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역사' OK저축은행, 우승까지는 도전과 모험의 연속이었다

2015. 4. 2.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이데일리 = 강진웅 기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기적이 일어났다.

'무적'이라고 불리며 남자부 V-리그를 이끌어 온 삼성화재의 독주를 끝낸 것은 다름 아닌 '창단 2년차' OK저축은행이었다. OK저축은행이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일구는 데에는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과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는 로버트랜디 시몬, 그리고 이들을 한 데 엮은 김세진 감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V-리그 판도를 바꾸기 까지 많은 도전과 모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4-2015 NH농협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 3차전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9, 25-19, 11-25, 25-23)로 승리했다. 이로써 OK저축은행은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에서 3승 무패로 삼성화재를 꺾고 창단 두 시즌 만에 V-리그 챔피언에 등극했다.

OK저축은행이 창단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지만 여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모기업인 아프로파이낸셜그룹(브랜드명 러시앤캐시)은 지난 2012-2013시즌을 앞두고 한국배구연맹(KOVO)에 위탁관리 중이던 드림식스의 네이밍스폰서로 나섰다. 당시에는 충남 아산을 연고로 삼아 시즌을 보냈고 6개 구단 중 4위로 시즌을 마쳤다.

네이밍스폰서 참여 후 배구단 운영에 높은 관심을 보인 러시앤캐시는 드림식스를 완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제1금융권인 우리카드가 드림식스의 인수자로 결정되며 러시앤캐시와 배구계의 인연은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러시앤캐시는 결국 2013-2014시즌을 앞두고 새로운 구단을 창단했다. 그리고 창단 팀 감독으로는 해설위원을 하고 있던 '월드스타' 김세진 감독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감독 경험이 전무했지만 러시앤캐시는 김 감독을 믿고 지원했다. 감독 선임부터가 모험이었다.

하지만 모기업이 대부업체라는 싸늘한 시선 속에 성적은 좋지 못했고, 결국 첫 번째 시즌을 7개 구단 중 6위로 마감했다.

이후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3월 20일 안산시와 연고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16일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에 탑승했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참사로 희생되며 연고지 안산시는 큰 슬픔에 빠졌다.

러시앤캐시는 팀명을 OK저축은행으로 바꾸고 실의에 빠진 연고지 시민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결국 OK저축은행은 2014-2015시즌 슬로건을 'We Ansan!'으로 정해 유니폼에 새겼다. 또 경기장 곳곳과 유니폼에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메시지를 넣으며 단순히 성적만이 아닌 실의에 빠진 연고지 시민들을 위해 경기에 나섰다.

이와 함께 전력 강화 작업도 박차를 가했다. 성적 향상을 위해서는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의 영입이 절실하다고 판단한 OK저축은행 프런트는 최윤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로 꼽히던 로버트랜디 시몬을 영입했다.

그리고 OK저축은행은 시즌 초반부터 시몬이 엄청난 활약으로 V-리그 판도를 뒤집었고, 결국 삼성화재에 이어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다. 이 과정에서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의 '경기대 3인방'과 리베로 정성현, 센터 김규민까지 국내 선수들이 자신감과 함께 기량도 급성장했다.

이들은 포스트시즌 들어 정규시즌보다 더욱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여기에는 특급 외인 시몬의 리더십도 있었다. 그는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국내 선수들에게 전수하고, 또 위기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의 리더로서도 제몫 이상을 해냈다. 또 포스트시즌 들어서는 무릎 통증에도 불구하고 경기에 나서 맹활약하는 투혼도 보였다.

결국 OK저축은행은 젊은 선수들이 시몬과 함께 상승세를 타며 '파죽지세'로 챔피언결정전 8연패에 도전했던 삼성화재를 꺾었다. OK저축은행의 활약이 이어지며 슬픔에 잠겼던 안산 시민들은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V-리그가 열리는 날이면 경기장을 가득 메워 선수들의 활약에 환호를 보냈다.

김세진 감독은 우승 직후 "(안산 시민들이) 우리를 믿고 지켜봐 주신 것에 대한 보답 아닌 보답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 유니폼 가슴에 위안을 강조했지만 희생자와 희생자 가족이 겪은 아픔을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제 자리에서 단순히 보여주기가 아닌 꾸준히 노력하는 모습이 그분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안산 시민들과 앞으로도 끊임없이 스킨십을 하겠다. 우리를 보고 위안을 삼으라는 말은 안 하겠다. 진정성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OK저축은행은 어려움 끝에 창단 2년 만에 챔피언 등극이라는 V-리그 역사에 큰 업적을 새기게 됐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번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챔프전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다음 시즌에 다시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우승했지만 다시 다음 시즌을 위해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NO.1 뉴미디어 실시간 뉴스 마이데일리( www.mydaily.co.kr) 저작권자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