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가뭄에 지구촌이 타들어간다

김현진기자 2015. 4. 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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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량 급감' 美 캘리포니아 167년만에 강제절수 명령브라질 전력수급 바닥 위기.. 올 성장률 -2% 추락 전망칠레는 저가와인 생산 중단.. 남미, 가뭄에 경제까지 휘청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가뭄은 1,200년 이래 가장 극심한 수준이다."

지구촌 곳곳이 역사상 전례 없는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극심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167년 만에 강제절수 명령을 내리는가 하면 가뜩이나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브라질에서는 가뭄으로 전력수급이 거의 바닥나는 등 경제까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는 1일(현지시간) 주 역사 167년 만에 처음으로 강제절수 명령을 내리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지사는 이날 산하 모든 기초자치단체들의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강제로 감축하는 방안을 포함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른 물 사용량 강제 감축분은 앞으로 9개월간 18억5,000㎥(1조8,500억ℓ)에 이른다. 최근 국제지구물리학회 학회지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이례적으로 낮은 강수량과 기록적인 더위가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에 최악의 가뭄을 초래했다.

브라운 주지사는 캘리포니아주 동부 내륙 시에라네바다 산맥에 있는 필립스시에서 수자원관리위원회의 적설량 측정을 참관한 뒤 이 같은 행정명령을 내렸다. 그는 "이곳은 평소라면 눈이 5피트(약 150㎝) 정도 쌓여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마른 풀이 난 땅에 서 있다"고 전한 뒤 "이 역사적인 가뭄으로 전례 없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절수에 따른 고통분담을 호소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수원지 역할을 하는 이 지역 적설량은 65년 전 기록 측정 이래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에는 주 내의 잔디밭 5,000만제곱피트(465만㎡)를 없애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관리를 위해서는 물을 듬뿍 줘야 하기 때문에 물 낭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온 잔디밭을 대거 없애겠다는 것이다. 또 물과 에너지 사용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을 사는 소비자에게 한시적으로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대학 캠퍼스, 골프장, 묘지 등에서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도록 의무화했다. 도로에 설치된 화단의 잔디밭에 물을 주는 행위가 금지되며 화장실 변기와 수도꼭지 등에 관한 규제기준도 상향 조정된다. 행정명령으로 소비자들이 물 사용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해 지역별 수도 사업자들이 요금부과 체계를 바꾸도록 의무화하는 조치 등도 포함돼 있다.

가뭄으로 지난해 캘리포니아의 40만에이커(16억㎡)에 달하는 농지는 경작이 불가능해져 1만7,000명이 직업을 잃었다. 올해도 수십만에이커의 농지가 경작되지 않은 상태일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현재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충격적인 상황"이라며 "강제절수 명령 조치는 캘리포니아 주민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가장 큰 주로 꼽힌다.

미국뿐 아니라 남미지역에서는 계속된 가뭄으로 국가 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80년 만에 최악의 가뭄사태가 계속돼 주요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전력사정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 브라질은 발전량의 70% 이상을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가뭄으로 주요 댐의 저수량이 줄어들면 전력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는 최근 심각한 전력난으로 제한송전이 이뤄질 경우 브라질 경제 성장률이 -1.5%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지어 브라질 내 컨설팅 회사들은 물 부족과 전력난으로 산업생산이 위축되면서 성장률이 -2%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컨설팅 회사들은 가뭄 피해가 상파울루주와 리우데자네이루주·미나스제라이스주 등 경제 중심지에 집중되는 데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브라질 인구의 40%가 집중된 이들 3개주는 국내총생산(GDP)의 53%를 차지하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극심한 가뭄으로 칠레에서는 와인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통신은 칠레의 유명 와이너리 디마르티노가 수도 산티아고에서 320㎞ 떨어진 리마리밸리산 포도로 만들어지는 저가 와인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가뭄으로 포도 재배에 필요한 물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칠레 양조학자 마르셀로 레타말은 "현재는 저가 와인 생산을 중단하는 정도지만 향후 2~3년 내 고급 와인 생산도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된 가뭄으로 칠레에서는 포도 등 과일 생산이 줄어든 것은 물론 공장용수·생활용수 부족 등에 따른 산업과 가계 전반의 충격이 커지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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