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선배의 氣를 받고 싶어" 수험생 사이서 '中古 과잠' 인기

최은경 기자 2015. 4. 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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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대를 꿈꾸는 학생분들, 꿈을 확고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보세요!"

최근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 심심찮게 올라오는 중고품 판매 광고글이다. 물건은 Y대 학생들이 즐겨 입는다는 야구 점퍼다. 일명 'Y대 과잠'이라는 이 점퍼는 '학과 야구 잠바(점퍼)'를 줄인 말이다. 점퍼 곳곳에 학교 영문명이나 로고, 학번 등이 자수로 새겨져 있다. 판매자는 진품임을 입증하겠다며 학교명과 로고, 학번 등이 새겨진 점퍼 사진을 "이 점퍼를 입으면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올려놓았다.

특정 대학교 학생들이 입는 '과잠' 중고품 거래가 고3 수험생과 재수생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점퍼는 학교 기념품점에서 새것으로 살 수 있지만 수험생들은 중고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중고 과잠에는 특정 학과 이름과 학번이 새겨진 물건이 많은데 신입생 때 단체로 맞춰 입는 경우가 많아 새것으론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수험생은 "목표로 하는 대학 선배의 기(氣)를 받으려 중고를 많이 구한다"며 "일종의 부적인 셈"이라고 했다.

지난 3월 한 달간 인터넷 중고품 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에는 과잠을 사거나 팔겠다는 글이 50여 건 올라왔다. 상품 대부분은 이른바 명문 대학 '과잠'이다. 한 벌 가격은 4만~5만원으로, 과잠을 공동 구매할 때 내는 비용(5만~7만원)과 별반 다르지 않다. 모 의과대학 점퍼는 '프리미엄'이 붙어 7만원에 거래되기도 한다. K대 과잠을 구하고 있다는 재수생 김모(19)씨는 "집에서 공부할 때는 방에 걸어두고 독서실에 다닐 때 입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구입 희망자는 "S대 ○○과가 목표입니다. 이왕이면 14학번 물건을 원합니다"라며 특정 대학, 학과, 학번이 새겨진 과잠을 먼저 찾아나서기도 한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학벌 중심 사회인 우리 사회에서 과잠은 대학 간판을 드러내는 상징과도 같다"며 "예전에도 고등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명문대 배지를 달고 다니는 일이 있었는데, 그런 현상이 과잠으로도 옮아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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