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신데렐라' 이재성, 역경 이긴 겸손의 끝판왕

김민규 2015. 4. 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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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김민규]

"대학 때와 지금의 저는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4년 전 고려대에 입학한 이재성(23·전북)을 처음 봤다. 서동원 고려대 감독은 호리호리한 한 선수를 콕 찝어서 지켜보라고 했다. 경희대와 U리그에서 왼쪽 수비로 나온 이재성이었다. 체격은 왜소하지만 공을 영리하게 찼다. 좀처럼 뺏기는 경우가 없었다. 학성고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온 그는 경기를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꾸준한 선수가 되겠다"는 소박한 소감을 수줍게 밝혔다.

시간은 흘렀다. 이재성의 위상은 대학 때와 180도 달라져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던 그는 지난달 27일 우즈베키스탄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데뷔했다. 그리고 31일 차두리 은퇴식으로 열린 뉴질랜드를 상대로 결승골을 뽑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나가는 팬들도 그를 알아보고 사인을 요청할 정도였다.

결승골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재성을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겸손한 선수가 되겠다"는 그는 그대로였다.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뉴질랜드 전에서 후반 선제골을 성공시킨 이재성이 슈틸리케 감독과 축하의 포옹을 하고 있다.

사진취재=양광삼 기자

◇ 슈틸리케의 신데렐라

- 4년 전 고려대 녹지에서 봤을 때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난 달라지지 않았다. 똑같이 하고 있는데 무대가 프로로 달라지니 더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그때는 대표팀은 막연한 꿈이라 생각했다. 현실로 다가오니 신기하고 새롭다. 꿈을 꾸고 있는 느낌이다. 행복하면서 얼떨떨하다."

- 동갑내기 손흥민(23·레버쿠젠)과 함께 뛰는 것이 꿈이라 했는데.

"중등연맹 선발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다. 같이 뛰는 날이 올 줄은…. 아니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 이번 대표팀에서 동갑이 나와 흥민이뿐이 없었다. 흥민이가 많이 챙겨줬다. 훈련장에서 날 많이 띄워줘서 편안하게 해줬다. 큰 의지가 됐다. 덕분에 빨리 적응했다. 우즈베키스탄과 A매치 데뷔전을 했는데, 흥민이가 많이 맞춰줬다. 친구랑 같이 뛰어서 좋았다."

-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될 때는 심경은.

"(김)기희형이랑 같이 있었다. 마음을 비우고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더라. 그런데 기희형이 핸드폰을 먼저 보고 둘 다 대표팀에 됐다고 했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처음이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또 소집되면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 손흥민이 이재성을 새로운 단짝으로 꼽았다.

"어제 흥민이가 실축도 하고 내가 만회했다. 서로 도와주면서 A매치 두 경기를 치러 더 뜻 깊었다. 우애가 더 깊어진 거 같다. 흥민이도 '너가 날 살렸다'고 '고맙다'고 하더라. 그런데 아니다. 흥민이한테 내가 더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가 더 고맙다.(웃음) 흥민이는 대표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부담을 지우는 느낌이었다. 흥민이가 편안하게 했으면 한다. 확실히 대표팀은 리그와 분위기가 달랐다."

- 이번 A매치를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3가지를 얻었다. 자신감은 확실하게 챙겼다. 또 부담감도 함께 갖게 됐다. 마지막은 슈틸리케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알아야 하는 과제까지 안게 됐다."

- 제2의 이청용(27·크리스탈 팰리스)이라는 말이 나왔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이청용 선수와 가장 닮은 것은 체형인 것 같다. 청용이형이 안 계서서 17번을 달아서 그런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 대표팀에서 주전경쟁은.

"이제 처음 시작하는 단계다. 형들은 전부터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 나는 더 노력하고 분발해야 한다. 내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경쟁이 되고 대표팀에 좋은 기운이 흐를 것이다. 한국축구가 더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이재성은 중학생 때부터 꾸준히 축구일기를 써 왔다.

