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AIIB 흥행 대박.. 美·日 "예상 못했다" 당혹

도쿄/김수혜 특파원 2015. 4. 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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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재 유엔 회원국은 193개다. 1일 0시까지 그중 48개국이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립 멤버로 가입했다. 머릿수만 따지면 25%지만 지도를 펼치면 얘기가 다르다. 48개국 외에 AIIB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은 나라는 아시아에서 먼 아프리카와 경제 위기 와중의 남유럽, 남미 일부 정도다〈그래픽〉. 세계은행이 집계한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20대 경제대국 중 미국·일본·캐나다·스페인·멕시코를 제외한 15개국이 AIIB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일본 사회에서 "이러다 일본만 곤란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1일 "미국은 전략도 없이 고립을 자초했고, 일본은 눈치만 보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 안에서 '이러다 미국이 갑자기 참여해버리면, 일본만 사다리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썼다.

미국은 시종일관 AIIB 운영 방법과 대출 기준에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12일 미국과 가장 가까운 영국이 AIIB에 참가를 선언한 뒤 세계 주요 경제국들이 우르르 AIIB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국이 생각한 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미국·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한 관계자는 아사히 기자에게 이런 상황을 "중국이 모는 AIIB라는 기관차가 달려오니까, 미·일만 빼고 모든 주요국이 (기관차가 덮치기) 직전에 도망쳤다"고 표현했다. 미국 의회 관계자는 "미국의 자살골"이라는 표현까지 썼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더 난처해진 건 일본이다. AIIB 가입 여부만 저울질하면 되는 게 아니라, 미국 입장이 어떻게 변할지도 살펴봐야 하는 입장이 됐다. 지금 청사진대로라면 AIIB는 자본금 1000억달러의 거대 금융기관이 된다. 시진핑 주석은 아시아에서 아프리카까지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실크로드 구상'을 내세웠다. 철도·항만·송전망 등 투자 정보가 AIIB에 집중된다. 전부 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영국이 AIIB 참가를 선언하기 직전까지도, 일본 재무성이 총리 관저에 "G7 국가 중 AIIB에 참가하는 국가는 없다"고 보고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정보가 올라가고 있었을 뿐 아니라, 일본이 AIIB에 참가했을 경우 어떤 이점이 있는지도 충분히 논의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측근은 니혼게이자이에 "우리가 허술했다"고 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외교상의 오산"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은 일본 정부 안에서도 재무성이 가장 보수적 입장이라고 전했다. 큰 이유는 대미 관계와 대중 견제다. 재무성 관계자는 아사히에 "미국과 꼬이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 그건 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AIIB가 출범하면 아시아개발은행과 대출 대상이 상당 부분 겹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동남아 국가 중에는 "아시아개발은행 대출 규정이 너무 까다롭다"고 불만인 나라가 많다. 요미우리가 만난 동남아국가연합(ASEAN) 외교 관계자는 "대출 규정이 느슨한 AIIB가 출범하면, 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한 불만이 표출될까 봐, 일본 재무성이 AIIB 출범을 꺼리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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