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 차익보다 실거주" 에코세대는 'NSC' 를 찾는다
◆ 부동산 패러다임 바뀐다 / 新주거트렌드 ◆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재건축 단지 대형 평형을 보유한 60대 최진수 씨(가명)는 최근 아파트를 처분하고 같은 동네 10억원대 중형 아파트로 이사했다. 최씨는 두 자녀도 모두 출가했고 지금이 대형 평형을 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전용면적 84㎡ 아파트로 갈아탔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최씨처럼 어느 정도 자산을 보유한 50·60대에서도 최근 중소형 선호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 부부가 각각 서울 강남과 여의도에서 맞벌이하는 30대 직장인 박일호 씨(가명)는 지하철 9호선 염창역 인근 아파트로 이사했다. 9호선을 이용하면 부부가 모두 30분 안에 출퇴근이 가능한데 집값은 서울 다른 지역보다 아직 저렴한 편이기 때문이다. 박씨 부부처럼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30대 맞벌이 부부는 직장과 집이 가까운 '직주근접'을 주택 구매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2006년 이후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는 주택시장에 9년 전과는 사뭇 다른 주거 트렌드가 등장하고 있다. 30·40대 주택 주력 구매층에서 불고 있는 신(新) 주거 트렌드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자녀들인 '에코 세대(1979~1992년생)'가 주택시장 전면에 등장하면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세대가 바뀌고 경제 환경도 변화하고 동시에 한 차례 큰 부동산 폭락을 경험한 이들은 더 이상 주택을 시세차익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실제 보유하면서 거주하기 위한 용도로 여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신 주거 트렌드의 핵심은 'N·S·C'로 요약된다.
N은 직주근접(Near the office)이다. 실제 투기나 투자보다 실거주용으로 주택을 보유하는 추세는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이 편리한 지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2013년 주택산업연구원이 조사한 자료에서도 기혼자·미혼자 모두 교통 편리성을 주택 구매 때 가장 크게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직주근접은 중요한 요소였지만 주택시장이 실수요층으로 재편되면서 출퇴근이 편리하고 통근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지역이라면 무조건 분양은 잘된다"며 "맞벌이가 많은 것도 직주근접이 뜨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30·40대 맞벌이 비중은 49.4%로 전체 맞벌이 가구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많다. S는 작은 집(Small housing)을 선호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대형 평형보다 소형 평형을 선호하는 현상은 9년 전 주택시장 호황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패턴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팀장은 "과거에는 전용 84㎡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가 시장을 주도했다. 중대형 아파트는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그만큼 시세차익도 컸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트렌드는 그때와는 정반대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중 전용 95.8㎡를 초과하는 대형 아파트 가격은 2월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다.
40~62.8㎡ 미만 중소형과 소형(40㎡ 미만)이 각각 0.54%와 0.53%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주택시장이 실수요층으로 재편되면서 실거주 목적의 중소형 아파트 인기는 고공 행진하고 있다.
박 팀장은 "부자들이 중소형을 선호하는 것은 실수요도 있지만 투자 목적으로 봐야 한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소형 아파트는 중요한 월세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Clean & New apartment) 선호 현상도 신 주거 트렌드의 주요소로 꼽힌다.
2006년 호황기 때는 새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 구분할 것 없이 투기 수요가 몰려들며 가격이 폭등했지만 최근에는 젊은 실수요층에서 기존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 선호가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기존 아파트 거래가 지난달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막상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마포·공덕 등 일부 강북 지역을 빼면 기존 아파트 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새 아파트를 공급하는 분양시장은 최고 호황기를 방불케 하며 4월에는 올해 최대 물량인 7만8000가구가 시장에 나올 예정이다.
[문지웅 기자 / 이승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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