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야구하는 아두치 "아버지의 영향이죠"

2015. 4. 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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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지난달 2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케이티 위즈와의 경기를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주전 야수들이 타격 훈련을 끝내고 백업 선수들의 타격 훈련이 시작될 즈음이었다.

주전 선수들이 대부분 라커룸으로 철수해 휴식을 취하고 있을 바로 그때 한 선수가 더그아웃에서 다시 나오더니 한구석에서 번트 연습을 열심히 했다.

롯데의 새 외국인 선수 짐 찰스 아두치(30)였다. 아두치의 번트 연습은 한동안 진행됐고, 보다 못한 강민호가 손아섭에게 "아두치 좀 말려봐"라고 했지만, 손아섭도 아두치에게 몇 마디 건네더니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돌아왔다.

아두치는 번트 연습을 끝낸 뒤 다시 T-배팅 훈련까지 마치고 나서야 이날 경기 준비를 모두 마쳤다.

아두치는 성실하다는 말로는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는 선수다. 아두치는 매 경기가 자신의 마지막 경기이기라도 한 듯 자신의 모든 것을 경기에 쏟아붓는다. 경기에 임하는 자세나 열정만 따지면 야구밖에 모른다는 손아섭보다 더 지독하게 느껴질 정도다.

홈런의 쾌감을 음미하며 천천히 베이스를 도는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아두치는 홈런을 치고서도 앞만 보고서 맹렬히 달린다. 수비할 때 펜스를 두려워하지 않고, 평범한 땅볼에도 지레 포기하는 법이 없이 전력 질주한다.

아두치의 이러한 성실함은 스프링캠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그래서 구단 관계자가 아두치에게 물어봤더니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아두치는 아버지인 제임스 데이비드 아두치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주로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한국으로 건너온 아두치와 마찬가지로 그의 아버지 역시 선수 생활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고, 1987년 6월 밀워키 브루어스가 방출 통보를 하자 일본으로 건너가 요코하마 다이요 웨일스에서 82경기를 뛰어 타율 0.268, 13홈런, 48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이듬해 밀워키와 재계약한 아두치의 아버지는 1988년 메이저리그에서 44경기를 뛰었고, 1989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68을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다시는 메이저리그에 돌아오지 못했다.

아두치의 아버지는 그가 5살일 때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아두치는 유일한 아들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T-볼부터 가르쳤다. 아버지와 아들은 대화를 많이 나눴다. 대부분 야구에 관한 것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네가 어디서 뛰든 언제나 전력을 기울이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하고 또 말했다. 아버지의 생존 방식이기도 했다.

아두치가 성장한 배경도 영향을 미쳤다. 아두치는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자란 곳은 미국 시카고였다. 사는 곳도 시카고 남부의 노동자 주거지역이었다. 하루 열심히 일해서 살아가지 않으면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사람들을 보고 자란 아두치에게 그들의 생활 방식은 곧 야구 철학이 됐다.

여기에다 셋째를 임신한 아내까지. 아두치는 자신의 선수 생활에서 남은 전성기를 한국프로야구에서 승부를 걸겠다고 다짐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마음가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지난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우리 팀이 성적이 좋지만 우리는 성적보다는 떠나간 팬들이 돌아오는 게 중요하다"면서 "선수들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승패에 상관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만 보여주면 팬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아두치가 한국프로야구에서 어느 정도의 성적을 거둘지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러나 아두치는 분명히 야구팬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그라운드에 열정을 불어넣고 팬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선수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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