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가족의 흙벽돌집

취재 조고은 사진 변종석 2015. 4. 3.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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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손길이 깃든 이층집

주변이 잘 정비된 택지지구에 흙벽돌집이 들어섰다. 견고하고 단정한 느낌의 이 박공지붕 이층집은 세 아이를 둔 젊은 부부의 집이다.

"아버지께서 황토벽돌 공장을 하세요. 그곳에서 만든 벽돌로 흙집을 지었죠."

건축주임헌관 씨는 세종시 토박이다. 아버지의 벽돌 공장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자리했다. 지금은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지만, 그는 이곳에 남아 아버지의 공장에서 생산한 벽돌로 집을 지었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벽돌은 분사, 혼합한 황토를 고유압으로 찍어내어 자연 양생한 것이다. 덕분에 곧 태어날 아이를 품은 만삭의 아내 조이림 씨와 아직 어린 남매 태진이, 미소는 새 보금자리에서 한층 건강한 생활을 누린다.

세종시블록형 단독주택지에서 집을 짓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일이었다. 정부청사와 해당 지역 관할관청 두 곳에서 모두 허가를 받아야 했고, 오렌지빛스페니쉬 기와를 얹었던 지붕은 정해진 조례에 맞추어 짙은 회색으로 다시 칠해야만 했다. 헌관 씨는 지붕만 생각하면 아직도 아쉬움이 남지만, 할아버지의 손길이 담긴 집에서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면 다시금 감회가 새롭다.

흙집은 바닥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일차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단을 높여 짓는다. 이 주택 역시 기초를 높이고 하단에는 구운 벽돌을 쌓았다. 벽체는 사이에 단열재를 두고 200㎜ 황토벽돌을 이중으로 쌓아 올렸다. 튼튼하면서도 따뜻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두꺼운 벽체 덕분에 3중 시스템창호를 설치하고도 창턱이 크게 남아, 내부에 세살문 한지 창호를 하나 더 달았다. 이는 창호의 단열을 보완해주는 것은 물론, 커튼의 역할을 겸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특히 밤에는 안에서 밖으로 새어 나오는 빛에 세살문 무늬가 그대로 비쳐 주택 외관에 고즈넉한 정취를 더해준다.

주택 내부는 젊은 부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하여 공간을 구성하되, 황토 미장으로 마감하고 목재를 함께 사용해 흙집 고유의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1층 한실은 집의 포인트 공간으로, 손님을 맞는 다실을 겸해 아내 이림 씨만의 조용한 휴식공간이 되어줄 예정이다. 목재를 사용해 투시형으로 만든 2층 계단실 벽은 답답하지 않은 공간을 원했던 남편의 아이디어다. 대신 손주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생활하기를 바랐던 할아버지의 의견을 반영하여 목재 기둥 사이에 단조 장식을 더해 사고 위험을 줄였다.

이림 씨는 이곳에 온 후 오랫동안 앓았던 비염이 말끔히 나았다고 전했다. 부부는 아이들도 보다 자유분방하게 공간을 누리며 더욱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할아버지의 손길이 담긴 흙벽돌로 지은 집. 꽃 피는 봄이 오면 태어날 아기도 이 집을 마음에 쏙 들어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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