이재성 본인 제공

◇ 타고난 한계를 넘어서다

- 청소년 때는 한 번도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는데.

"내가 부족했다고 본다. 섭섭하건 전혀 없었다. 발전하려고 늘 노력했다. 아마추어 때보다 프로에서 뛰니 관심이 늘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도 전북에서 뛰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전북으로 간 것이 큰 선택이었고 잘 풀리는 계기였다. 기회를 준 전북과 최강희 감독께 감사하다."

- 활동량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대학 입학 전까지는 체력이 약점으로 꼽혔다.

"지금도 경기장 밖에서 하는 오래 달리기는 잘 못한다. 대학에서 운동을 많이 했다. 서동원 감독께서 운동을 많이 시키는 스타일이다. 하루에 3~4번 씩 운동했다. 몸집은 작았지만 성장할 수 있었다. 경기장 안에서는 근성이 있었다. 힘들지만 끝까지 한발 더 뛰려고 한다. 그게 내 강점이다."

- 대학 때는 홀로 새벽에 나와 슈팅 훈련도 매일 했다고.

"단기 훈련을 보신 것 같다. 1학년 때 슈팅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매일 새벽 같이 나가 왼발 슛을 가다듬었다. 연세대와 정기전을 앞두고 가진 집중 훈련이었다. 훈련을 하고 치른 정기전에서 바로 득점을 했다. 효과가 있었다."

- 선수로 치명적 약점으로 꼽히는 안짱다리(일명 오다리)인데. 고충은 없었나.

"축구선수로서 단점이라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오다리'라 공을 더 잘 지킬 수 있었다. 공을 다리 사이에 놓고 플레이 하니 잘 안 뺏긴다.(웃음) 중·고등학교 때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다. 체형관리를 받으러 다녔다. 다리를 묶고 자기도 했는데 안 되더라. 단점이 아닌 장점이란 생각으로 경기장에 나서고 있다."

아시안게임 일본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는 이재성.

IS포토

◇ 인생을 바꾼 아시안게임

- 최약체란 평가를 딛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한사람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 열심히 뛰었던 것이 큰 결실을 맺었다. 일기에도 가장 크게 28년 만에 금메달이라고 적어 놨다. 운동에 더 집중했다."

- 축구일기는 언제부터 썼나.

"중학교 때부터 썼다. 그때는 감독·코치님이 시켜서 억지로 했다. 한동안 안 쓰다가 대학에 와서 우연히 다이어리를 사면서 일기 쓰는 재미를 느꼈다. 하루하루 느낀 점을 적고 일정을 적는다. 돌아보면 재미있고 추억에 잠긴다. 어떤 훈련을 할지, 어느 정도 공격 포인트를 올릴지, 정신적으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목표를 써 놓는다."

- 결승전 상황은 어땠나.

"(김)신욱이형이 8강 때였나? 우리를 불러 놓고 이야기했다. 자기는 다리에 실금이 가서 뛸 수 없다고 했다. 언론에서는 '김신욱이 나온다'는 기사가 나올 때였다. 형이 치료를 열심히 받으며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 운동장에서도 아픈 티를 내지 않았다. 안쓰러웠다. 그게 큰 힘이 됐다. 결승전에서도 끝까지 투혼을 보였다."

- 부상을 당해 마지막은 벤치에서 함께 했는데.

"승리를 선물해줘 너무 고마웠다. 아파서 우승 순간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신욱이형이 결승에서 보여준 투혼은 놀라웠다."

- 이광종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해줬나.

"대회가 끝나고 해산할 때였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사인을 다 받고 있었다. 감독님께 사인을 받으러 갔는데 A대표팀에 대한 희망 메시지를 주셨다. '넌 조금만 더하면 A팀에서 뛸 수 있다'고 했다.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시니 'A대표팀도 코앞에 다가왔구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

-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광종 감독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항상 기도하고 있다. 빨리 치유해서 그라운드에서 뵙는 날이 왔으면 한다. 아시안게임 때 참 인자한 분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이재성이 골을 성공시킨 뒤, 선수들이 차두리 앞에 몰려가서 기쁨을 나누는 모습.

