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난 '난놈' 아니다..선수들 덕에 '난놈'되고 싶다"

입력 2015. 4. 3. 05:51 수정 2015. 4. 3.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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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 스포츠동아DB

■ 올림픽대표팀 신태용 감독을 만나다

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는 신태용(45) 감독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는 '자신감'이다. 선수 시절부터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는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을 지도자 생활에도 그대로 접목하고 있다. 성남일화(현 성남FC) 사령탑

시절에도 신 감독은 거침이 없었다. 화끈한 공격 축구를 추구하면서 성남을 2010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2011년 FA컵 우승으로 이끌며 팀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차 목표는 2016리우올림픽 출전자격 획득1년뒤 능력 100% 발휘할 선수 잠재력 파악

생각하는 축구·즐기는 경기로 창의적 플레이"너흰 절대 약하지 않다…자신감 가져라" 강조

2월 건강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이광종(51) 전 감독의 뒤를 이어 올림픽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신 감독은 자신감 넘치는 공격 축구로 선수들과 함께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림픽대표팀은 지난달 27∼3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펼쳐진 2016 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예선에서 브루나이(5-0 승), 동티모르(3-0 승), 인도네시아(4-0 승)를 상대로 3전승을 거두고 본선 진출에 성공한 뒤 2일 귀국했다. 리우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을 겸한 2016 AFC U-23 챔피언십 본선은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다.

-2016 AFC U-23 챔피언십 예선을 마치고 온 소감은.

"2016년 리우올림픽을 위한 출발점이었다. 이번 예선에서 만난 팀들이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보다 한 수 아래였지만, 그 안에서 우리 팀이 펼칠 수 있는 플레이를 다 해보려고 했다. 모든 경기를 잘 풀어나갔고 선수들도 잘해줬다. 다만 골 결정력을 더 높일 필요가 있었다. 유효 슛에서 압도적이었으나, 그에 비해선 골이 부족했다."

-골 결정력 외에는 만족할 만한 경기력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일주일 훈련한 것 치고는 경기력이 괜찮았다. 각 소속팀에서 많이 뛰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보니, 과정은 잘 이뤄지고도 골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 브루나이전, 동티모르전을 치른 뒤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선 선수들이 경기감각을 찾아 골 결정력도 높아졌다. 선수는 역시 경기를 뛰어야 한다."

-올림픽대표팀 1차 소집 때는 37명의 선수를 놓고 관찰했는데, 23명을 가려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최대한 편견 없이 보려고 선수들에게 번호만 적힌 연습복을 입도록 지시했다. 이름은 모른 채 번호만 보고 플레이나 훈련 자세를 지켜봤다. 번호를 체크해뒀다가 코치들에게 해당 선수에 대한 조언을 듣고는 했다."

-선수를 뽑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요소는 무엇인가.

"기량도 중요하지만, 선수가 가진 잠재력을 파악하는 데도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잠재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다. 당장 가장 중요한 점이 올림픽 예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출전자격을 얻는 것이라면, 그 다음은 선수의 잠재력 파악이다. 선수들의 능력이 100% 발휘돼야 할 무대는 1년 뒤인 올림픽이다. 지금 가진 기량에서 더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팀에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선수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다."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팀이 워낙 좋은 성적(동메달 획득)을 냈기 때문에 굉장히 부담스러울 것 같다.

"당연히 부담된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지인들과 농담 삼아 '다음 올림픽대표팀은 정말 부담될 것 같다'는 말을 하고는 했는데, 그게 내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당장은 리우올림픽에서 8강, 4강 안에 든다든지 지난 올림픽대표팀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일단은 출전권을 따는 것이 우선이다. 본선 출전자격을 획득한 뒤에 올림픽 목표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한다."

-선수들에게는 어떤 점을 강조했나.

"'생각하는 축구'를 강조하고 있다. 우리 팀이 강조하는 것은 무엇이고, 그 안에서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팀 승리를 도울 수 있을지를 인지하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 막연한 생각을 갖고 플레이하는 것은 현대축구와 맞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보고, 생각하고, 움직일 것을 강조했다."

-신나는 팀 분위기를 강조한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축구는 틀에 박혀 있다. 어릴 때부터 조용하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해온 것이 몸에 배어있다. 흔히 '즐기면서 경기한다'고 하는데, 평소 훈련이 즐겁지 않은데 어떻게 경기를 즐길 수 있겠는가. 훈련 때부터 선수들끼리 얘기를 많이 하고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해야 경기도 즐길 수 있다. 선수들에게 '잡담을 해도 좋으니 마음껏 떠들라'고 말했다. 자신의 순서에서만 집중하면 된다. 나 역시 선수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면서 다가갈 생각이다. 그래야 선수들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다. 훈련, 대회기간 동안 선수간에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훈련 분위기도 항상 밝았다. 코치들도 선수들이 처음 합류했을 때보다 훨씬 밝아졌다고 하더라."

-사실 이번 올림픽대표팀은 예년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적잖다.

"전력이 떨어진다기보다는 눈에 확 띄는 스타가 없을 뿐이다. 선수들에게도 '너희는 절대 약하지 않다.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말했다."

-그래도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면.

"다만 지금 멤버 가운데 각자의 소속팀에서 주축으로 뛰는 선수가 많지 않다는 점이 걱정이다. 이번 예선을 치르고 소속팀으로 돌아간 뒤에도 경기를 뛰어야 하는데, 출전 기회가 적으면 감각과 자신감을 잃는다. 결국 선수 스스로와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올림픽대표팀은 23세 이하 연령대 대표팀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서 성과를 내는 것만큼이나 이 선수들을 성장시켜서 A대표팀에 올려 보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선수들이 자신의 장점을 발휘해 자신감을 얻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선수들이 K리그 각 소속팀 감독에게 '올림픽대표팀에 다녀오더니 발전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2일) 해산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각 소속팀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어 게임을 뛰라고 했다. 5월 6일 다시 대표팀을 소집할 예정인데, 한 달 동안 경기를 뛰지 않으면 이번 대회기간 동안 찾은 경기감각을 금방 잃고 만다."

-'신태용'의 이미지는 자신감이다. 과거 '난 난놈이다'라는 말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는데.

"(웃음) '난놈이다'라는 말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ACL(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뒤에 그 단어가 나왔는데, 사실과는 좀 다르다. 그 때 내가 한 말은 '난 난놈이다'가 아니라, '선수들 덕분에 난놈이 됐다'는 것이었다. 그 때 성남일화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뛴 덕분에 나도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올림픽팀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활약 덕분에 '난놈'이 되길 바란다. 선수들이 자신감 있게 뛰어주길 바란다."

-올림픽 대표팀의 2015년 목표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1차적으로는 올림픽 출전자격을 획득하는 것이다. 일본, 중국, 북한, 이란, 이라크 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예선 통과도 하지 못한다면 축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길 것이다. 젊은 선수들과 함께 똘똘 뭉쳐 자신감 있는 플레이로 축구팬들로 하여금 '올림픽축구팀을 통해 한국축구의 희망을 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좋은 성과를 얻어야만, 전임 이광종 감독님께도 떳떳하게 인사드릴 수 있지 않겠는가."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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