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문재인.. 거리두는 호남.. 박지원 "두고보자"

2015. 4. 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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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천정배 전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한데 이어 정동영 전 의원마저 서울 관악을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재보선 선거판이 출렁거리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전패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선거 초기만 해도 2대2나 3대1 정도로 판세를 예측하는 분석이 나왔지만 전통적 텃밭지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안방을 다 내주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에 당에는 비상이 걸린 분위기다.

당권을 거머쥔 뒤 첫 시험대인 4.29재보선을 앞두고 문재인 대표는 1일 이번 선거전이 시작된 뒤 두번째로 광주로 내려가 조영택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호남선 KTX개통식에 참여하면서 호남민심잡기에 분주한 행보를 보였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호남 지지세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벌 박지원 의원과 김대중정권을 탄생시키고 현 야권의 토대가 됐던 동교동계가 문재인 대표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선거지원에 손을 놓고 있어 문재인 대표의 애를 태우고 있다.

박지원 의원측 사정에 정통한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박지원 의원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는 동교동에서도 (지원유보)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며 여타 지지층에서는 움직이지 말자고 하는데 (그말을 듣고)움직일 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숫적으로 따지자면 박 의원 지지자 중에서 지원을 하지말자는 입장이 90%이다"고 덧붙였다. 새정치연합 내부 반문계의 기류가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호남 주류 내부에서는 문재인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가 선거철만 되면 호남을 찾지만 정작 선거가 끝나고 나면 반호남적인 언행을 보이는데 대해 불쾌감이 팽배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러니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당 주류가 갖는 위기감은 더 클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표는 2일 재보선 대책을 논의할 원탁회의에 전직 당대표급 중진들을 전원 호출했지만 박지원 의원은 불참하겠다고 통보해왔다고 한다.

박 의원 측에서는 미리 예정된 지방 강의일정을 거론했지만 그 보다는 문재인 대표와 친노계 주도의 당 운영 독주에 대한 반감을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체제 이후 극도로 말을 아껴오면서도 인사와 관련해서는 대놓고 쓴소리를 했지만 이같은 불만이나 의사표시가 전혀 수용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의원측 관계자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새정치연합 당내인사와 관련해 "문대표가 인사를 박지원 의원과 상의해서 한 것 같지는 않다. 박 의원과 가까운 분들이 당직에 들어가 있지만 일방적인 (문대표 쪽의)생각에 의해서 임명된 것이지 상의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당운영에 대한 불만을 놓고 박지원 의원은 주변에 "일단 두고보자"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 말 속에는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으로 재보궐선거 지원에 나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포함돼 있다.

이번 선거전의 핵심지역인 광주 서구을과 서울 관악을은 호남의 중심지역이거나 호남세가 매우 강한 지역이어서 호남정서를 업지 못하고는 승리를 장담하기가 어려운 곳들이다. 그래서 당내 호남세력의 지지와 지원이 절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재보선 패배는 1차적으로 문재인 대표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겠지만 박지원 의원 역시 두손 놓고 있다 패배할 경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여서 관망행보를 끝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는 관측은 거의 없다.

문제는 박지원 의원이 당장이라도 선거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다. 다급한 문재인 대표가 박지원 의원에게 어떤 카드를 던질지 여부는 4.29선거의 최대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CBS노컷뉴스 이재기 기자 dlwo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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