IS포토

◇ 띠동갑 차두리와의 마지막

- 차두리(35·서울)이 A대표팀에서 은퇴했다.

"난 첫 발탁이고 두리형은 14년 대표 생활의 끝이었다. 이번 A매치 두 경기는 둘 다 뜻 깊었다. 첫 경기는 데뷔전이었고, 두 번째 경기는 두리형의 은퇴식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두리형과 함께 밥을 먹었다.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소속팀에 가서도 더 잘해야 한다'며 '대표팀에 욕심을 더 내라'고 하셨다. 또 '이럴 때 일수록 더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 이제 K리그에서 맞대결을 해야 한다.

"두리형은 상대하기 힘들다. 체격도 좋고 너무 크다. 돌파가 어렵다. 항상 두리형을 돌파해야 한다는 연구 과제를 갖고 있다. 그래도 올 한 해 동안 두리형을 상대할 수 있다. 다음에 만나면 멋지게 돌파해 보이겠다. 그리고 두리형과 유니폼 교환을 약속했다."

- 올 시즌 전북에서 목표가 있다면.

"지금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가장 큰 목표로 하고 있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목표다. 또 올해가 마지막인 영플레이어상(23세 이하 최우수 선수)을 항상 염두에 두어 두고 있다. 지난해 부상으로 K리그 10경기를 뛰지 못했다. 올해는 부상 없이 마지막까지 뛰고 싶다."

- 해외 진출에 대한 생각은.

"항상 생각하고는 있다. 그러나 전북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속팀에서 차근차근 성장하고 싶다."

◇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선수

- 전북에 입단하기 전, 고려대 연수관에서 일하는 분들께 직접 손편지를 썼다고.

"고등학교 때 졸업하면서 최명용 감독님과 코치 선생님들께 편지를 써봤다. 직접 드리긴 부끄러워서 사무실에 놓고 나왔다. 선생님들이 좋게 봐주셨다.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어 좋았다. 내가 말을 잘 하는 편이 못 된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편지로 썼다. 대학 때는 연수관에서 합숙생활을 했다. 연수관의 어머니·아버지들께 정이 많이 들었다. 떠나기 전에 인사하고 싶어 그동안 감사했던 점을 적은 것이다. 최명용 감독님이 항상 인성을 중요하게 여기셨다. 습관이 됐다."

- 교생실습을 모교인 울산 학성고에서 했다. 울산에 사는 학생들인데 전북을 응원했다.

"가르침만 받다가 가르치는 것을 배우러 갔다. 학생들과 함께 해보니 가르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선생님들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 선생님이란 이미지보다는 친구로 다가갔다. 서로 장난도 치고 축구도 같이 했다. 전북에 입단해 울산 원정을 갔는데, 반 아이들이 홈이라 느껴질 정도로 열성적으로 응원했다. 올해 내가 가르친 애들이 고3에 올라갔다.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번 시즌에 꼭 지키고 싶다."

- 롤 모델을 라이언 긱스와 박지성, 이영표라고 밝혀 왔다.

"긱스는 중학교 때만 롤모델이었다. 왼발을 잘 쓰다 보니 그랬다. 지금은 박지성과 이영표 선수처럼 실력에 인성을 겸비한 선수가 되고 싶다. 부모님께서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 실력에서 롤모델은 안드레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와 같은 선수가 되고 싶다. 스피드가 빠르진 않지만 발재간이 좋다. 기술이 좋고 드리블 하는 스타일이 내가 추구해야할 선수다."

-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데뷔하고 나서 팬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응원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다. 예전에는 일일이 답을 다 했는데, 이제 너무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신다. 답을 다 하면 훈련할 시간이 없겠더라. 응원글을 모두 읽는다. 다 답은 못하지만 이해해주시길 바란다.(웃음)"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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