등 4명뿐이다. 한국농구의 어떤 전설적인 선수들과 비교해도, 양동근의 위상이 우승 횟수와 개인 수상 경력 등에서 모두 우세할 정도에 이른 것이다.

더구나 양동근의 커리어에는 국가대표 경력도 빼놓을 수 없다. 양동근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첫 태극마크를 단 이래 10년째 대표팀 부동의 포인트가드로 활약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양동근이 처음 대표팀에 입성하던 막내 시절에는 한국농구가 국제무대에서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이라 본의 아니게 함께 묶여서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러나 지난 2014년 FIBA 농구월드컵에서 16년 만의 출전권을 따낸 데 이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12년 만에 금메달까지 목에 걸며 프로에 비해 아쉬웠던 대표팀에서의 흑역사를 청산하는 데 성공했다.

더구나 양동근은 비시즌 내내 대표팀에서 주장으로 활약하는 체력적 부담 속에서도 프로무대에서는 모비스의 3연패를 견인했고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를 모두 풀타임에 가깝게 소화하는 완벽한 '철인'의 면모를 과시했다. 한국농구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김주성(동부)와 함께 가장 오랜 시간 변함없이 묵묵하게 대표팀을 지켜온 고마운 선수가 바로 양동근이다.

35세로 전체 출전시간 1위에 오른 '그'

양동근은 사실 그동안 은근히 저평가를 받은 선수다. 양동근은 신인 1순위 출신임에도 흔히 말하는 '천재'나 타고난 스타 유형과는 거리가 있다. 화려한 기술도 없고, 초창기엔 플레이스타일도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니었다. 프로농구 역대 최고의 선수를 논할 때마다 많은 이들은 허재, 이상민, 김승현 같은 천재형 스타들의 이름을 먼저 떠올렸다. 개인 타이틀이나 누적 기록에서도 워낙 독보적인 서장훈이나 주희정에 못 미친다.

하지만 양동근은 역대 어느 전설적인 선수들도 가지지 못한 자신만의 장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바로 '꾸준함'이다. 강철같은 체력과 기복없는 수비력, 그리고 나이를 먹어서도 멈추지 않는 진화야말로 양동근의 진가를 설명하는 트레이드 마크다.

1981년생인 양동근은 우리 나이로 35세다. 웬만한 선수들 같으면 사실 벌써 노쇠화를 논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전설적인 선수들도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기량이 급격하게 하락하거나 기록이 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양동근은 올시즌 국가대표 차출로 인한 체력부담이 무색하게 평균 34분 56초로 당당히 전체 출전시간 1위에 올랐고 54경기 전 게임을 소화했다. 백업들의 부상과 부진으로 많은 부담을 오롯이 떠안으면서 세운 기록이다.

개인 성적도 MVP 후보에 오를만큼 전 시즌에 비하여 전반적으로 오히려 향상됐다. 나이든 선수들이 공격력은 여전해도 수비에서 체력을 안배하는 경향이 있는 것과 달리, 양동근은 노장의 반열에 접어든 지금도 가드로서는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과 활동량을 자랑한다. 그동안 부상으로 인한 장기결장이나 슬럼프가 거의 없었던 꾸준한 모습은 '장수의 대명사' 주희정도 한수 접어야할 만큼 비교대상이 전무하다.

본래 양동근은 패스와 경기운영이 능한 선수는 아니었다. 포인트가드의 자존심인 어시스트 1위 타이틀은 2011년 한 차례밖에 없다. 2012-2013시즌에는 슈팅가드로 잠시 전향했다가 김시래(LG)의 이적 이후 다시 포인트가드로 복귀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그러나 양동근은 매시즌 끊임없는 노력없이 서른이 넘은 이후에도 지속해서 성장하는 보기드문 선수로 꼽힌다.

양동근의 프로 경력을 온전히 함께해온 유재학 감독은 "지도자의 다양한 주문이나 팀의 상황에 맞춰서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양동근의 강점으로 꼽은 바 있다. 양동근이 훗날 은퇴 후 지도자로 전향하더라도 대성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양동근은 훌륭한 경기매너와 깨끗한 사생활로 인하여 코트 안팎에 안티가 없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개성강한 스타플레이어들이 한 번쯤 겪게되는 구설수나 불미스러운 사건사고도 양동근과는 거리가 멀다. 신인 시절 자신을 막지 못하여 화가 난 선배 수비수로부터 경기중 '싸대기'를 맞는 봉변을 당하고도 끝까지 참아낸 절제력은 유명하다. 거친 수비와 몸싸움이 일상인 농구에서도 항상 평정심을 잃지 않고 경기에 집중하는 것은 쉽지않다.

나이든 노장 선수들이 흔히 빠지게 되는 플라핑(눈속임 동작, 할리우드 액션)의 유혹이나, 경기매너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잡음이 거의 없는 유일한 선수다. 경기장 밖에서도 워낙 사생활이 깨끗하고 너무 이슈가 없어서 오히려 재미없다는 이미지도 있지만, 누구도 현재 양동근이 한국 프로농구의 간판스타라는 사실을 부정하지 못한다.

요약하자면 양동근은 '농구판 박지성'이라고 할 만한 선수다. 한국스포츠의 전설이 된 동갑내기 박지성처럼 양동근 역시 처음부터 주목받는 선수는 아니었으나, 끊임없는 노력과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실력과 인기, 명예를 모두 한손에 거머쥔 양동근의 커리어야말로, 프로농구선수를 꿈꾸는 모든 선수들에게 완벽한 이상향이 아닐까.이 기사를 응원하는 방법!☞ 자발적 유료 구독 [ 10만인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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