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성매매, 협박..' 가출청소년의 범죄온상 '러브모텔'

이원광|정혜윤|강기준 기자|기자|기자 2015. 4. 2.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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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강남 일대 모텔 17곳 '미성년자 여부 확인' 단 한 곳도 없어

[머니투데이 이원광 기자, 정혜윤 기자, 강기준 기자] [서울 신촌·강남 일대 모텔 17곳 '미성년자 여부 확인' 단 한 곳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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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전 6시43분 서울 관악구 한 모텔 로비. 빨간 스웨터와 부츠 차림의 앳된 여성이 한 남성과 들어섰다. 두 사람은 로비에서 어떠한 제지를 받지 않고 객실까지 들어갔다. 이들은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조건만남을 약속한 A양(14)과 김모씨(38)이었다. 같은날 낮 12시10분. A양은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달 28일 새벽 인천 부평구 한 모텔에선 10대들이 조건만남을 미끼로 금품을 훔쳤다. B양(13)은 대화형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만난 20대 남성을 성매매를 조건으로 이곳에 데려왔다. 이어 A군(18) 등 2명이 객실을 찾아 성매매 남성을 폭행, 협박했고 20만원과 카드를 빼앗아 80만원을 인출해 달아났다. 이들은 인천 남구에서도 유사한 범행을 시도했다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봉천동 10대녀 살인사건'에서 숨진 A양이 미성년자였음에도 모텔 입실까지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았다. 가출청소년 관련 범죄 상당수가 '러브모텔'에서 벌어진다는 점에 비춰 신분증 검사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머니투데이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울대입구역 인근과 신촌, 강남 일대 모텔 17곳을 취재한 결과 입실 시 미성년자 여부를 확인하는 곳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불특정한 사람 사이의 성적행위가 이뤄지거나 유사한 행위가 이뤄질 우려가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업장소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출입고용금지 업소로 지정하고 업주와 종사자는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해 청소년들이 업소에 출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또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에 대해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규정에 따라 신분증을 검사하는 업소는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중반만 돼도 무조건 신분증 검사한다"는 관악구 소재 한 모텔 업주 말과 달리 실제로 신분증을 요구하는 업소는 없었다.

이날 밤 10시쯤 강남의 한 모텔에서 핑크색 야구모자와 후드티, 검정색 패딩조끼 차림에 150cm대 초중반 키의 여성이 입실했으나 미성년자 여부 확인 없이 입실을 허가했다. 모텔 관계자는 "미성년자로 안보였다"며 "화장하고 화려한 옷을 입으면 미성년자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미성년자의 모텔 출입에 대한 제한은 전적으로 모텔 업주나 종업원의 개인적 감각에 의존하고 있었다. 최근 살인 사건이 발생한 관악구 지역도 마찬가지였다. 관악구의 한 모텔 업주는 "일부러 머리를 숙인다거나 남자 뒤에 숨는 행동을 하면 의심하긴 하지만 일일이 신분증 검사를 할 수는 없지 않나"며 "사실상 감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 다른 모텔 업주는 "남자와 여자가 따로 오는 경우도 있으나 이를 제지하긴 어렵다"며 "미성년자라도 인근 대학교 시험 보러 왔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접수 데스크가 안보이게 허리를 숙이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더라"며 "CCTV(폐쇄회로TV)를 항상 주시하고 있지 않으면 잡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모텔과 관련 청소년 범죄에 대한 위험성을 깨닫고 상시 신분증 검사 등 미성년자 숙박업소 출입에 관한 새로운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2012년 가출 청소년 3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성매매 피해 청소년의 공간패턴 연구'에 따르면 성매매 장소는 모텔이 65.8%로 가장 많았으며 노래방(17.1%), 자동차(6.6%) 순이었다. 또 성매매 피해 유형으로 조건만남이 53.2%로 절반 이상을 기록했고 노래방도우미(14.7%), 보도방(14.1%), 키스방(3.9%) 순이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성매매 피해 장소는 지하철역사 500m 안 90%가 밀집돼 있었다"며 "특정 지하철 역사 반경 500m 이내 반경 모텔 등에 대한 단속과 감시활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한길의 문정구 변호사는 "사실상 무인텔은 청소년 모텔 출입을 금하려는 현행법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주류 판매와 같이 신분증 확인을 의무화하는 등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김겸훈 한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성매매 피해자로 내몰리는 10대 가출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보호와 청소년 전반에 대한 성교육 등 사회적 차원의 논의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광 기자 demian@mt.co.kr,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강기준 기자 standa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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